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소설 번역 연재: 罗伟章의 중편소설 '我们的路'
매표소에서 나오자 춘매(春妹)가 바로 다가와서 물었다.
“오뺘, 우리 좌석이 같이 붙어 있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몇번 본 후에 말했다.
“춘매야,어쩌냐, 마지막 한장밖에 없다”
그 말을 듣자 춘매의 눈에 눈물이 촘촘이 새어나와서, 깊고 굽은 그녀의 속눈썹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따바오(大宝) 오빠, 오빠가 차표를 갖고 고향에 가. 나는 못가면 그만이지”
춘매의 울음과 애걸하는 눈빛…, 그런데 그 눈빛에 나는 화가 났다. 그녀는 내앞에서 울어서도 애걸해서도 안되지 않는가. 춘매는 고향 떠나온 지 이제 1년 여 밖에 안되었지만, 나는 장장 5년이다. 집에는 아내가 있고 또 딸도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미 그들의 모습을 잊었다! 내가 떠나올 때 채 석달도 안되었던 딸아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아내의 얼굴이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녁때 아내 얼굴을 떠올려 보려 하면, 어느 순간엔 이런 모습, 또 어느 순간에는 저런 모습으로 바뀌며, 떠돌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며 도무지 고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 든 가족을 보러 다녀와야겠다. 이번에도 가지 않는다면 그녀들을 영영 잊어 버릴 것 같다.
그러나 현재 내 손에는 오직 한장의 표만 쥐어져 있다. 춘절은 하루 반 나절도 안 남았고, 이 열차를 놓치면 춘절 후의 표를 사야 한다. 빨라도 정월 초하루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는, 나는 망설일 수 밖에 없다. 내가 일하고 있는 그 건축공사 현장은 정월 5일에 일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곳 광동에서 나의 쓰촨(四川) 동북부 고향집까지는 어떻게 간다 해도 최소 이틀은 걸릴테니 나는 집에 가서 엉덩이도 덥히지 못한 체 총총히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장이 고의로 억류해 놓은 두달 치 노임을 포기해야 한다. 나는 모질게 맘을 다져 먹고 춘매가 자기 열차표를 사달라고 준 돈을 다시 그녀 손에 쥐어 주었다.
춘매는 절망 상태에서 울음을 꾹 참고 있었다. 이제 막 만 16세이지만 그 모습만은 어른 같았다. 눈에는 절망이 가득 차 있는 데, 또한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이기도 한, 그 자제된 냉정함이 무서웠다.
춘매가 말했다. “오빠 조심해서 가, 고향에 가거든 우리 아빠, 엄마에게 어떤 말도 해선 안돼, 응……”
“오빠 믿어라, 나는 아무 말도 안할 것이다. 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춘매가 다시 소리없이 울었다. 눈물이 촘촘이 앳된 얼굴에 번졌다. 그녀는 소리없이 울고 있지만, 등에 업힌 갓난아이는 소리내며 울었다. 아이는 그녀가 한달 반 전에 낳았다. 남자아이다. 깡 말라서 쥐새끼 같이 보였고, 울음소리도 그랬다. 앵애앵애~. 춘매는 포대기 치마 위로 아이의 엉덩이를 안고, 고개를 돌리며, 부드럽게 얼렀다. “오 내 귀한 아가 배고프지, 아가 젖먹고 싶지, 엄마가 알아, 엄마가 곧 우리 아가 젖먹여 줄께”
그 사이, 그녀의 눈물이 더 많이 나와서, 깡마르고 누런 두 볼에서 뾰족한 턱으로 흘러내리며 물줄기를 이루고, 끊임없이 아래로 떨어져 그녀의 앞가슴을 꽤 넓게 적셨다.
그것은 젖이 아니고 정말로 눈물에 젖은 것이었다. 낳은 지 얼마 안된 아기를 몸에 업고, 동여 맨 두개의 끈이 중간에 조여주고 있긴 해도 젖이 나온 건 아니었다.
누구라도 이런 광경을 보게 되면 마음이 약해질 것이다. 나는 그녀 손안의 돈을 다시 빼앗아 움켜쥐고 동시에 내 손안의 한장뿐인 그 열차표를 그 손에 쥐어주고, 재빨리 몸을 돌린 후 인산인해의 광저우(广州)역 광장을 가로 질러 나와서 시외 장도(长途)버스를 타고 포산(佛山)시 공사현장으로 돌아왔다. (계속)
중국어 원문 출처:《小说选刊》2006年第1期
작가 뤄웨이장(罗伟章),1967년 쓰촨성(四川省) 출생, 1989년 충칭(重庆)사범대학 중문과 졸업, 현재 청두(成都) 거주. 대표작: 장편소설 《饥饿百年》《不必惊讶》《大河之舞》《磨尖掐尖》《太阳底下》《空白之页》《声音史》등. 중편소설집《我们的成长》《奸细》. 중단편소설집《白云青草间的痛》. 산문수필집《把时光揭开》《路边书》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