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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Aug 12. 2021

임신 6주차 이야기 -
입덧의 서막

아빠의 출산일기

  아내가 몸이 좋지 않다. 입덧을 시작했다. 드라마를 보면 음식 앞에서 헛구역질을 하는 것만 입덧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내는 밥 먹을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계속 울렁거린다고 했다. 호르몬이 변하면서 아내 몸이 적응하는 과정인 것 같다. 아내는 미간을 찌푸린채로 TV를 멍하니 보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입덧이 심한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어플을 다운 받았다. 280days란 어플이다. 해당 시기 엄마의 상태, 아기의 상태가 어떤지 보여주고 엄마와 아빠를 위한 어드바이스도 주차별로 솔루션 해준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역시 무슨 일이든 관심이 중요하다.



6주차는 "계속 뱃멀미를 하는 듯한 울렁거리는 기분이 지속되는 시기"라고 한다.


끔찍한 말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군생활을 바다에서 헀고, 배를 1년 정도 타서 그 기분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전역할 떄까지 뱃멀미를 적응하지 못해, 하루에 9번씩 토를 했다. 내 인생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꼽자면 그때였던 것 같다. 다시 배를 타라고 하면 차라리 군생활을 1년 더 하는게 낫다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내의 기분을 백프로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떤 괴로움인지는 어플 덕분에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군대에서 고생했던 보상이 이렇게 돌아오는가 싶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고 보니, 집안일은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바로 저녁 준비를 한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쓰레기가 나오면 분리수거를 하고 그때서야 씻는다. 한숨을 돌리며 저녁 9시 정도이다. 주말에는 청소와 빨래가 기다리고 있다.


나도 적응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내 몸도 상당히 피곤하다. 이래서 애는 일찍 가지라고 하는구나.


먼저 애를 낳아서 키우고 있는 친구들은 지금이 천국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다. 하루 2시간만이라도 안깨고 자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니 고생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로지 아내와 아이를 위할 수 있는 시간이니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오한 일이고 당연한 의무이다. 


지금은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인가 보다.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해야겠지만, 아무래도 쉽진 않을 것 같다. 체력을 키울 방법을 고민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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