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12-
오랫동안 나를 돌보지 못한 집은 이지러져있다 바깥처럼 까치가 드나들고 낙엽이 굴러든다 불붙은 자작나무도 여섯 그루쯤 걸어들어온다 부르튼 껍질 조각조각 떨어지며 매캐한 살이 엿보인다
나는 지난달에 난쟁이가 부친 선물을 받아들었다 계절이 없는 곳에 사는 난쟁이는 노래를 잘 불렀다 부탁한 적 없어도 베고 자기 좋은 오후의 가락을 손으로 끌러놓았다 그가 쓰던 의자를 물려받아 다리를 놔둔 채 쓰고 있다
주말의 부고를 작성하며 종잇장 뒤편의 얼굴들을 추린다 까치가 앉을 가지를 고르고 나머지는 퇴장하도록 둔다 꽃이 있었던 자리 물 마른 자국에도 물을 줘본다 석달 좀 더 지나면 그 밑으로 하얀 꽃이 움트리라는 소문을 엿듣는다
어느새 문 앞으로 얼음들이 떠내려왔다 제각기 몸 부딪히며 덜그럭거리다 제풀에 깨지는 소리가 아른거렸다 동틀 때까지 지친 소리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며 길을 닦아낼 것이다 나는 쓰던 것을 멈추고 종종걸음으로 의자를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