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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18년

by 고대현

2018년, 당시에 나는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태생적으로 턱의 관절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도 그 해에 알았다. 덩달아 치아도 많이 영향을 받았다. 판정 이후 지속적으로 건강을 잃었다. 직장을 잃었다. 친구를 잃었다. 같이 셋방에서 지내던 친동생은 서울로 떠났다. 혼자가 되었다.

우연히 호젓한 골목을 산책을 하다가 도서관을 발견했고 입장하니 책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난생처음 도서관의 방문이라 어리둥절한 상태로 아무 책을 골라서 잡아보고 읽어보고 다시 책이 있던 자리에 꽂기를 반복을 했다. 이후 내가 도서관을 통해서 완독 한 최초의 소설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또한 수준이 낮아서 비교적 쉬운 자기 계발서 위주로 완독을 해나갔다.

으슥한 곳, 도서관 가장 구석에 적은 양의 책이 구비되어 있었다. 나는 그곳에 발을 디뎠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국내 교수님들이 집필한 비교적 쉬운 책부터 완독을 했다. 점점 속도와 지식이 붙었다. 이제 계발서는 읽지 않기로 다짐만 했다.

당시 셋방에서 가까운 도서관이 멀리 이전을 했기에 그다음으로 가까운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을 했다. 이 시점은 교만해서 계발서는 완전히 손을 놓은 상태였다. 어떤 책도 두렵지 않았다. 계발서만 읽은 내가 지녔던 생각이다. 다짐은 현실이 되었다.

계발서도 아니고 철학도 아닌 문학 전집을 하나부터 열까지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견하게 된 철학자 이름, 비교적 익숙한 - 프리드리히 니체! 철학자가 문학을? 제목을 보자.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 기록인가? 자라투스트라의 생전 말을 기재한 책인가? 자라투스트라가 어떻게 말을 했길래? 나는 냉큼 책꽂이에서 빼서 도서관 실내에 앉아서 첫 장을 펼쳤다.

단 하나의 단어도 그리고 문장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뭘까? 나는 계발서를 많이 읽었는데? 철학도 좀 알고 있는데? 이 책은 도대체 뭐지? 무슨 말이지? 단어와 문장이 읽히지가 않는다. 아예 불가능하다. 직후 책을 있던 자리에 꽂았다. 그리고 도서관을 즉각 벗어났다. 무언가 내면에서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남들과 다르게 계발서를 많이 읽은 사람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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