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문제 없던 길고양이 통로, 왜 막았나요?

그저 원래대로 돌려 달라

by 오즈의 마법사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지 딱 9개월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100번째 글을 쓰게 되는 영광스런 날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다음 주에 올릴까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아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어 그 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오늘 올리게 되었습니다. 작가님들께서 조금만 시간을 내 주시어 오마이뉴스에 좋아요 라도 눌러주시면 그 분들을 조금이나마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황이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 100번째 글을 뜻깊게 쓸 수 있어 다행입니다.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에 ‘길고양이 밥그릇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기사가 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마이뉴스 쪽지함에 낯선 메시지가 도착했다. 누군가의 긴 호소문이었다. 글 말미에는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시민기자로서 사는 이야기를 써오던 나에게 이런 제보가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놀라기도 하고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쪽지의 내용은 길고양이에 관한 일이었다. 도움을 청하는 마음이 절박해 보였다. 일단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제보자의 설명은 이러했다.


서울 OO 경찰서 후문 아래에는 오래전부터 사람의 통행이 없는 폐쇄된 문 아래 작은 통로가 있었다. 이곳은 20년 동안 지역 길고양이들의 유일한 쉼터이자 생활 동선이었다. 제보자를 포함해 동네 학생들과 주민들은 조용히 사료와 물을 챙기며 고양이들과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 그러나 올해 가을부터 누군가가 사료와 물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항의하자 잠시 통로를 열어주었지만, 결국 완전히 봉쇄되었다. 주민들이 경찰서 안에 급식소를 두자고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20년 동안 아무 문제 없던 통로를 왜 막는지 주민들은 의문뿐이었다.


통로가 막히지 않아 밥을 먹는 길고양이 (제보자가 보내 준 사진)



이 사안이 결국 동물자유연대까지 전달되었다. 제보에 따르면 동물단체는 현장조사도 하지 않은 채 경찰서 측과 이주 방사(길고양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를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누구도 이주 방사에 동의한 적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길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이주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제보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찰서는 동물단체와 합의한 이주 방사가 지켜지지 않아 다시 통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동물단체는 ‘말실수였다’라고 인정했다.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것은 결국 길고양이들이었다.


제보자가 보내준 사진과 설명에 따르면 경찰서 청소 담당자는 매일 아침 외부 급식소를 빗자루로 밀어 훼손했고, 경찰서는 고무 깔때기까지 이용해 통로를 단단히 막았다. 혹한이 시작된 12월,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날씨 속에서 고양이들은 갇혀 오도 가도 못한 채 굶주림에 내몰렸다고 한다.


통로를 막아 길고양이들이 오갈 수 없게 되었다. (제보자가 보내 준 사진)



“20년 넘게 문제없이 존재해 온 통로를 왜 이렇게 막는지 모르겠다”라는 주민들의 분노도 이해할 만했다. 제보자의 말처럼 그들의 요구는 그리 큰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구조를 요청한 것도 아니고 예산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원래대로 돌려달라는 것이다.


11일,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제보자에게 받은 연락처를 통해 경찰 측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내용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은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공식답변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나는 제보자에게 뚜렷한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 많은 공공 기관에서는 정식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며 지역 동물과 공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길고양이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관리’와 ‘공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길고양이와 주민들의 조용한 공존. 그 소중한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지금, 필요한 것은 큰 예산도 특별한 제도도 아니다. 그저 원래대로 존재하던 안전한 통로를 다시 열어주는 작은 배려일 뿐이다. 하루빨리 이 사안이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되어 길고양이들도, 시민들도 더는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이 링크 타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https://omn.kr/2gd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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