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애틋한 마음, 눈물이 흘렀다

채수아 작가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읽고

by 오즈의 마법사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춰 서서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것을 참아왔는지, 그리고 나 자신에게는 얼마나 인색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영혼의 자서전 같은 고백이 담겨 있다.


수녀가 되고 싶었다. 봉사하는 삶을 살며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 결혼을 준비했다. -p4-


서두의 이 글만 읽었는데도 이미 작가의 삶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책장을 빨리 넘겨보고 싶어졌다.


1장 사랑의 의미


남편을 만나 열애에 빠졌고, 부부 사이가 좋았기에 배우자와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줄 안다. 그런데 어머님은 그걸 누리지 못하고 사신 것이다. 그래서 어머님께 심한 시집살이를 했음에도 마음 한구석에 늘 짠한 마음이 있었다. 시어머님이 아닌, 한 여자의 일생으로 바라보면 어머님께 무심할 수가 없었다.

-p18-


작가의 시어머님은 장애가 있으셨던 시아버님 대신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힘든 생활을 해왔다. 작가가 결혼한 뒤 남편의 요청으로 시어머님을 모시게 되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님이 왜 그리도 어머님을 두려워했는지 알게 되었다. 거친 말투와 비수처럼 꽂히는 악담에 작가는 점점 시들어갔다. 어머님의 기막힌 삶이 너무나 가여워 봉사의 장으로 여기자 스스로 다짐했지만, 결혼 후 몇 년이 되지 않아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의 시어머님 또한 일찍 사별하고 삼 형제를 홀로 키우신 분이다. 막내 시동생이 두 살이었을 때니 어머님은 꽃다운 나이였다. 그 시간을 버텨내며 살아왔을 어머님을 시어머니가 아닌 한 여자로 보고 싶었다. 효부는 아니었을지라도 마음만은 다하고 싶었다. 측은지심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아마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런 마음으로 어머님을 대했을 것이다.


2장 사랑의 진실


천직이라 여기고 살았던 직업이었지만, 나는 거기에서 달리기를 멈추었다. 자주 아픈 몸이 싫었고, 잦은 병가 때마다 느끼는 죄의식이 싫었다. 아픈 내 몸과 마음을 좀 쉬어주고 싶었다. 어찌 보면 온전히 나만을 위한 최초의 선택이었다. -P114-


작가는 천직이라 여겼던 교사라는 직업을 40대 초반에 내려놓는다. 건강 문제로 이른 퇴직이었지만,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그 시간을 축복이라 부른다.

아이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돌봄이 무엇인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사랑을 건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진실한지, 얼마나 꾸밈이 없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3장 사랑의 이해


교대 4학년 때 교생실습을 나갔다. 50대 초반의 엄마 같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도 우리 실습생들에게도 다정다감한 분이셨다.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면서 가장 많이 쓰시던 말이 “백 점이야, 백 점!”이었다. 태도가 좋아도, 발표를 잘 해도 늘 그 말이 춤추듯이 교실을 날아다녔다. -P172-


교사가 된 작가는 그 말을 아이들에게 자주 사용하였다고 한다. 아마 그 말이 꽤 좋았던 모양이다. 어머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며 “어머니는 백 점이에요. 백 점!”이라고 말했을 때 버릇없는 표현이 아닐지 잠시 망설였지만, 그것이 작가가 전할 수 있는 최고의 감사 표현이었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백 점이라는 칭찬을 받고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기를 꺾기보다 작은 칭찬 하나가 아이들에게 무한한 꿈을 심어줄 수 있음을 이 책은, 이 작가는 말한다.


4장 사랑의 이유


남편을 만난 후 미움과 절망과 분노가 무엇인지 알았다. 건강함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았다. 오만함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도 알았다. 누가 누군가를 아낌없이 사랑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진실하게 미안하다는 말이 얼마나 큰 치유의 힘이 있는지 알았고, 자기의 인격을 높이는 그 어려운 것을 거뜬히 하신 어머님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알았다. -P214-


교사였던 작가의 아버지 뒤를 이어 교사로 선택했던 작가는 비교적 이른 40대 초반에 교단을 떠났다. 의사의 권유로 17년 만에 분가를 선택했을 때, 죄책감과 불편한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런 작가에게 시어머님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사과가 있었기에 사랑에 대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었을 것이다.

퇴직한 며느리가 처음으로 맞은 스승의 날에 꽃바구니를 사다 준 사람 또한 시어머님이었다. 그 부분을 읽으니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데에서 시작된다’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나를 향한 사랑과 상대방을 위한 사랑은 어느 하나도 덜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은 더 애쓰라고 말하지 않는다. 억지로 버티며 사랑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사랑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이미 충분히 애써온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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