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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창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봄이다.

사랑 깃든 용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도화선이 된다. 사랑은 위대하다

by 정유지

굶주린 조카 위해 빵 훔친 생계범죄

탈옥을 반복하다 십구 년 감옥살이

전과자 인생을 바꾼

따뜻한 말 한마디

- 정유지의 시, 「장발장」 전문

오늘의 화두는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장발장이 생계형 범죄로 19년간 옥살이를 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살인 같은 중대 범죄가 아닌 생계형 범죄자가 재활의 기회를 얻어 세상에 나왔다면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봄입니다. 자식이 축구공으로 중학교 유리창을 깨트려 부모가 유리값을 물어줄지라도 절대로 그 자식을 나무라지 않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봄이 깃든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울 아들이 얼마나 발힘이 셌으면 축구공으로 그 먼 거리의 교실 유리창까지 깼을까?"라며 오히려 자식의 편을 들어줍니다. 장발장은 그런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가슴속엔 늘 차가운 유빙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내가 준 은촛대는 왜 가져가지 않았느냐?”라는 말은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장발장』 소설 일부 내용 중 장발장에게 미리엘 주교가 한 말입니다. 일명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로 불리기도 합니다. 따뜻한 말 마디가 장발장의 마음을 움직여, 전과자라는 한계상황을 극복하는 단초가 됩니다. 전과자 인생을 바꾸게 됩니다. 위대한 사랑의 힘입니다. 사랑이 깃든 용서의 힘입니다.


성당 주교관의 은그릇을 훔친 혐의로 붙잡힌 장발장에게 미리엘 주교가 장발장을 위해 한 말입니다.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친 죄와 잇단 탈옥 시도로 인해 19년간의 옥살이를 끝내고 세상으로 나오지만 전과자 장발장은 식사도, 잠자리도 구할 수가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냉대와 두려운 시선으로 그를 멀리할 그 시기에, 이제 막 출소한 자신에게 하룻밤의 숙식을 제공해 준 신부의 집에서 은그릇을 훔쳐 달아나다가 다시 붙잡혀 끌려옵니다. 그때, 미리엘 주교는 은그릇은 자기가 준 것이라고 말하며 은촛대마저 장발장에게 준다는 스토리입니다. 장발장은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사랑이 깃든 사람대접을 받고 눈물이 북받쳐 흘렀습니다. 미리엘 주교의 감화에 새롭게 ‘마들렌(Madeleine)’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는 장발장의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1862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원래 제목은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레 미제라블>입니다.

전과자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숨죽이며 사는 이들이 우리 주변엔 참 많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전과자가 한 번의 전과 기록으로 인해 영원한 범죄자로 낙인찍히면서,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은 그 자체가 불합리한 것입니다. 장발장이 전과자라는 낙인을 벗고 과거와 단절할 수 있었기에 기업가로 성공하고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 실수는 인생의 오점이기도 하지만,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고 참회하며 사는 이가 있다면, 그를 따뜻하게 용서하는 미리엘 주교 같은 존재가 있을 것입니다.

오해와 편견은 미움과 증오심을 키우는 도화선이 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마음으로 장발장을 대해 준 미리엘 주교의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뀌게 만듭니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커피 한 잔을 꺼냅니다. 이 잔으로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와 함께 사랑을 나누는 하루를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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