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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성 Apr 19. 2024

도시가 어때서, 난, 서울이 좋다!

아침에 용산역에서 문득~~

용산역 롯데리아(2024. 4.16)

오전 7시 19분 용산역 대합실, 난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서 대합실내 롯데리아 안에 앉아서 아직 덜 마신 커피잔 앞에 놓고 멍때리며 유리벽 안과 밖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대부분 바빠 보인다. 급히 서둘러 먹거나 빨아들이거나 마시면서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보며 터치하거나 두드리고 있다. 모두들 어디론가로 무언가 하러 갈 길이 바빠 보인다. 난 이제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

용산역 롯데리아(2024. 4.16)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이제는 국제 대도시가 된 서울에서 오늘 이 순간처럼 한가함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 내가 살며 지나쳐온 어떤 시절과 순간의 한 장면들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회상하는 나의 젊은 시절 그 당시의 그림 같고 영상 같은 이미지의 배경과 현장은 모두 도시풍경 속에 있다.

연세대앞 쌍굴다리 사이 동네 창천동, 딱지치기, 구슬치기, 으찌니쌈, 정월 대보름 불깡통 돌리기, 윗동네 철길동네 애들과 패싸움, 짱돌 던지기..., 전쟁 경험 탓이었는 지 그때는 그런 것도 놀이였고 문화(?)였던 것 같다. 

구 양정중 교정(현 손기정 기념공원) 안의 손기정상 

창서국민학교 때 교가는  "서쪽에 우뚝 솟은 산은 와우산, 쉬지 않고 자라는 푸른 소나무~"로 시작하는 데, 그 와우산에 지어진 첫 서울시 서민아파트 와우아파트가 불량 시공으로 무너졌다...  창서국민학교(6년 개근상, 착실했다^^), 개구장이로 졸업하고, 버스 타고 북아현동에서 내려서 만리동 고개길 넘어 다녔던 양정중학교에서 알게된 손기정, 남승룡 선배, "은혜로 열려진 기름진 밭, 귀엽게 자라는 새나무 싻~" 지금 생각해 보니 교가 구절중 이 구절이 약간 거시기하다. 


중2때 이사간 연신내 갈현동 봉산자락 밑의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택지에 지어진 신축 집장사 양옥주택, 연신내에서 구파발 또는 삼송리 종점에서 오는 158번 신성교통 버스 타고 서울역에 내려서 남영동으로 와서 수도여고와 미군부대 담장 사잇길로 등하교했던 남산자락 밑 후암동 용산고, 수업 후에 유도부에 가서 운동하고 어둑해 진 밤에 귀가하고, 여름방학엔 모서운동, 도복을 쥐어짜면 땀이 빨랫물처럼 떨어졌고, 겨울방학땐 모한운동..., 유도부 친구들, 용고 교가 구절에 있었던 "~ 한가람 물결은 끊임이 없어 자유와 관용을 깨우치도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거 절반도 "깨우치지" 못했던 것 같다. 


청소년기 방종의 끼를 절제하지 못하고 철없이 굴었었고, 대학입시 1차 낙방을 확인하고 또 다시 확인하던 그 순간의 쓰라렸던 가슴과 심장~! 

그리고 후기(2차) 입시로 들어간 서울산업대학(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 다시 방황, 방탕, 낭만(?), 그리고 연극 연습과 숙소 기능을 겸했던 연극반 반실~, 휴학, 군입대, 복학. 


대학 졸업후 대학원 진학(서울대 환경대학원)과 국토연구원 도시/지역/국토/토지/동북아 연구팀 연구원 생활, 그리고 중국인민대학 유학과 저장대학(浙江大学) 토지/도시관리학과에서 10년 교수 생활. 그리고 2014년 귀국후 공주시 소재 충남연구원 중국팀장과 2017년부터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한중부동산 전공 주임교수 생활, 그리고 「중국경제지리론」, 「중국현대사」 등 저서 출간과 유튜브 강의 시작, 그리고 요즘에 시작된 가장 좋아하는 일은 등산과 걷기, 그리고 외손주를 집 부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찾아오고  돌봐주기...^^.

서울, 베이징 5년, 상하이 6개월, 항저우(杭州) 10년,  한국에서건 중국에서건 나의 거주지는 모두 대도시내였다. 그래서 그런가? 나의 기억과 추억엔 녹색과 향토색이 느껴지는 전원적 색채 같은게 거의 없다. 그래서 그걸 아쉬워한 적도 있었다. 왜 나의 기억의 현장과 배경은 모두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도심지내 인파와 군중이 들끓는 듯한 시장과 상점, 그런 류 뿐인가?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도시가 어때서? 서울이 어때서? 이제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겠다. 나는 도시가 좋다. 내 고향 서울의 한 구석 어느 모퉁이에서 찬찬이 자족하며 살겠노라고~. 


 #나는_서울이_좋다 #도시가_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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