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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길(我们的路)(3)

중국현대소설 번역 연재, 罗伟章의 중편 소설, ‘我们的路’

by 탐구와 발언

스스로 내 발을 꼬집고 나니 허빙(贺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고, 이제 귀향하여 부모 곁에서 함께 할 것이다. 현장 철판 막사에는 또 나만 홀로 남았다. 나는 이제 외로움뿐만 아니라 두려워졌다.

  그래 돌아가자,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미 5년간 가지 못했다. 아내와 딸의 모습조차 모두 잊어버렸다. 나의 부모는 일찍 돌아가셨으니, 집에 있는 아내와 딸이 현존하는 나의 유일한 가족이다. 이번 춘절에는 정말로 꼭 돌아가서 그녀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

농민공

  그러나 문제는, 나의 두달치 노임이 사장의 손 안에 있다는 것이다. 사장(老板)은 나를 포함 12명 민공의 두달 치 노임을 억류해 놓았다. 춘절 지나고 우리가 그 시간 안에 돌아와 출근하면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은 그 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두달치 노임 1천여 위안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추위 속에서 한 노동은 헛고생이 되는 것이다. 사장이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을 붙잡아 두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이처럼 요상하다. 한편에선 민공(民工)이 할 일을 못 찾고, 또 한편에서는 사장이 민공을 못 찾고 있다. 천지는 당당하고 밝은 데, 어느 지점에서 어긋난 것일까? 사실, 사장이 민공을 못 찾는 게 아니다. 사장은 늘 갑이고 주동적이다. 역전 부근, 나무 그늘 아래, 도처에 외지에서 온 농민들이 앉아 있다. 사장은 한번 나가면, 한 시간도 필요없이 민공들을 가축처럼 꽁무니에 달고 돌아올 수 있다. 사장이 원하는 건 나와 같이 정직하고 성실한 민공이다.

  사방이 어두컴컴하니, 마치 관속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배가 고팠다. 이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명이다. 시장기가 나의 오장육부를 점하고 있어서 뭔가를 먹지 않으면 이 밤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일어나서 철판 막사에서 나와서 300여미터 걸어 나간 거리에서 몇 군데 식당 앞을 배회하다가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3위안 짜리 사발면 하나를 사들고 돌아왔다.

  현장 막사 안의 전등은 자재를 지키는 경비가 통제한다. 그는 사장의 처남이다. 그에게 전등을 켜달라고 하자, 그가 나에게 막사 안에 몇 명이 있냐고 물었다. 나 혼자뿐이라고 하자 그가 말했다.

“혼자서 뭔 등을 켜냐. 너 외지에 나와서 몇년간 일했다고 마치 사장이라도 된 듯이 말하는 데, 너는 사장이 아니다. 민공이다.”

  “……그럼 켜지 맙시다.”

  “켜고 안켜고는 니가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한다. 내가 켜고 싶으면 켜는 거고, 켜고 싶지 않으면 안 켜는 거다. 니가 켜지 말라고 하니 나는 켜야겠다.”

  그가 벽 모서리로 가서, “찰칵” 소리를 내자 저쪽 편 철판 막사 안이 환해졌다.

  그러나 잠깐 뿐이었다. 그가 매우 빠르게 다시 등을 껐다. 나는 원래 그에게 라면을 불릴 뜨거운 물이 필요하다고 말할 생각이었으나 포기하고 깊은 어둠 속을 향해 걸어 갔다.

  뒤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그가 나의 등을 보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런 걸 의식해서 뭐하겠나. 현재 나는 배가 고프다. 뱃가죽이 누더기처럼 되어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릴 정도로 배가 고프다.

  나는 공사장 철판 막사 밖의 수도가로 다가가서 더듬으며 수도꼭지를 찾아서 라면이 담긴 종이그릇에 찬 수도물을 가득 채웠다. 몇 분후에 나는 그렇게 냉수에 불린 라면을 마음 속으로 기이한 감격을 느끼면서 먹었다. 왜 누구에게 감격하는 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뼈속까지 따뜻해 졌다.

농민공

차가운 “탕”을 마시는 데 문득 춘매 생각이 났다. 춘매는 여비로 쓸 돈이 있을까? 그녀가 내게 차표를 사달라며 준 돈은 모두 푼돈이었다. 그 푼돈들 모두에는 매우 많은 작은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춘매가 평소 일이 없을 때 자기 수입을 셈하며 적어 논 것 같았다. 사실 그녀에게는 수입이라 할만한 것도 없다. 그녀에게 있는 것은 오직 신분이 명확치 않은 갓난아이뿐이다. 그 아이를 들쳐 업고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아차, 나는 응당 그녀가 차표를 사달라고 내게 주었던 그 돈을 그녀 손에서 가로 채지 말았어야 했다. 최소한 그녀가 귀향 길에 여비로 쓸 수 있게 일부만이라도 남겨 주었어야 했다. 방금전 거리에서 라면을 살 때 춘매가 빼곡하게 숫자들을 써놓은 그 돈을 점주에게 줄 때부터 떠올랐던 이 생각에 맘이 편치 않았다.


자정이 넘어도 같은 고향 친구를 찾아 나갔던 막사 동료 민공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들은 오늘 밤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아내와 딸 생각을 하고, 고향마을 온 산과 들에 서있는 청강수(오카나무) 생각을 했다. 비록 타향의 공기를 호흡하고, 타향의 차가운 수도물에 불린 라면을 먹고 있지만, 나는 그 멀고도 먼 지역과 더 긴밀하게 피와 뼈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만일 내가 이번에도 또 다시 가지 않는다면, 나는 고향과 가족을 영영 잃어 버리게 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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