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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길(我们的路)(2)

중국현대소설 번역 연재, 罗伟章의 중편 소설, ‘我们的路’

by 탐구와 발언

  내가 일하는 공사현장은 광저우시 서쪽 포산(佛山)시 경내에 있다. 가설 철판 막사 안 바닥에 설치된 잠자리에서 42명이 살고 있다. 현재는 절반 이상의 자리에 이불이 게어져 있고, 그 이불의 주인들은 모두 춘절을 쇠러 고향 집으로 떠났다. 그외에 아직 남아있는 자들도 모두 다른 현장 다른 도시로 고향 친구 등 지인을 찾아 갔다. 나에게는 이 도시 전체에 같은 고향 출신이 오직 한명, 바로 춘매뿐이다. 그러나 춘매는 세시간 후에 고향가는 열차를 탈 것이다. 동관(东莞)과 순더(顺德)에도 고향 사람이 있긴 하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나는 그들이 설 쇠러 귀향했는 지 여부조차 모른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으나 먹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신을 벗자 마자 이불 속으로 들어 갔고 머리에 푹 뒤집어썼다. 나는 다시 나의 아내와 딸 생각을 했다. 20일 전에 고향집 아내에게 편지를 부쳤고, 금년엔 춘절 전에 꼭 가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날이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말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어제 또는 그제가 될 거라 추측하도록 했을 것이다. 나의 아내는 내가 없는 사이에 이미 다섯살도 넘긴 어린 딸을 데리고 마을 입구의 평평한 큰 돌 위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두 모녀가 아침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 돌의 앞뒤좌우에는 모두 큼직큼직한 청강수(青冈树) 나무 숲이 있고, 이 계절이 되면 그 나무들에는 잎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아서 찬 바람이 거침없이 나무 사이를 통과해 불어댈 것이니, 그 돌위에서 기다리고 서있는 두사람은 얼음 막대처럼 될 것이다. 아내는 류머티스 질환이 있는 데 어떻게 그 찬바람을 견뎌낼 수 있을까…? 게다가 나의 아내와 딸은 결국 춘매를 만날 것이고, “따바오(大宝) 오빠는 금년에도 설쇠러 오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 정말로 너 정따바오(郑大宝), 돈을 벌기 위해 가족조차 필요없다는거냐?

  매년 춘절 전에는, 맑은 날이건 흐린 날이건 공기중에 떠 다니는 명절 분위기와 냄새가 가려지지 않는다. 이것들이 내 눈과 코에 들어오면 모두 외로움으로 바뀐다. 특히 오늘, 나는 본래 집에 가기로 굳게 결심했고 돌아갈 열차표까지 손에 쥐었으나, 결국 그 기회를 춘매에게 양보해 주고 말았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나는 춘매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춘매는 정말로 내앞에서 울지 말았어야 했다. 그 애는 광동에 온 지 불과 1년여 밖에 안됐고, 이제 막 만 16세에 미혼모로 아이까지 낳아 놓고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운단 말인가? ……

  내가 이불을 열어 제낄 때에는 이미 어두웠다. 멀리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시내에서 아이들이 미리 폭죽을 터뜨리며 노는 것일 터였다. 공사현장은 시내와 일정 거리 떨어져 있어서, 그 소리가 전해져 올 때는 오직 매우 날카로운 소리만 들려서, 마치 세상을 멸망 같은 적막 속으로 더 깊이 밀어 넣는 것 같았다. 철판 막사 밖은 어수선한 공사현장이다. 재료를 지키는 경비원 한명 외에는 거의 사람을 볼 수 없다. 문득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외로운 들귀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막사 바깥에서 음산한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이 나의 이불 속으로 들어와 꼬랑내 나는 나의 발가락을 꼬집었다. 나는 문득 허빙(贺兵)이 돌아온 것 아닐까? 생각했다. 허빙이 이 같이 가장 친밀한 방식으로 새해를 앞둔 나의 고독을 해소해주려고 온 것 아닐까?

산시(陕西) 호적인 허빙은 나와 관계가 가장 좋았다. 그러나 그는 작년에 건축공사 현장 대나무 비계에서 떨어져 죽었다. 사고 발생 불과 한시간 전에 그는 사장과 한바탕 언쟁을 했다. 사장이 우리들의 노임 3개월분을 억류했기 때문이다. 허빙이 사장에게 말했다. “왜 우리들의 노임을 억류합니까? 중앙이 농민공의 임금 억류를 금하지 않았습니까?” 사장은 덩치가 컸다. 마르고 왜소한 체구의 허빙 앞에 서니 마치 성벽 같았다. 그는 허빙의 모습을 매우 얕잡아 보면서 담배연기를 동그랗게 말아서 뱉으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중앙은 관원의 부패도 금지했지”

허빙이 말했다. “그것은 다른 일입니다. 우리가 정부관원들의 부패에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노임을 받겠다는 겁니다.”

사장은 “퉤”하고 담배꽁초를 땅에 뱉었다. “너 지금 소란 떨겠다는거냐, 내가 안 주겠다는 게 아니고, 재료를 사려고 잠시 미루자는 것이다. 너 일하기 싫으면 꺼져라.” 허빙은 감히 다시 대꾸하지 못했다. 현재 농민공이 매우 많다. 이들은 외지에서 10년, 20년 일했고, 이들의 자녀들도 모두 성장해서 민공이 되었다. 도시내 민공은 모두 이미 두 세대에 걸쳐 도시 안에서 떠돌고 있다. 정말로 공사현장을 떠나 버리면, 다시 할 일을 찾지 못하고 계속 떠돌며 세월을 보내다 낙담하고 결국 그의 고향 황토고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를 낳고 그를 길러준 땅, 그러나 보고 또 봐도 그 황토에서 돈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허빙은 말없이 대나무 비계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가 비계에서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머리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가스통이 폭발하는 소리 같았다. 나의 동료 허빙이 그렇게 죽었다. 사장은 소식을 듣고 산시(陕西)에서

뒷일을 수습하러 온 그의 부친에게 1만위안을 주었다. 그의 늙은 아버지는 멜빵으로 차가운 유골함을 등에 지고 고향집으로 돌아갔다. 노인은 가는 길에 도둑이나 강도를 만날까 두려워서 그 돈을 유골함 안에 가장 낮은 곳에 밀어 넣고 부둥켜 안고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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