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살이 시절 이야기
어제 친구랑 통화하는데
"너도 계단 오르기만 해도 숨 차?"
라고 물어봤다
난 너무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응이라고 답했는데
친구가 우린 운동 부족이래~라고 말했다
난 모든 사람들이 작은 계단만 올라도 힘든 줄 알았는데...
운동 부족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집에서 일하고 아무 데도 안 나가고
하루 걸음수는 최대 800인 걸 보면서
이대로는 내 건강이 나빠지겠구나 싶었는데
어제의 통화를 통해서 더욱더 운동해야겠다!라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시작한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서
동네 공원에서 5000보 걷기'
이름 한번 참 길다
(사실은 10000 보였음)
늦잠과 운동 부족을 한 번에 고쳐보고 싶어서 결심하게 되었다
아침 여섯시에 눈 떠야 한다는 생각과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생각에
약간은 설렌 마음이 들어서
뒤척뒤척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새벽 5시쯤 눈을 떴다
평소 낮과 밤에는 보지 못하는 조금은 신기한 구름? 을 봐서
얼른 찍었다 구름이 저쪽에 몰려있는 건 처음 본다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선선한 공기와 조용한 바깥
오묘한 색깔의 하늘과 구름을 보면서
기분이 상쾌해진듯했다
공원에 도착해서 열심히 빙글빙글 도는데
짱구에서만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시간 맞춰 노래 틀어놓고
국민체조를 하고 계셨다...!!!!
나중에 아침 운동에 익숙해져 저 사이에서 체조하는
나 자신을 상상하면서 왠지 웃음이 났다
계속해서 걷고 있는데
걷다 보니 이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별다른 생각 없이 걷고 있게 될 때쯤
얇은 마스크를 뚫고 쇼유인지 쯔유 냄새가 풍겨왔다
계속해서 문득문득 풍겨오는 쯔유 냄새에
아, 여긴 일본이었지 하는 생각과
배고프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맡을 수 없는 냄새를 맡으며
아침 일찍 걷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니
괜스레 또 지금 일상이 감사해졌다
그리고 10000보를 위해 열심히 걷느라
정신이 아득해질 즘... 한걸음 한걸음
무겁게 내딛고 있는데
뒤에서 나를 추월한 아저씨가 갑자기
오하요 고자이마스~ 하고 인사하셨다
딱히 대답을 바라지 않고 인사하신 걸 수도 있지만
대답을 못해드려서 괜히 죄송했다
그리고 아침 일찍 길에서 산책 중인 댕댕이들과
혼자 속으로 안녕~ 부지런한 쪼꼬미들아 하고 인사하며
열심히 걸으니 8000걸음까지 걷고..
더 이상 걸으면 진짜 쓰러질 것 같았고
난 지금 한계를 도전하려 하는 게 아니라
나쁜 습관을 고치고 건강하게 하기 위한 운동이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
이쯤에서 포기하고 집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