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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 Jan 28. 2023

뜬금없지만 요즘 주로 어떤 생각하십니까?

당신에게 하는 노크

노크 1



뜬금없지만 요즘 주로 어떤 생각하십니까?



요즘 내 번뇌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가끔은 '힘내'라는 직설적인 위로보다.

이런 뜬금없는 물음(관심)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요즘 난 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가.


내 마음을 두드린 벗의 노크 덕분에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요즘의 난 일과 육아의 균형을 고민하고, 첫째 아이의 초등 입학을 한껏 신경 쓰고 살고 있음을 자각했다..

그러나 곰곰이 더 깊은 내면을 뒤적여보니 상대적으로 우선순위 중 뒤에 두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가장 큰 고민으로 자릴 잡고 있었다. 그 존재는 바로 ''이었다.


1년 넘게 꾸준히 쓰면서, 처음 쓰는 글임에도 딱히 무엇을 쓸지 글 주제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서로 쓰이고자 줄을 선 기억들이 박 터지게 다툰 적이 많았다면 믿어줄까.







처음엔 글이란 게 당연히 한계가 있으려니 생각했다. 더군다나 경험이 전혀 없는 내겐 그 한계에 더 빠르게 도달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미리 쌓아둔 기억들과 하루하루 쌓고 있는, 현생의 이 모든 기억들은 이 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끝없이 쓸 수도 있겠다 싶은 때도 있었다.


런데 요즘 참 이상하다. 내 속의 이야기, 생각들이 마치 마른 논바닥처럼 건조하게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랄까. 뭘 써야 할지 그저 멍하고, 오히려 멋모르고 쓰기 시작한 그때보다 글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다.


정말이지 웃기지도 않다. 내가 언제부터 그리 글 같은 글을 썼다고 이리 고민하고, 쓰는 일을 잠시 멈추는 게 이렇게나 조바심이 나는 걸까. 그만 쓰고 싶다가도 금세 또 쓰고 싶으니, 이 무슨 마음이란 말인가.


글태기가 온 것일까, 아니면 적성이 아닌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노크 2



최근 이런 고민들에 사로잡혀있는 동안 며칠에 한 번, 겨우 하나의 글을 발행하며 억지로 글을 이어가곤 했다. 신기한 건 이렇게 글에 대해 고민이 커질 즈음 어떻게 안 것인지 은근 나를 다독이듯 말을 걸어주는 벗들의 노크가 있다는 것이었다.


내겐 처음 글을 쓰고부터 시작되어 여전히 인연을 이어 가고 있는 글벗들이 꽤 있다. 함께 쓰며 내게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때론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벗들이다. 그 벗들이 아니었음 애초에 글을 놓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어찌 이리 포기하려 할 때쯤, 한 두 명씩 꼭 나를 다독여주는 것일까. 




"티미 님은 너무 겸손해요, 참 한결같아요. 그래서 팬이 되었어요. 멋져요!"


"제가 겸손한 게 아니라.. 그저 아는 게 없어서 겸손할 게 없고요, 한결같이 아는 게 없으니 한결같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해요. 배우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 건 또 처음이네요. 푸하하하하하하. "



웃으며 말했지만 농담이 아니다. 감사하지만 사실 팬이란 말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칭찬을 받아 무안해서 흘린 말도 아니었다. 난 진짜 배운 것도, 아는 것도 없어 무식한 사람이다. 아는 게 없으니 겸손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되려 내가 한결같다 말해주시는 글벗님이 참 한결같단 생각을 했다.


문단은 어떻게 나누는지, 글의 뼈다구는 당췌 어떻게 세우는 건지도 모르며, 여전히 맞춤법도 AI의 도움을 받아야 그나마 우습지 않은 글을 내놓는 나를 늘 좋게 봐주시고, 굳이 찾아와 읽어주고 내게 후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말이다.





사실이야 어찌 됐든 그런 칭찬과 관심은 내가 그만두려 할 때마다 새로이 동기부여가 되어, 한동안 다시  에너지를 비축시켜 줬다. 그러니 '준비한 체력을 모두 소진하였습니다' 상태의 내가, 방금 얻은 에너지로 이 글 하나를 또 쓰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지 않은가.


에라 모르겠다.

그래, 이번에도 에너지가 다 소진될 때까지 또 가보는 거다.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겠지. 그곳이 어디든 말이다.




매번 끝이라 생각되는 지점에 다다를 즈음 새로운 길을 이어주는 벗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누군가에게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해 줄, '똑똑똑' 노크를 아끼지 않는 벗이 되고 싶다.



해골이 되어가는 누군가에게 에너지로 닿길 바라며,

똑똑똑,

뜬금없지만 요즘 주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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