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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난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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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현

나는 낭떠러지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배후를 바라볼 수 있는 겨를도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감하게 후방을 바라본다.

가장 먼저 친아버지가 보인다. 격정적으로 몸짓을 하면서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뛰어내려도 죽는 것은 아니라고-

이후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는 몸짓을 최소화하고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차마 감출 수 없어서 몹시 애가 타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동생이 보인다. 저이는 무심하게 보인다. 내가 당장 뛰어내리든 그렇지 아니하든 본인과 무관한 일로 치부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렇게 여기는 것 같다.

나는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다. 이제 배후는 바라보지는 않는 상태다. 낭떠러지에서 아직 떨어지지는 않고 여전히 서있는 모양새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판단을 거쳐서 결정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것 같다. 나는 모종의 중압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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