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가배사 재이

뿔난 민심을 다스려야 해

by 엠제이

"뭐? 가배 시험이라고? 제1회 조선 최고의 가배사?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가배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전통차, 한방차 업주들의 시위가 있었지만, 임금은 가배사 대회를 강행했고 궁 안의 가배원은 더욱 활성화가 되기 시작하였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시커먼 물이 가배라니? 어떻게 임금이 궁 안에 가배원을 들일수가 우리 전통차는 어찌 되고?"

"좋아 궁 안에 있는 것은 좋아! 하지만 가배사 대회가 치러지고 전국 곳곳의 가배 상점들이 말도 못 하네."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가배 상점들로 인해 전국 곳곳의 전통차 업주들이 하나둘 한양으로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임금이 가배를 좋아한다지만, 이게 무엇인가? 우리도 먹고살아야 할 거 아냐?"

"우리 밥줄은 어떻게 하라고 이러는 거야 도대체! 임금님은 대책도 없단 말인가?"


임금의 가배 사랑으로 궁 안에 가배원에서는 가배 향이 퍼지기 시작하지만, 전국 전통차 업주들은 궁 앞에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시위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전하! 도성 밖에서 또 다른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뭐라고? 또 가배 때문에"

많은 상소문이 올라오고 있는 것,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전해 들은 임금은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자신의 가배 사랑이 사랑하는 백성의 밥줄이 위험한 것에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대신들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게 맞는지 생각을 좀 더 하여 다음 회의 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언제부턴가 아침 출근 시간이면 궁 앞에서 시위대의 큰 소리가 들려 박 가배사 재이도 이 상황을 알고 있다.


"가배는 물러가라"

"언제부터 우리가 그 시커먼 물을 먹었단 말인가?"

"전하! 저희의 전통을 지켜주십시오. 전하!"

한두 번 하다가 말겠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리 쉽게 끝날 시위가 아니라는 걸 재이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재이도 선교사를 통해 커피를 맛보고 가배사가 되었듯이 전국의 많은 곳에서 제2회 가배사 대회 준비를 위해 학당이 생겨나고 가배 상점 또한 하나 둘 늘어난 걸 알며 젊은 친구들은 전국 유명 가배 상점에 맛을 보러 다니며 서로 도장 깨기 하는 게 유행이라고 영석이가 말해 주었다.

하지만 이게 불법적으로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재이는 생각한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이 직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생계가 달린 것이니 이거 어쩌면 좋을까?'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시위대를 보면서 입궐하는 재이는 고개를 들고 그들 앞을 지나갈 수 없었다.


수국정원에서 리아 공주가 재이에게 묻는다.

"어쩌지요? 궁 밖에서 백성들이 가배원. 가배에 대해 시위를 크게 한다는데."

재이는 리아 공주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며 안심시켜 본다.

"걱정 마세요. 공주님! 임금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이니 공주님은 너무 크게 걱정은 마세요!"

재이는 일단 공주를 안심시키려고 하지만 진짜 어떻게 되려는지는 알 수 없다.

까만 밤 수국정원의 아름다운 꽃 불빛이 오늘따라 슬퍼 보이니...

그렇게 리아 공주와 헤어진 후 가배원으로 돌아온 재이는 마저 정리하지 못한 가배일들을 살펴보고 있다.


"박 재이 가배사! 어디 있는가?"

누군가가 창고 안에 있는 재이를 찾는다. 놀란 재이가 뛰쳐나가 보니 임금의 호위무사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고 그 뒤 임금이 재이를 쳐다보고 있다.

"전하! "

재이가 놀라 고개 숙여 인사를 올린다.

"너무 놀라지 마시게. 가배 한잔하러 들린 것뿐이니.."

"아니 이 시간에 가배라니요. 숙면에 방해되면 어찌하시려고"

늦은 시간 가배를 찾은 일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알겠습니다. 곧 가배를 올리겠습니다. 이리로 앉으십시오."

얼른 가배 탁자를 깨끗하게 닦은 뒤 재이는 재빠르게 가배를 내린다.


늦은 시간이니 연하게, 부드럽게 정성을 들여 내려 본다.

정성스레 내리는 재이의 모습을 임금은 흐뭇하게 바라보며 잠시 걱정을 뒤로해 본다.

"역시 박 가배사가 내리는 가배는 뭔가 다른 거 같아 "

임금의 칭찬이 이어지자 재이는 목덜미부터 귀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부끄러웠다.

”아들 물러가 있게나 박 가배사랑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

함께 온 호위무사를 뒤로 물린다.


"재이 군. 재이 군도 도성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배에 대해 많은 것들을 들어 잘 알고 있겠지?"

"네 전하 잘은 모르지만 들었습니다."

임금은 가배 잔을 내려놓으며 재이에게 이어 말을 건넨다.

"박 가배사! 생각은 어떠한가? 혹시 나에게 전해 줄 이야기나 혹시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없을까? 너무 답답하여 이렇게 자네에게 온 것이니 무슨 이야기든 한번 해보게나"

임금의 말에 당황한 재이가 말을 해도 될까 망설이다가 굳은 결심을 하며 한발 다가선다.


"전하께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소신의 짧은 소견을 잠시 올리겠습니다."

"그래, 편하게 말해 보시오. 걱정 말고."

재이는 그동안 자신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을 차근차근 임금에게 전하기 시작한다.

”전하! 소인의 생각은 이러합니다. 전하의 가배 사랑은 온 백성이 다 아는 것이지요. 그러하므로 가배를 가르치는 학원뿐 아니라 전국에 가배상 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하였으며 그러다

“보니 허가받지 않은 학원, 허가받지 않은 상점들 역시 말도 못 하게 생겨났습니다."


"계속하게나"

"그런 허가받지 않은 학원, 상점들이 한방차, 전통차 옆에 버젓이 생겨나 질서를 어지럽히며 장사를 하고 있으니 임금님이 사랑하는 가배가 무엇인지 알려고 전국의 많은 젊은이들도 그런 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허가받지 않은 곳이라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없다 보니 빈번한 싸움이 일어나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걸음 건너 하나씩 가배 상점이 생기다 보니 이제는 전통차 집도 문제지만 가배 상점끼리도 경쟁대상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임금은 점점 심각한 얼굴로 박 가배사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일단 임금님께서 직접 나서시어 전통차 업주들을 모아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직접 들어 보시고, 귀를 기울이시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신하들 뒤에서 듣고만 계실 게 아니라 앞에서 직접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다 보면 좋은 답안도 더 생길 것 같습니다."

재이의 생각을 들은 임금이 가배를 마시며 말을 이어간다.

"내 그것 또한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라네."

'그렇다면 그렇게 한번 해보시는 것도! 생각만 하지 마시고 이제는 앞에 나서서 실천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네 전하 그리고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가배 상점들을 관리를 해야겠죠! 일단 가배 상점 업주들이 영업 자격을 가졌는지 철저히 조사를 하고, 그리고 거리 제한을 두는 것도 좋을 둣 합니다. 다닥다닥 붙어 영업하는 것을 막으셔야 합니다. 또한 암행을 하여 임금님의 눈과 귀가 되어 백성의 억울함이 없도록 비밀리 조사하여 적합하지 않으면 폐업선고를 하는 게 어떠한지요."

"음..."

"일단 전국이 가배 학원과 상점들은 조건에 맞는 등록증을 받도록 하는데 영업장소에 등록증을 걸어 두도록 할 것이며 1년에 두 번 유지 교육을 받고 교육 이수증을 걸어 두도록 하는 것도 어떠한지요. 그것이 없는 불법 상점과 학원은 영업정지가 마땅하고요."



떨리는 목소리로 두서없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재이는 문득 걱정이 들었지만, 임금님이 자신의 말에 차분히 경청하는 게 보여 안심하고 다시 한번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하셔야 되는 게 전통 찻집 업주들을 만나는 게 우선이라 봅니다."

가배원에서 돌아온 임금은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바로 궁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처리하게 하였고 암행이 필요한 부분은 비밀암행을 실시하기로 하였으며, 가장 먼저 한 일 은 공고문을 붙이게 하였다.

‘백성들에게 고하노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오. 미리 살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사과하오.

나를 믿고 다들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오’


도성 밖까지 공고문이 붙고 이를 본 백성들과 업주들은 그동안 임금의 성품을 믿고 다시 한번 기다려보기로 하였다.

한편 임금은 박 가배사를 불러 이번 암행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재이라고 하였다.


가배 상점뿐 아니라 전통 찻집까지 암행을 지시하였다. 의무위반 일시 영업정지뿐 아니라 폐업까지 하게끔 강력한 행정처분도 할 것이라고 재이에게 그 임무를 내린 것이다.

재이는 막중한 의무감을 느꼈지만, 자신이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임금과 궁이 더 난처 해질 거란 걸 알기에 비밀 암행을 수락하였고 작은 힘이나마 임금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재이가 암행을 다닌다는 것은 가배원 안에서도, 그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전 08화8. 가배사 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