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 중심 잡아준
자아반성 의자다
-정유지
오늘의 창은 ‘가시'입니다.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정호승 「가시」 전문
누구나 가시에 찔려 본 경험이 있습니다.
장미 가시는 꽃을 보호하지만, 또한 향기를 빚어내는 고난의 결정체이지요.
가슴 속 가시는 평생 피눈물 흘리게 하고 삶 속에 박혀 괴로움을 준 대상이었지만
오히려 그 가시가 내 마음의 중심을 잡아준 양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아서
가시 뽑기를 그만 두었다는 것이 시인의 메시지입니다.
평생 뽑지 못할 양심의 가시를 되찾고 있는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 액티브 시니어를 응원합니다.
"고슴도치에겐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는 성벽이었고, 장미에겐 그것은 꽃을 지켜주는 호위무사였다. 내 마음 속 가시는 양심을 움직이게 만들고 또한 중심 잡게 만드는 자각과 반성의 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