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난삽하다

폐물

by 고대현

정오가 약간 지난 시각, 나는 권태를 느끼기에 충분한 인간인지 모르는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발걸음을 재촉하다 도착한 곳은 어느 식당- 해수욕장이 보이는 혹은 바다나 강변 따위에 인접한 곳에 위치한 실내다. 나는 비교적 불친절한 직원의 응대를 뒤로하고 우두커니 야외를 바라보고 있는데 몇몇 인간들은 쓸모없이 시끄러운 와중에 어떤 아리따운 여성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여성을 유심히 보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다시 야외로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에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여성이 내 눈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나는 비켜달라고 말하기 전에 우선 친절하게 대화를 시도할까 했으나 상대가 먼저 나를 향해서 운을 떼었다- 일순간 주변인들이 우리에게 시선을 집중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달까? 뭐 어쨌든 그녀가 이제야 말했다- {반가워요! 초면에 실례지만, 당신이 내 눈 앞에서 썩 꺼져버렸으면 좋겠네요} ? 이런 무례한 년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나는 즉각 그 말을 듣자마자 상대의- 아리따운 여성의 어깨를 밀치고 가볍게 어수선한 주방으로 입장해서 어리둥절한 직원들을 앞과 뒤로 한 채 저지하는 인간이 내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오려는 순간 나는 아리따운 그녀가 바라보기 꽤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위치에서 서서 굉음을 부르짖으며 식칼로 할복자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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