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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창

꿀벌은 꽃을 차별하지 않는다.

꿀벌은 색깔과 지역을 초월하는 포용의 화신이다.

by 정유지

색깔을 안 따지고 차별을 안 합니다

지역을 안 가리고 모두를 품습니다

꽃가루 선물 한 세트

남겨두고 옵니다

- 정유지의 시, 「꿀벌」 전문


오늘의 화두는 '포용의 힘'입니다. 포용의 화신은 꿀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꿀벌은 꽃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꿀벌은 꽃의 색깔뿐 아니라 지역을 초월하는 포용의 화신입니다. 꿀벌은 꽃의 꿀을 취하며 상생相生의 보증수표 꽃가루 선물 한 세트를 남겨놓고 빠져나옵니다. 언제나 꽃은 가루받이 곤충의 대명사인 꿀벌과의 만남을 기다립니다. 서로 윈윈(Win-Win) 수 있는 동반자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꿀벌은 꿀을 취할 때, 꽃을 가리지 않는 법입니다. 꿀벌이 만약 꽃을 가린다면 반드시 꿀을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시詩 쓰는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다르지 않습니다."

- 한정주, “꿀벌은 꽃을 가리지 않는다” 일부


조선 정조 때 문신, 서예가였던 이덕무는 조선과 중국의 역대 한시는 물론 일본의 한시까지 두루 섭렵한 인물입니다. 이 사실을 안 어떤 사람이 이덕무에게 “역대 시詩도 어떤 것이 가장 좋습니까?”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인용된 것은 이덕무가 "어떤 시詩가 좋으냐?"에 대한 답변의 말입니다.


꿀벌은 꿀을 모을 때, 꽃을 차별하는 법이 없습니다. 싸리꽃, 아카시아꽃, 호박꽃이든 가리질 않고 꽃 향기를 찾아가 꿀을 모읍니다. 가루받이 곤충인 벌은 꿀을 취함으로써 삶을 영위하고, 꽃은 꽃가루를 매개해 주는 꿀벌의 수고로 수정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또한 삶을 영위하는 상생相生의 관계가 된 것입니다. 서로 이익이 되고, 도움이 되는 관계입니다.


시詩도 역시 다양한 빛깔의 꽃이 엄연히 존재하지요. 여러 빛깔의 캐릭터가 있기에 읽는 이마다 감칠맛도 다르게 느끼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툭하면 편 가르기를 하고, 출신을 따지려고 하며, 색깔을 가리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라, 작가가 세상에 발표한 작품인데도요. 작품을 통해 작가 정신, 감정, 생각, 메타포, 기운 등이 생동하듯 꿈틀거리며 살아있는지 여부만 제대로 보면 됩니다.


사람관계도 그렇습니다. 내 편과 상대편을 가르고, 출신,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이유로 색깔을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있지요. 진정한 통합은 이 꽃 저 꽃 가리지 않고 다 품고 가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조금 다르다고 해서, 배제할 경우 결국 미세한 균열이 계속 커지게 됩니다. 거대한 댐도 사실은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되어 벽이 갈라지게 됩니다. 균열을 계속 방치하면 결국 튼튼했던 댐도 무너지게 됩니다. 통섭의 정신이 훼손된 큰 조직 역시, 균열을 막지 못하면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게 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꽃이 아닙니다. 꽃을 가리지 않고 꿀을 취하는 꿀벌의 '포용력'입니다.


누구나 장점이 있습니다. 그 장점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해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임 받는 큰 그릇이 될 수 있도록 칭찬해 주고 격려해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단점도 따지고 보면, 보는 관점에 따라 장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요. 벌과 꽃의 관계로 발전하면 다 해결이 됩니다. 서로 도움 되는 상생 관계를 만들면 가장 이상적인 삶의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당장 꿀벌과 꽃의 관계로 맺어지기가 어려울 뿐, 서로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꿀벌과 꽃의 관계 설정이 가능합니다.


세상의 꽃만 바라보지 않고 향기의 근원인 꿀을 직시하는 하루, 평소 관계가 소원했더라도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꿀벌의 철학을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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