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의 창

내 마음에 사색이 깃들면 가을이 온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자신을 돌아볼 때,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by 정유지

가냘픈 혈관 뚫고 피 한 방울 돌고 돈다

척추와 어깨 지나 손등으로 쏠린 핏줄

산사람

마음 허물며

내려앉은 햇살아

- 정유지의 시 「단풍」 전문

오늘의 화두는 ‘느림의 미학’입니다.

요즘은 겨울인데 내 마음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네요. 내 마음에 사색이 깃드니 가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더 큰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뜀뛰기를 하느라 제 주변을 둘러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니, 어느새 마음속에 깃든 단풍을 맞이하게 됩니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자신을 돌아볼 때, 볼 수 없었던 자신을 물들인 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장애물이 있겠지요.

만약 그 장애물을 치울 대의명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우회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주말 고속도로보다는 철로를 선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구간-구간'을 '입석-좌석'으로 번갈아가며 기차표를 끊어 놓고

무궁화호로 상경하면서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지요.


물방울도 한곳을 향해 30년간 떨어지면 결국 바위도 뚫립니다. 물방울처럼 작은 것도 꾸준하게 한 곳에 집중하면 청운의 꿈도 이룬다는 의미입니다.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마냥 즐거워했던 무궁화호 기차여행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납니다.

기찻길의 창밖 풍경도 감상하면서 급하지 않게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무궁화호 타는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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