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소설 번역 연재, 罗伟章의 중편 소설, ‘我们的路’
그날 낮, 춘매 아버지는 오지 않았지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서, 점심 식사 후 집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모두 노인과 여자들, 그리고 여인들의 품 안에 있는 아직 땅을 딛고 걷지 못하는 아가들이었다. 그들이 온 것은 자기 가족들의 상황을 알고 싶어서였다. 그들의 마음속에 세상은 오직 두 가지뿐이었다. 라오쥔산(老君山)과 그 바깥. 그들의 가족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어떤 이는 저장(浙江)에, 어떤 이는 푸젠(福建)에, 또 어떤 이는 신장(新疆)에, 베이징 등등에… 그들은 모두 나에게 자신들의 가족 또는 친척이 있는 곳에 가본 적이 있는지 물었고, 내가 사실대로 해주는 말을 들은 후에는 말투와 표정에 깊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내가 그 곳에 가보았다면, 내 몸에 그들 친척의 기운이 묻어 있을 것이니, 그들은 자신의 가족과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바램을 만족시켜 줄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밖에서 겪은 나의 비참한 일들을 절대로 누설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을 뿐이다. 그것은 나의 아내와 딸아이뿐만 아니라 모두를 찌를 독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실망시켰지만, 그들의 자부심은 지켜준 것이었다.
그들이 말했다.
“우리 안즈쓰(鞍子寺) 마을에서 나간 사람 중에는 망종(孬種)은 하나도 없어. 저기 윗마을 양자오촌(羊角村) 좀 봐. 어떤 놈은 위조 증명서를 만들고, 어떤 놈은 전기줄을 훔치고, 여자들은 몸을 팔고, 정말 말도 못할 정도야! 도시에 돈 벌러 갔으면, 성실하게 일을 해야지, 그런 허튼 짓을 하면 결국 누구를 욕먹이겠어.”
이어서 그들은 자기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두 매우 자랑스러운 어조였다. “아들이 사장에게 인정받아 하청업자로 발탁되었다”, 또 어떤 이는, 공장에서 딸이나 손녀를 파견 보내주어서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물론 모두 가능한 이야기였다. 외지로 나간 노동자가 모두 나처럼 불운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직접 겪어 봤기에, 농민공들은 모두 그 가족들이 도저히 알 수 없는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소한, 고향과 단절되는 고통……
자기 가족 이야기를 하고 나니, 화제는 이리저리 빙빙 돌았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방향으로 향했다.
나는 진작에 알아챘다. 그 방향은 바로 춘매였다. 그들이 나에게 물었다.
“따바오(大寶), 춘매가 일한 곳이 너랑 같은 곳이었지?”
내가 말했다. “크게는 같은 지역이지만, 꽤 멀리 떨어져 있어요.”
“춘매 있는 곳에 가본 적 없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결국 누군가가 마침내 말했다.
“이 마을에서 춘매가 가장 복이 많은 것 같아. 나간 지 일 년 만에 돈 많은 남자를 만났잖아.”
그러나 곧바로 매우 작은 소리로 반박하는 말이 들렸다.
“그 돈 많은 남자는 어디에 있나? 내가 춘매를 꼼꼼하게 살펴봤지만 그 애 어느 구석에도 돈 많은 남자를 만난 것 같은 흔적은 없더라!”
보아하니, 모두들 그렇게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말투가 낮고 은밀하게 바뀌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춘매가 안고 있는 그 아기 봐라, 마른 국수 한 줄기보다도 작더라! 돈 많은 남자, 재산 많고 기세 등등한 남자가 어떻게 눈에 띄지도 않는 그런 종자를 낳겠어?”
모두 몸을 흔들어 대며 깔깔 웃었다.
내가 베어 온 떡갈나무 가지는 아궁이 속에서 활활 푸른 불꽃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때 불꽃도 마치 따라 웃듯이, ‘화화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우리 집 지붕은 원래부터 낮고 답답해서, 이같은 웃음소리가 음습한 쾌감의 기운을 가득 채웠다.
다시 또 누군가 말했다. “춘매가 입은 그 옷 봐라, 그리고 그 애의 아기가 입은 옷도, 모두 겉은 번지르하지만 사실은 형편없는 천이야. 그날 춘매가 아기 엉덩이에 받친 걸 보니, 지 엄마의 낡은 저고리더라구.”
다른 사람이 곧바로 받았다. “게다가 그 춘매아버지와 엄마말이야, 평소에 남들과 어울리는 걸 얼마나 좋아해. 그런데 이미 정월 초나흘째인 오늘까지 이 부부가 밖에 나온 것 본 적 있어? 마치 겨울에 움추리고 굴 속에 들어간 뱀 같아, 꿈쩍도 안 해!”
이어서 사람들은 과감하게 추측하기 시작했다. 춘매가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외지의 남자들이란, 모두 더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놈들인 데, 돈은 다 쓸 수 없을 만큼 많이 갖고 있고, 할 일은 없으니, 홀몸인 처자가 골목이나 인적 드문 다리 아래를 지나가면, 마대자루를 머리에 뒤집어 씌우고 끌고 가서, 어두운 길모퉁이나 멀지 않은 곳에 얻어논 셋방 등으로 데려가 못된 짓을 한다는 것이고, 설령 발각되고 잡히더라도, 돈 좀 쥐어 주면 문제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옛 조상들이 돈만 있으면 귀신에게 맷돌질도 시킬 수 있고, 귀신을 맷돌로 갈 수도 있다고 했는 데, 이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네!” 그렇게 맞장구를 쳤다.
이 때까지는 그래도 그나마 춘매의 체면을 많이 봐준 것이었다. 춘매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말이었으니, 그러나 그것도 곧 바뀌었다.
“몸을 망친 적 없는 여자는 강간 한 번 당했다고 해서 임신이 되지 않아. 춘매는 강간당하지 않았을 거야. 아마도 남자들과 난잡하게 놀았을 거야……”
춘매의 이름이 거론된 순간부터 나는 목이 막히고 답답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누구도 춘매의 마음속 고통을 알지 못한다. 내 아내도 포함해서. 그러나 춘매는 겨우 열여섯 살이다. 춘매에게 필요한 것은 추측과 의심이 아니고 도움이다. 춘매가 그 아이를 어떻게 기를지, 어떻게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나갈지…,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까지도.
나는 그들이 빨리 이 이야기를 끝내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야 말로 새해 벽두에 농촌에서 가장 성대한 말잔치 거리가 될 터이니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궁이속의 장작이 거의 다 타버려서 장작을 좀 더 패겠다고 하고 나왔다.
떡갈나무 장작들이 곁채 옆에 쌓여 있었다. 나는 도끼로 그것들을 두 쪽 또는 네 쪽으로 쪼갰다. 날이 이미 저물었고, 바람이 대나무 숲에서 불어와 회색 눈송이들을 휘젓고 있었다. 하늘에는 붉은 구름이 밀집해 있는 걸 보니, 오늘 밤에도 큰 눈이 내릴 것 같았다. 눈이 오기 전의 바람은 뼛속까지 시리게 할 정도로 매서운 데, 나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오르내리는 길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우리 집 안에서 빈번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외에는 다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개와 닭조차 짖고 울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집 안의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시골 마을 사람들은 늘 남의 사연에 관심이 많다. 특히 그들이 짓밟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남의 아픔을 위로해 주지 않고, 오히려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내가 사장에게 무릎을 꿇었던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또다시 뒤에서 나를 어떻게 표현할지 알 수 없다. 도시가 칼을 걸어 두고 있듯이, 시골도 똑같이 칼을 걸어 두고 있다. 하나는 딱딱하고, 다른 하나는 무르다.
지금 나의 유일한 바람은 가족하고만 함께 있는 것인데, 아내는 그들과 함께 있고(그녀는 단지 함께 하고 있을 뿐, 말은 하지 않았다), 딸은 꼬마 친구와 함께 어디론가 놀러 갔다. 내가 이제는 자기를 두고 다시 일하러 나가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딸 아이는 꼬마친구들 앞에서 특별히 자랑스러워했다. 한마디 할 때마다 “우리 아빠, 우리 엄마”라 하는 데, 그렇게 고개를 들고 입을 삐쭉 내밀고 말하는 모습이 마치 자기 아빠와 엄마가 매우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딸 아이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이유는 있다. 현재, 아빠와 엄마가 모두 집에 있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 대부분과 달리.
쪼갠 땔나무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가 아내에게 말했다.
“반나절이나 이야기 나눴으니 모두 배 고플거야, 어서 옹심이를 만들어서 같이 먹자.”
그 말을 듣자, 모두 일어나서 작별 인사를 했다. 요즘 시골 사람들은 굶지는 않지만, 여전히 먹는 것을 매우 중시하여 남의 식사 초대를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먹을 것을 권할 때, 말투가 확고하지 않다면, 그것은 이제 그만 가달라는 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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