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소월삼대목 24-

by 김병주

어물전에는 죽음이 많다

아직 삶이 아닌 것들이 어른거려

얼음 위에서는 시간이 길다

새벽이 저녁보다 값이 비싸서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길다

부끄러운 젊음은 적고

내다 팔수록 팔 것이 많아지는 아낙들과

손을 놓을 수 없는 남자들이

가장 많은 대사를 연습하며

염습을 반복한다

여기서 물은 피보다 진하다

그러나 막다른 곳에 부딪혀 입은 입가의 생채기와

갈 곳을 잃고 크게만 뜬 눈동자들은

씻겨지지 않는 것들이라

아무도 열띈 채 소란하지는 않다

저인망에 걸린 때부터 삶은 시작된다

밑바닥에 불빛이 나리면

노동은 다른 이의 노동으로 옮겨가고

우리는 포를 덮고 마지막처럼 날숨을 내쉬어본다

바닥에 녹은 물이 고이고

바깥에서는 죽음에 색동옷이 곁들여져

또 하루의 위안으로 옮겨진다



*

-손석춘 교수님께, 20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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