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초등학교에 다녀요.

< 우연히 만난 ADHD학생 준호 이야기 >

by 송희온

두번째 학교의 마지막 해 일이였습니다.

4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고, 개학 전날 전 담임 선생님께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준호라는 학생이 있어요. ADHD가 있는 아이인데... 약을 먹으면 괜찮은데, 부모님이 가끔 약을 안 먹이고 보내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약 안 먹은 날은...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전 담임 선생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개학 첫날, 준호를 만났습니다.

준호는 키가 작고 야무진 인상이었습니다. 눈망울이 크고, 웃을 때 보조개가 생기는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래, 준호야. 반가워."


첫날은 괜찮았습니다. 준호는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고, 수업도 잘 들었습니다.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런데 그 생각은 이틀째부터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저기요! 저기!"


수업 시작 5분 만에 준호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래, 왜 준호야?"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아, 그래. 다녀와."


준호가 나간 후 5분, 10분, 15분이 지났습니다.


"선생님, 준호가 복도에서 뛰어다녀요!"

창가 쪽 학생이 말했습니다. 준호를 데리러 나가보니, 준호는 복도 끝에서 끝까지 신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준호야, 들어가자."

"네!"

준호는 씩씩하게 대답하고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5분 후.


"선생님! 선생님!"

"응, 준호야?"

"연필 떨어뜨렸어요! 주워도 돼요?"

"그래, 주우렴."


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필을 주우려다가 옆 친구 책상을 건드렸고, 옆 친구 필통이 바닥에 쏟아졌습니다.

"아, 미안! 미안!"

준호는 급히 필통을 주워 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뒤 친구 책상도 건드렸습니다.


"준호야, 앉아서 천천히 하자."

"네!"


그렇게 준호는 5분에 한 번씩 손을 들었고, 10분에 한 번씩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점심시간에 학년 부장 선생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선생님, 힘들지? 준호 때문에?"

"네... 조금요."

"제작년에 우리 반이었는데, 정말... 약을 먹은 날은 그래도 나은데, 안 먹은 날은..."


학년 부장 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부모님께 약 꼭 먹이고 보내달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


"그게... 작년에 담임 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했다가 어머니가 발끈하셨대요. 애가 약 먹으면 밥을 안 먹는다고, 성장기 아이한테 약 먹이라고 강요하는 거냐고..."


"아..."


"그래서 부모님한테는 약 이야기 꺼내지 말고, 우리가 그냥 버텨야 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준호는 수업 중에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옆 친구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교과서를 찢기도 했습니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집중을 못 하는 거였습니다.

다행히 우리 반 아이들은 착했습니다. 준호가 방해해도 꾹 참고 수업을 들었고, 준호가 실수해도 화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수업을 하다가도 준호를 신경 써야 했고, 준호가 다른 아이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4월 어느 날, 준호가 수업 중에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선생님! 준호가 나갔어요!"

저는 황급히 복도로 나갔습니다. 준호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준호야!"

"선생님! 저기 나비 있어요!"

준호는 운동장을 가리켰습니다. 정말로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래, 예쁘다. 근데 지금은 수업 시간이야. 들어가자."

"네!"


그래도 반항하지 않고 "네."라고 대답해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월이 되었습니다.

학급 친구들의 수업이 방해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준호를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였습니다.


"준호를 잠시 다른 공간에서 지도하는 건 어떨까요?"

학년 부장 선생님이 제안하셨습니다.


"다른 공간이요?"

"네. 준호가 집중을 못 하고 수업을 방해할 때, 잠시 상담실이나 빈 교실에서 쉬게 하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 수업권도 보장해야 하니까요."

"그게... 괜찮을까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동의를 구해야겠지만, 준호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아요."


준호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준호가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힘들어할 때, 잠시 다른 공간에서 쉬었다가 오도록 하려고 하는데요..."

"네, 괜찮습니다. 선생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다행히 부모님은 동의하셨습니다.


그날 이후, 준호가 수업을 방해하거나 집중하지 못할 때면 비담임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날 수업이 없으신 선생님이 준호를 상담실로 데려가 책을 읽게 하거나, 그림을 그리게 했습니다. 교감 선생님도 가끔 준호를 데리고 교장실 옆 소회의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 두 학기가 지났습니다. 준호는 여전히 힘들었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천사 같았습니다. 준호를 이해해주고, 함께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천사같은 아이들이 준호때문에 더 나은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게 저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관심을 주고 싶은데, 준호에게 신경을 쏟느라 다른 학생들에게 다정한 말을 해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준호가 밉거나 싫은건 아니었습니다. 준호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질병이고, 준호도 스스로의 집중력을 어떻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정말 안타까울 뿐이었죠.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한 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2월 졸업식 날. 저는 전근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

"선생님도 너희들 보고 싶을 거야."

준호도 제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가지마세요."

"준호야, 수고했다. 5학년 가서도 잘하렴."

준호는 제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 학교를 떠났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전 동료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혹시 준호 기억하시죠?"

"네, 당연히 기억하죠."


"지금 5학년 담임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하세요. 학교 난리났어요. 준호 때문에 수업이 안 된다고... 학부모들 민원이 엄청나대요."

"아..."

"담임 선생님이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셔서 병가를 내셨어요."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선생님은 결국 퇴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준호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준호로 인한 학부모 민원이 큰 원인 중 하나였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잘 알기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어느 가을날, 전에 근무했던 그 동네에 볼일이 있어서 갔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누군가 저를 불렀습니다.


"선생님!"


뒤를 돌아보니 큰 키의 남학생이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예요! 준호요!"

"어... 준호야?"


믿기지 않았습니다. 키가 170은 넘어 보였고, 얼굴도 의젓해진 준호였습니다.


"와, 준호야. 완전 많이 컸다!"


"네! 저 이제 중3이에요."


"중3? 벌써?"


"네!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응, 잘 지냈어. 준호는?"


"저도 잘 지내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부모님도 잘 계세요."


준호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 웃음에는 4학년 때 그 산만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 다행이다. 준호 많이 의젓해졌네."


"선생님, 4학년 때 선생님이 담임이셨던 거 기억나요. 제가 말썽 많이 부렸죠?"


"아니야, 그냥... 좀 활발했지."


"아니에요, 저도 알아요. 제가 많이 힘들게 했던 거. 그래도 선생님이 참아주셔서 감사했어요."


준호는 정류장이 다 되었는지 일어섰습니다.


"선생님, 저 여기서 내려요. 건강하세요!"


"그래, 준호야. 잘 가."


준호가 내리고 버스가 출발했습니다. 창밖으로 준호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습니다. 저도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준호는 이렇게 의젓하게 자랐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준호를 가르쳤던 그 1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준호 다음 담임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그중 한 분은 결국 퇴직까지 하셨는데..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부모님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면 어땠을까? 약을 꾸준히 먹였다면, 수업중 방해될 때 보낼 곳이 있었다면, 일반 학급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별도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어 더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면, 준호도 덜 힘들었을 테고, 선생님들도 덜 지쳤을 테고,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도 더 잘 보장되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걸 알았다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었을까요? 아니,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걸 알았어도 그 순간순간은 똑같이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교사로서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가르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준호는 잘 자랐습니다. 의젓하고 밝은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함께 견뎌냈던 선생님들의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준호가 잘 자라준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준호를 가르쳤던 모든 선생님들께도 감사했습니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다만, 앞으로는 준호와 준호와 같은 반 친구같은 아이들이 모두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아직도 초등학교에 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