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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창

다이아몬드는 미美의 대명사,숯은 따뜻한 사랑의 대명사다

탄소가 높은 온도와 엄청난 압력 견디면 다이아몬드가 못견디면 숯이 된다.

by 정유지

어둡고 추운 그믐, 온기가 전해진다

따뜻한 화롯가로 손길이 모아진다

혹한 속 온몸 녹이는

죽로차를 끓인다

- 정유지의 시, 「숯 화롯불」 전문

오늘의 창은 '숯과 다이아몬드'입니다.


숯과 다이아몬드는 원소가 똑같은 탄소이다. 똑같은 하나가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따라 다른 둘로 변합니다. 하나는 값진 보석이 되고 다른 하나는 불에 남는 찌꺼기(목탄 덩어리)가 됩니다. 탄소가 땅속 깊은 곳에서 높은 온도와 엄청난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냥 타버리면 숯이 됩니다. 그러나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뎌내면 세상 속에 빛나는 다아이몬드가 됩니다. 숯과 다이아몬드의 차이점입니다.

숯과 다이아몬드는 탄소라는 똑같은 원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견뎌내는 것에 따라 숯이 될 수도 있고, 다이아몬드도 될 수 있습니다.


12년 전쯤 뮤지컬 <명성황후>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명성황후 역을 맡은 여 주인공이 컨디션이 최악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화려한 무대매너, 가창력, 세련된 진행 등 매끄럽게 뮤지컬 공연을 했지요. 그녀의 노래 「MY WAY 」를 꼭 듣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에 들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한국판 최고의 폭발적 가창력을 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비록 그녀의 노래는 못 들었지만 그녀의 '사랑법'에 그만 눈시울을 붉히게 되었지요. 7세의 어린 공주님이 있는데, 고열로 고생하는 따님의 머리맡에서 밤새도록 병간호하느라 그만 당신도 감기 몸살 기운이 온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2천여 관객들이 운집한 가운데 펼칠 뮤지컬 갈라 콘서트의 주인공으로 나설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라는 본분을 선택한 분은 뮤지컬 배우 곽유림 님입니다. 밤새껏 공주님의 쾌유를 걱정하며 화려한 다이아몬드가 되어 빛나기보다는 자식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따뜻한 숯과 같이 따뜻한 이 시대의 어머니를 선택한 결과였습니다.

자식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 시대 어머니의 자화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감동의 뮤지컬 갈라 콘서트였습니다. 몸 상태가 최악의 컨디션임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노련하게 진행하고, 노래했지요. 국내에서 현장 라이브 콘서트에서 폭발적 가창력을 비록 감상할 수 없었지만 멋진 공연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뮤지컬 배우 곽유림! 그녀는 다이아몬드 같은 원석의 배우였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선택한 숯과 같은 배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이고, 숯은 따뜻한 사랑의 대명사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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