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퇴사 연대기

2020.12.05 나의 직장생활과 퇴사

by 최성민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다 퇴사를 하고 싶어 한다. 인터넷에도 만나는 사람들도 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나도 생각이 났다.



나는 2010년도에 처음 퇴사했다. 부산에 있는 조그만 회계사무실에 근무 세무사로 들어갔었다. 거기는 3개월 만에 나왔다. 대표님은 세무서장을 하고 나오신 영감님이셨고 항상 사무실에 계셨다. 업무는 자문하는 회사에서 가끔 전화 오는 거 답변해 주는 거 말고는 크게 없었다. 여자 직원 한 분이 계셨고, 분위기는 느슨했다. 급여도 뭐 일하는 거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았다. 일하면서 제일 큰 걱정은 점심에 대표님께 어떤 메뉴를 추천해야 할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여기를 3개월 만에 나왔다. 답답했다. 한 여름이었는데 대표님은 에어컨을 틀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티브이를 보시며 체조를 했다.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여직원은 발바닥에 땀띠가 나서 병원을 갔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답답해서 죽을 거 같아서 나왔다. 나는 내가 더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매일매일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이 가장 큰일인 곳에서 더 있고 싶지 않았다.



2011년 나는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서울이었고 남대문시장 바로 앞에 있는 큰 회사였다. 좋았다. 매일매일이 재밌었고, 매일 지하철을 타고 넘어가는 한강 풍경은 나도 모르게 내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팀원들도 좋았고 팀장님도 나를 좋아해 주셨다. 나를 아주 필요로 하는 회사여서 나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하게 되었다. 매일 야근이었고, 주말 출근은 자발적으로 하게 되었다. 회사가 이상한 일을 많이 벌려놓았고 그래서 어려워졌고 그거를 수습하는데 온 회계팀이 진이 다 빠졌다. 경영진은 마음이 급했고 그래서 우리를 계속 닦달했다. 우리는 계속 바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좋았지만 일은 너무 어렵고 많았다. 나는 내 몸에 진액이 다 말라가는 느낌을 받았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나는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갔다.



2013년 나는 여의도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거기는 규모도 이전에 있던 회사보다 작았고, 이상한 일을 벌여 놓은 것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다 평온했다. 전 회사에 있던 사람들에 비하면 그곳의 모든 임직원이 그렇게 보였다. 나는 참 중간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나는 또 너무 평온한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인간이란 이렇게 간사한 존재구나. 그리고 점점 나는 직장 생활과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평온하니 팀장은 이상한 것으로 시비를 걸었다. 내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거기서도 친한 친구들은 꽤 있었다. 솔직히 그 친구들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 회사나 학교나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 때문에 살고 사람 때문에 죽는 것이다. 점점 의욕이 없어졌고 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은데, 과연 이게 내게 맞는 길인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두고 3개월 정도를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2015년도 나는 또 직장을 구했다. 이번에는 잠실에 있는 회사다. 여기에서는 요새 말하는 직장 괴롭힘을 당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나름의 투쟁을 하였지만 나는 안중근 의사가 되지 못했고 그냥 이름 없는 독립군에서 끝이 났다. 여기는 내가 다녔던 회사 중에 제일 분위기가 이상했고, 기업문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팀에 또라이 같은 놈이 군림하고 있었고 팀장은 그냥 그걸 관망하고 팀원들은 그 또라이에 눌려서 주눅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는 나의 직장 생활을 향한 미련을 완전히 끝장내도록 누가 골라준 곳 같았다. 결국 나는 직장 생활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고 6개월 만에 그만두고 나왔다. 그리고 그만둔지 딱 일주일 만에 사업자등록증을 내었다.



5년 정도의 시간에서 나는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나는 직장 생활과 맞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직장 생활을 좋아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름 잘 지낸다. 지나온 회사들의 사람들과도 연락하고 자주 만난다. 하지만 나는 직장 생활과 맞지 않다. 상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그 회사들의 체계와 그들이 나에게 명령하는 방식, 일 하는 방식에서 오는 각 회사들이 가진 오래된 비효율이 나를 힘들게 한다. 어느 회사에나 있는 성실하지 않은 동료, 상관, 타팀 동료 등이 나를 힘들게 한다.



내 생각에 나라는 사람은 직장 동료나 상관에게 보면 좀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를 별로로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전형적인 직장인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 친한 동료를 그냥 친구처럼 대했고, 회식 자리에서는 팀장님한테도 나름 조심했지만 편하게 말하려고 했다. 최대한 절차를 지키려고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은 웬만하면 하려고 노력했다. 그냥 생겨먹은 대로 살았다. 나를 거기에 맞추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니 안 맞았겠지.



생각해보면 직장 생활이 재밌고 즐거운 이유는 다른게 없다. '사람' 사람이다. 옆에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다면 회사가 아무리 이상해도 그럭저럭 잊어먹고 다닐 수 있었다. 근데 그 조건도 안 갖춰지면 정말 힘들다. 길게 다닐 수가 없다.



결국 써보니 나는 직장 생활이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5년간을 보낸 것이었나 싶다. 내 사업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검증이 필요했나? 이걸 이렇게까지 검증할 필요가 있었나???? 쓰고 나니 좀 우습다.



나는 직장 생활이 하고 싶었다. 티브이에 나오는 하얀 와이셔츠 입고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뛰어다니는 엘리트 같은 모습이 되고 싶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목에는 사원증을 걸고 길을 걷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와이셔츠를 입고 서류를 들고 뛰어다니고 있었지만 전혀 엘리트 같지 않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거리를 걸었지만 그 커피는 살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었다. 현실은 비루하고 남루했다. 고민은 하루하루 깊어졌다.


아무리 세무사 자격증이 있다 해도 사업이 쉽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고 자신도 없었다. 회사를 다니기 전 나는 직장 생활이 체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쉽지 않았다. 나는 내가 직장 생활과 맞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확신을 갖기 위해서 내 나름대로 끝까지 가보았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이직을 했고, 결국 나는 끝내 퇴사라는 결정을 내렸고 사업을 시작했다. 퇴사 후 내 꿈을 이루며 멋지게 살겠다, 내 꿈을 이루겠다, 이렇게 퇴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그런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크게 해줄 이야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냥 말 그대로 하루하루 회사를 다녔을 뿐이고 그 하루하루의 고민들이 쌓여 퇴사라는 결정에 이르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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