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운 여름

-소월삼대목 29-

by 김병주

이유 없이 싫었다, 볼 필요도 없는 혐오

밤이 깊을수록 한낮에 얻은 눈시림으로 괴로웠고

그는 자꾸만 골 파인 손으로 내 눈을 가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자기가 보이지 않길 바라는 양

그럴수록 외지 사람 주제에 뭘 아냐며

지칠 때까지 비웃는 그 웃음소리를 나는 자장가 삼았다


웃음소리가 거세질수록 한낮의 햇빛이

꿈결만큼 참기 힘들게 눈에 파고들었다 사물들

분간이 되질 않고 어느덧

국도에 널려있던, 한때 내 머릿결을 만져주던 책들도

하얗게 지워져가며


태양도 한철 지나곤

외지로 떠버렸다 그러나

누가 내 눈을 멀게 하였는지

그가 먼저 눈먼 사람이었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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