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난삽하다

기생자

by 고대현

만일 나에게 어떠한 사물도 없고 연필만 있다면 나는 선을 긋고 싶다. 아니 선을 그을 것이다. 그래야만 할 것이다.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그렇다! 나는 선을 긋고 싶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나의 몫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나의 잘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나의 책임인지. 그리고 언제까지 내가 현존할 수 있는지…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선을 긋고 싶다. 어떠한 사물도 나한테는 없고 오직 연필만 있다면 나는 선을 그을 것이다. 그어야만 할 것이다. 오직 연필만 있는 세상에 내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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