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은 생각보다 빨리, 규칙적으로 찾아왔다.
분만실에 연락하고 남편과 아들을 깨웠다.
새벽 여섯 시를 조금 넘긴 시각,
우리 세 식구는 차에 올랐다.
차 안은 고요했다.
캄캄한 도로를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차는 병원 입구에 세워 둔 채
우리는 바로 분만실로 향했다.
아들은 분만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말고, 학교 잘 다녀와.
할머니께서 학교에 마중 나오실 거야.
사랑해.”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들을 꼭 안아준 후
분만실 안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입원수속을 마치고
분만실 밖에서 기다리는 아이에게 갔다.
"학교 잘 데려다주고 천천히 와."
나는 출산 가방을 들고 혼자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은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다.
은은한 조명과 온기에 감탄하며
옷장을 열어 겉옷과 출산가방을 넣었다.
병실 안에 딸린 화장실 세면대에서 따뜻한 물로 손을 씻었다.
첫째 때는 대학병원 다인실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분만장으로 들어갔기에
산부인과 전문병원의 1인 분만실은 마치 호텔 같았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걸터앉자
온몸의 힘이 스르르 풀렸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갓 태어난 아기들의 울음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설레고 있었다.
간호사가 바이탈을 체크하고,
왼 손등에 수액을 연결했다.
차가운 액체가
혈관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원래 주치의 선생님께서 오늘 안 계시는 날이라
당직의사 선생님께서 봐주실 거예요.
지금부터 아무것도 드시지 마세요."
간호사가 나간 뒤,
나는 휴대전화로 평소 즐겨 듣던 음악을 틀었다.
크리스마스 재즈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침대에 등을 기댔다.
카톡 창을 열어
지인들과의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 저 지금 아기 낳으러 병원에 왔어요_ ]
진통이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빨리 진통이 강해지길 바라고 있었다.
만세력 어플을 열어
연월일시를 입력했다.
요 녀석...
오빠와 같은 무신일주가 아니라
정미일주로 태어나게 되는구나.
우리 집에 작은 불덩어리가 태어나겠네.
왠지 웃음이 났다.
그때의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전혀 알지 못했다.
(9화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