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망하기 전, 우리는 죽습니다. 지구종말론을 말하기 전에, 현재를 진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내일이 없는 듯이 열정을 갖고 사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최선을 다할 유일한 기회입니다. 어차피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 최선을 다하려면 긍정적인 사고로 세상을 곱게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합니다. 지금 이 순간 만나는 상대를 봄꽃 같은 존재로 바라본다면, 좋은 인연의 만남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법정 스님의 「일기일회(一期一會)」를 소개해 봅니다.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내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살라. 우리가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일기일회,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이다. 모든 것은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라."
- 법정스님 「일기일회(一期一會)」 일부
지금이 단 한 번의 만남 또는 기회입니다. 지금이 이 생애 단 한 번뿐인 순간입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며,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함을 법정 스님은 역설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어떤 만남이든지, 간절하고 절박하게 최선을 다해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만남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허공에 뛰어내려 꽃 한 송이를 펼치는 특전사 요원의 모습을 바라보면, 경외감이 느껴집니다.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으면 죽음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기에, 특전사 요원들은 매 순간 경건한 마음으로 허공을 뛰어내립니다. 법정 스님이 설파한 만남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헛된 만남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인연이란 나를 살리기도 하지만, 나를 벼랑으로 내몰 수 있습니다. 또한 행운의 결실을 주기도 하고 불행의 씨앗을 주기도 합니다. 매 순간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무척 필요합니다. 전라도의 한 도시에서 허름한 복장을 한 아이에게, 위로하며 빵을 먹을 수 있도록 늘 미소로써 배려해 준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몇 번의 파양을 거쳐, 해외 입양을 간 후 훌륭한 사회적 명성을 얻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국내에 돌아와 자신에게 선의를 베풀었던 그 부부를 찾고는 감사함의 표시로 집 한 채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베푼 선의를 잊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입니다.
실상은 열심히 살아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지요. 그런데, 어제는 그저 과거일 뿐 현재의 나, 현실의 상대와 끝없이 교감하고 공유하는 진행형 삶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만 있음을 스스로 자각할 때 현재의 나는 '순간의 미학'을 충실하게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겠지요.
무심코 나의 지금을 차창 너머로 흘려보내지 않는 하루, 날마다 새로운 각오로 새롭게 변신하는 하루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