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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Mar 06. 2022

VOC만으로 문제 발굴과 정의가 가능할까?

VOC의 정의 돌아보기

VOC가 프로덕트 팀의 문제 발굴과 정의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서비스의 일부 개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팀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님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우선은 VOC가 들어오는지 확인해보고 없으면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배포한 주요 기능 중 하나에 대해 조직 내부에서 챌린지가 들어왔는데, 고객을 다시 만나 문제 정의와 개선안을 새로 도출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분은 직접적인 VOC가 없다면 굳이 해결해야 할 이슈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나는 아래와 같은 답변을 했는데, 그 뒤로 VOC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부 의견만으로 문제가 맞다고 확신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과연 VOC만 없으면 아무런 이슈가 없는 걸까요? 고객이 서비스 내에서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편하게, 혼선 없이 할 수 있게 돕는 게 UX/UI라고 한다면, 당장의 VOC가 없더라도 검토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고객이 서비스 내에서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편하게, 혼선 없이 할 수 있게 돕는 게 UX/UI라고 한다면, 당장의 VOC가 없더라도 검토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UX/UI와 VOC의 관계에 대한 발칙한 상상


UX/UI는 때로 브랜딩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이는 어쩌면 높은 확률로 헛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상상을 하는 전개는 아래와 같다.


0. 브랜딩은 중장기적으로 정성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브랜딩은 즉각적이고 정량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 브랜딩의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정성적으로 나타난다. 고객과 서비스 공급자가 이를 체감하는 데에는 누적된 경험, 시간이 필요하다.


1. UX/UI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문제 해결을 돕는 방법론이다

UX/UI는 서비스 내의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방법론/프레임이다.


2. UX/UI의 저하 혹은 개선이 항상 즉각적이고 정량적인 반응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그런데 UX/UI의 불편함(=문제) 또는 개선(=문제의 해결)이 반드시 즉각적이고 정량적인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또는 특정 즉각적인 반응(지표, VOC 등)이 반드시 해당 UX/UI의 불편함 또는 개선 때문이라고 100% 장담할 수 없다.


3. 그렇다면 UX/UI의 근거는 지금 당장의 지표와 VOC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UX와 UI는 때론 지표와 VOC 등과 별개로, 브랜딩처럼 중장기적으로 쌓아가야 하는 과업이다. 고객이 해야 할 일을 더 쉽고 편하게,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더 수월히 해결하게 돕는 것이다.




과연 VOC가 문제 발굴과 정의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발칙한 상상 또는 전개는, VOC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모든 프로덕트/서비스는 고객의 지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항상 기대와 다른 일이 발생한다. 오류가 발생하거나, 사용이 불편하거나, 혹은 때론 사용자가 서비스의 허점을 오남용abusing하거나, 다른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결국 이런저런 사유로 인해 서비스에는 고객의 목소리 VOC(Voice of Customer)가 접수된다. 그리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프로덕트 팀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종종 VOC 접수 내역을 확인한다.  그런데, VOC만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알 수 있는 걸까? 혹은 달리 말해 VOC만 없다면 서비스엔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즉슨, VOC가 프로덕트 팀의 문제 발굴과 정의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VOC가 프로덕트 팀의 문제 발굴과 정의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생각해보기 위해 VOC에 대해 정의definition부터 다시 세우고 이를 쪼개 보았다.


우선 이를 위해 VOC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보았다.


VOC = 고객이 +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서 + 접수 채널에 남긴 내역

1. 주체 : 고객이

2. 언제/왜 :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서/겪었을 때

3. 어디에/어떻게 : 이를 접수 채널에 남긴다

VOC = 고객이 +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서 + 접수 채널에 남긴 내역

 



VOC = 고객이 +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서 + 접수 채널에 남긴 내역


VOC를 대한 프로덕트 팀의 자세, 접근 방식은 콜센터 혹은 CS팀과는 다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에는 여러 이슈와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서비스에는 여러 유형과 수준이 고객이 존재하고, 이들이 겪는 문제도 다양하다.


고객이 겪는 문제는 언젠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맞지만, 그러나 팀의 자원은 늘 한정적이기에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 발굴 및 정의를 위해 VOC를 살펴볼 때, '고객'의 차원에서는 아래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VOC를 통한 문제 발굴~정의에서 '고객'에 관해 생각할 부분


1. 어떤 유형segement의 고객이 겪었는가?


동네의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매주 방문하며 종종 지인과 동료, 친구들과 가족들도 데려오는 단골손님의 컴플레인이 중요할까 혹은 지나가는 길에 들린 고객의 컴플레인이 중요할까?


물론 고객의 컴플레인은 모두 중요하다. 특히나 서비스의 핵심-식당이라면 위생, 프로덕트라면 보안 등-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누가 이를 제안했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만약 맛, 가격, 분위기 등에 대한 제안이나 컴플레인이라면?


2. 이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겪었는가?


위에서 만약 단골손님의 문제를 풀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만약 이런 단골손님이 차지하는 매출과 입소문이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 해당 유형의 손님이 남긴 컴플레인은 우선순위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하는 사업이 고속터미널 휴게소의 식당이라면? 여기의 단골손님은 버스 기사분들이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손님은 여행객들이다. 하루에도 수 천 수 만 명이 오는 가운데에, 백여 명 남짓한 버스 기사분들의 컴플레인은 그들이 아무리 단골이라고 해도 우선순위가 낮을지도 모른다.


한정된 인력과 비용, 그리고 다른 업무와 병행하여 문제를 풀어야 할 때,
과연 누구의 문제를 먼저 풀 것인가?




VOC = 고객이 +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서 + 접수 채널에 남긴 내역


고객이 서비스에서 겪는 문제는 다양하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시점에서 조금 더 중요시 여겨야 할 고객이 제시하는 문제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만약 정말 중요한 VIP 또는 단골손님이 남긴 컴플레인에 가격과 맛, 분위기, 서비스 친절도, 주차장, 홈페이지 안내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면? 이 중 어떤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할 것인가? (물론 상황이 이 정도가 되면 애초에 VIP 또는 단골손님이 없을 테지만, 가정을 해본다ㅎㅎ...)

VOC를 통한 문제 발굴~정의에서 '불편'에 관해 생각할 부분



1. 어떤 내용의 불편을 겪었는가?

당연하게도 해당 고객이 이야기한 불편의 정체와 배경, 맥락을 이해해야만 이후의 판단이 가능하다.


2. 이 불편사항은 일시적인가? 혹은 반복적인가

어떤 문제는 일시적이다. 서비스 자체 내에서 어떤 이유에선가 반복, 재현되지 않는 수도 있고, 혹은 외부의 형향일 수도 있다. 반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라면 그 원인이 무엇이든 많은, 다양한 고객이 겪고 있고 이에 대한 불편함이 누적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불편함이 쌓인 고객은 대체제가 있다면 언제든 이탈한다.


3. 이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가?

반면 어떤 문제는 공급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회할 수는 있을지언정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가령 식당을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기분이 안 좋은 데다 오는 길이 막혀 홧김에 종업원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겼다고 하자. 중요한 손님이 남긴 VOC이니 지배인은 해당 내역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여기에서 식당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 고객이 방문 전부터 기분이 안 좋다 : 입구부터 고객 환대라도 하면 될까?

- 오는 길이 막혔다 : 예약 손님에게는 내비게이션 안내라도 미리 해야 할까?


4.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 해결해야 하는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맞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음식의 맛도 예전 같지 않고, 주차장은 혼선이 잦으며, 종업원의 태도 역시 자주 지적받는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를 한 날 한 시에 동시에 해결해야 할까? 그럴 수는 있을까?


서비스 이용 경험에서 조금 더 중요한 건 무엇인가? 혹은 조금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해결했을 때에 그 영향력, 효용이 더 큰 건 무엇인가? I.C.E. (Impact, Confidence, Ease) 등의 프레임워크는 이를 결정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서비스 이용 경험에서 조금 더 중요한 건 무엇인가? 혹은 조금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해결했을 때에 그 영향력, 효용이 더 큰 건 무엇인가?




VOC = 고객이 +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어서 + 접수 채널에 남긴 내역


문제 발견과 정의에 있어서 VOC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결정적 인지도 모른다.


과연 불편을 겪은 모든 고객이 접수 채널에 이를 남길까?  위에서 고민해본 것들은 모두 '불편을 겪은 뒤 이를 접수 채널에 남길 만큼의 관여도를 보이는 고객'의 이슈다. 달리 말해, VOC만으로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한다는 건, 생존자 편향의 오류는 아닌가?


 VOC만으로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한다는 건,
생존자 편향의 오류는 아닌가?


실제로도 일부 연구 결과에선, 서비스에 불만족한 고객 중 직접적인 컴플레인을 남기는 고객은 25명 중에 1명 꼴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According to research by Esteban Kolsky, 13% of unhappy customers will share their complaint with 15 or more people. Furthermore, only 1 in 25 unhappy customers complain directly to you."


달리 말해, VOC만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건, 아무리 잘해봐야 4%남짓한 부분이다. 이 4%가 얼마나 고관여도의 고객이든, 혹은 치명적인 문제를 이야기했든, 서비스의 전반을 대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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