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래 작가님의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읽고
손주를 돌본 경험이 있는 조부모라면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이게 될 책이 있다. 유미래 작가의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는 7년 동안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와 함께하며 깨달은 육아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우리 집 보물 1호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편지글을 연재하던 중, 소위 작가님을 통해 우연히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주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관심이 갈 제목이었고, 나 역시 손주들을 돌보았던 터라 망설일 틈도 없이 책을 주문했다. 그게 벌써 지난해 6월이었다.
책표지 뒷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집 보물 1호와 함께 한 7년’이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들은 대부분 손자를 보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이 책은 단순한 육아기가 아니라 손자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조부모 육아의 진리서라 할 만하다. 여러 면에서 나와 비슷한 점이 있어 작가에게도, 책에도 자연스럽게 애정이 갔다.
작가는 42년간 초등학교에서 근무한 뒤 퇴직 후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브런치에서 ‘유미래’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추천사와 함께 아들과 며느리가 보낸 편지글을 먼저 읽으며 이 책이 단지 기록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만든 이야기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은 ‘세 조각의 추억 여행’이라는 구성으로 총 43편의 육아 에세이가 실려 있다. 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모에게는 육아 지침서가 될 수 있고,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는 깊은 공감을 주는 책이다.
추억 하나: 금요일은 할머니 집 가는 날
조부모 육아는 손주를 안전하게 돌본다는 장점도 있지만, 엄마 아빠의 육아 방법과 세대 차에서 오는 갈등도 있을 수 있다. 내 방법이 맞는다고 어느 한쪽이 고집부리지 말고 늘 대화로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p41
이 부분은 조부모 육아의 가장 현실적인 지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나 역시 손주를 돌보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사랑보다 조율이었다. 나도 연년생 손자를 키웠다. 큰 손주는 생후 17개월부터 내가 직접 데려와 키웠다. 43개월간 돌보다가 5살이 되었을 때 엄마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엔 매주 금요일마다 손주 둘이 우리 집으로 와서 1박 2일을 보내곤 했다.
쌍둥이 손자는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했다. 아마 할머니가 편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p43
이 대목을 읽으며 매번 할머니 손을 잡고 다니던 우리 손주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들을 키울 때와 손자를 키울 때의 마음은 천지 차이다. 부모로서는 책임과 의무에만 치중하느라 놓쳤던 부분이, 조부모의 시선에서는 오롯이 사랑으로 보인다. 손주들은 할머니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작가님의 생각에 짝짝짝 한 표를 던진다.
추억 둘 : 그네 타며 세계여행
추석에 명절 음식을 하는 대신 가족 모두가 키즈 풀 빌라에 갔다. 쌍둥이 손자는 할머니를 좋아해서 엄마 아빠가 있어도 꼭 내 손을 잡고 다닌다. -p128
작가는 추석 명절에 손주들과 키즈 풀 빌라를 찾은 이야기를 전한다. 쌍둥이 손자가 할머니를 알아보고 뛰어와 손을 잡고 다니는 장면이 정겹다. 키즈 풀 빌라는 요즘 젊은 부모 세대가 아이를 데리고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이다. 시대가 변한만큼 젊은 세대의 흐름도 알아야 하고 따라갈 필요성도 있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키즈 풀 빌라에 몇 차례 다녀왔다. 매번 사돈과 함께였다. 손주들은 아빠하고도 잘 놀았지만, 나는 항상 여벌 옷을 챙겨 아이들과 물속에서 놀아주곤 했다.
손자가 좋아하면 위험한 일이 아닌 이상 모두 들어주려고 한다. -p134
이 문장을 읽으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책을 읽을수록 작가의 일상이 내가 손주들과 경험했던 장면들과 겹쳐졌다. 매번 할머니 손을 잡고 다니던 모습,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와 내 품에 쏙 안기던 순간들. 지금은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기에 그 기억들이 더 애틋하게 떠올랐다.
추억 셋 : 손자가 내준 할머니 숙제
손자는 6시면 일어나서
“할머니, 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하며 깨운다. 손자 돌보는 일이 힘들지만, 손자와 있으면 많이 웃어서 행복하다. 그냥 노는 것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p184
이 문장은 내가 손주를 키우며 느꼈던 마음과 같다. 나의 손자들도 매주 토요일이면 아침 6시에 일어났다. 그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함께 하는 규칙을 만들고, 공부가 끝나면 보상으로 만화를 보여주곤 했다.
직업 중에 가장 어렵고 힘든 직업이 부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들기만 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주는 기쁨은 힘듦을 이긴다. 더군다나 손자가 있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행복하다. 손자는 돈을 내고라도 어디서든 자랑하고 싶다. -p219
작가의 말처럼 손주는 조부모에게 기쁨이자 자랑이며 삶의 선물이다. 돌봄이 분명히 힘든 점도 있다. 그 힘듦도 기쁨으로 다가온다는 걸 할머니가 되어보면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유치원은 강당도 좁았고 학부모님께서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는지 뒤쪽에 서서 졸업식을 참관했다. 우리 집만 해도 쌍둥이 손자 말고 여섯 명이나 참석했으니 자리가 좁을 수밖에 없다. -p233
곧 큰 손자의 유치원 졸업식과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 갈 수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꽁꽁 얼어붙는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큰 손자는 아기 때부터 6년 동안 사랑으로 키운 아이이다. 지금은 직접 만나지 못해 마음으로만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도 서평을 바로 쓰지 못한 이유는 그때는 내 마음이 허물어져 도저히 글로 옮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야 그나마 마음이 단단해져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다.
저자 유영숙 작가는 쌍둥이 손자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많이 써 달라’는 숙제를 받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40년 넘게 초등학교에 몸담으며 얻은 경험과 지혜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슬기로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자녀 혹은 손주를 돌보는 분들은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는 육아의 정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지만, 함께 웃으며 자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초보 부모와 조부모 육아를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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