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닌 거야
꽃을 잎이 못 보고 잎을 꽃이 못 봐도
특유의 마늘 향으로
그리움을 삼킨 너
견우와 직녀보다 더 슬픈 사랑인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고 비워내듯
누군가 그리워하며
붉디붉게 우는가
-정유지
오늘의 창은 ‘상사화’입니다.
상사화(相思花)는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식물입니다. 꽃이 피면 잎은 이미 지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없습니다. 즉,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늘 함께할 수 없는 운명적 엇갈림의 상징입니다.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닌 거야'라는 말은, 부재의 현존성에 대한 선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는 지속된다는 존재론적 인식이자, 사랑의 흔적이 물리적 부재를 초월한다는 믿음입니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고 비워내듯'처럼, 사랑은 ‘함께 있음’이 아니라 ‘비워냄’ 속에서도 성립한다는 역설적 인식입니다. 이는 불교적 공(空) 혹은 현대적 관계론의 시각과도 연결됩니다.
'붉디붉게 우는가'의 마지막 행에서 상사화의 강렬한 붉은 빛은 ‘사랑의 절규’로 변합니다. 눈물이자 피이고, 부재와 그리움이 한데 엉겨 만든 강렬한 색채. 이로써 시는 조용한 시작에서 격정적 절정으로 나아갑니다.
일반적으로 상사화의 잎은 이른 봄인 2~3월경에 넓고 길게 올라왔다가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6~7월경 다 져버리고, 이후 꽃대가 올라와서 8~9월경 꽃이 핍니다.
서로 영원히 그리워만 하는 상사화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아픈 사랑’입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함께하지 못해도 서로를 증명하는 꽃입니다. 부재 속의 사랑, 엇갈림 속의 그리움을 상징하는 꽃이 바로 상사화입니다.
비극적 초월, 서정적이고 슬픈 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웃을 어루만져주는 서정의 삶을 반추하는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의 액티브 시니어를 응원합니다.
“상사화는 만날 수 없어 더 깊어지는 사랑의 꽃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아픈 사랑의 대명사 상사화. 그런 꽃말에도 불구하고 상사화는 그리움의 대명사이다기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