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순조로웠다.
아들을 등교시키고 돌아온 남편.
진통 강도는 점점 올라갔지만
무통주사가 잘 들어
나는 편안했다.
지인들과 카톡을 하며
자꾸만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에 태어나면 좋겠다.
그럼 시주(時柱)에
목(木) 기운이 들어갈 테니까.
남편은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크리스마스 재즈를 따라 흥얼거렸다.
조금씩 통증이 올라왔다.
유튜브에서 봤던 호흡법을 따라 했다.
간호사가 체크하러 오는 간격이 점점 짧아졌다.
"자궁문은 다 열렸는데 아기 머리가 아직 안 내려왔네요.
힘을 더 많이 줘보세요."
간호사는 힘주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시계는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화(火) 기운이
너무 많으면 안 되는데...
이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
무통주사는 중단되었다.
온몸이 뒤틀리는 통증이 점점 커졌다.
나는
짐승처럼
울부짖고 싶었지만,
어금니를 꽉 물었다.
담당 간호사가 다시 들어와
아기 심박과 진통 그래프를 확인하며 말했다.
“시간이 좀 되었는데 아직 아기 머리가 안 내려와서
의사 선생님을 부를게요.”
잠시 후 낯선 얼굴의 의사가 들어왔다.
"산모님, 힘드시죠? 제가 한번 확인해 볼게요."
의사는 내진을 하더니 말했다.
“우선 조금만 더 해보죠.”
자궁수축제 투여 속도가 빨라졌다.
눈앞이 점점 아득해졌다.
정신을 붙잡으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침대 난간을 붙잡은 손이 흥건한 땀으로 자꾸 미끄러졌다.
아아악-
나는 기어코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내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남편은 말없이 내 손을 꽉 잡았다.
"아기 위치 확인을 해볼게요."
의사가 이동식 초음파를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아... 아기가
하늘을 보고 있네요.”
잠시 침묵.
“아무래도 자연분만이 쉽지 않겠어요.
...수술을 해야겠어요."
그 말에
눈앞으로
동아줄이 내려왔다.
지옥불 위로 고요히 내려온 동아줄.
나는 그게 썩은 동아줄이라고 해도
잡기로 했다.
(10화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