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두는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모래시계는 가상의 바다 풍경을 상징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기다림의 미학을 생성시킵니다. 바다의 파도를 쏟아냅니다. 겨울을 왈칵 보내는 샛바람을 부릅니다. 끝없이 눈물 흘리듯 오직 봄볕을 그립니다. 기다림은 쌓일 때, 반복될 때, 더욱 간절해집니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다시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전문
인용된 작품은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전문입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릴 때 가슴은 물이 듭니다. 나는 나무가 되어 기다림을 새긴 단풍을 가슴에 품습니다. 아리고 아픈 기다림의 단풍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나무가 되어 단풍숲을 만듭니다.
동녘하늘을 햇살이 수놓는 아침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미리 가서 기다려 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흔치 않겠지요. 약속 장소에 미리 30분 전에 가서, 또는 1시간 전부터,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나머지 무작정 가서, 멀리 떠나갔지만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다림으로, 상대방 모르게 만나고 싶은 탑 시크릿 같은 설렘으로, 내가 하는 일의 성과를 전해 줄 그 누군가까지 다양한 빛깔의 기다림들이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간절함입니다.
간절할수록 마법처럼 그 기다림의 문은 열릴 것입니다.
심장의 붉은 박동소리를 몰고 힘차게 걸어가는 활기찬 하루, 환하게 안부를 전하며 간절함을 담아내는 바다 같은 일상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