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에 갇힌 그대들

글벗

by 윤슬




성에 위의 이름들 / 티미




요 며칠 더 매서워진 추위는

창 밖과 안의 온도 차에

더 큰 이격을 만들었습니다.


이격이 불러온 창문 위 성에는

이따금 눈물방울로 흘러

주르륵

바닥에 닿기 전 이미 깨어지고 맙니다


한 때 각자의 개성을 띤

가벼운 옷차림에 자유분방했던 벗들은

한파를 못 이겨 하나같이

무채색의 패딩을 꺼내 입었습니다.


추위를 함께 견디는 그대들은

내 창밖 어딘가 안갯속에 갇혔습니다.





나는 뿌연 창문 위에

검지 손을 들어

그리운 이름들을 적어봅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탓에

이젠 성에 위에라도 그려

복기하지 않으면

잊힐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친구들의 이름을

한자씩 꾸욱 눌러 그려보곤

이내 서글퍼지고 맙니다.


내가 그린 이름들은

듬성듬성 방울들을 만들더니

창끝으로 향하다 사라지곤 합니다





또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올까요


매서운 칼바람이 끝날 때까지

우린 서로의 이름을

얼마나 많이 성에 위로 그려야 할까요.


그때까지 우리

서로의 이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기로 해요.


오늘도 나는

그대들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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