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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가실 적에

-소월삼대목 63-

by 김병주

친가 논두럭 벼락 맞은 대추나무

아직도 귀신이 안 빠졌는지

바람만 불면 데인 듯 몸서리친다

대추나무치고는 크게 자라

미친 것 마냥 저 혼자 부들거려도

열매 손아구 힘 하나 못 이기고

그 뒤편 비포장도로로

기름 얼마 안 남은 트럭

베어서 실어가려는지

후진 기어 넣고 들어온다

한때는 나름 머리에 돌 올리고

장가도 갔다 왔으나

점차 대추 털어갈 때 빼곤

관심도 안 주던 나무를

이젠 그렇게 영험한 것이라고

동네 사람들 늦은 눈독을 들였다

나는 대추나무 맞은 편

나팔꽃 옆에 서툴게 쭈그려 앉아

오금이 저리도록 무성하던

저번 여름의 그늘 자리를 떠올려본다

딱 한 아름에서 손바닥 하나 더 들어갈

덩치로 스스로 지탱한 채

떨굴 것과 가져갈 것을

가쁜 숨으로 추려내는 대추나무

시커먼 팔뚝 끝에 누런 손금이


그 나무는 미친 것도 죽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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