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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Oct 26. 2024

기억해 줘요! 내 이름


영산홍 붉게 핀 4월의 아침


 “할머니 할머니 이리 와봐요. 영산홍이 너무 예쁘게 피웠다니깐 이리 와봐요 “

출근길 아침. 활짝 핀 영산홍을 보니 정 할머니가 기뻐할 거란 생각을 하며 서둘러 요양원으로 들어온 김 여사의 시끄러운 소리가 반가우면서도 할머니는 손사래를 친다. 할머니는 싫어 소리만 하시고 보조 가방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어 입에 넣으신다. '아이참' 김 여사님도 끝까지 할머니 손을 잡아 이끈다. 사탕을 입에 넣었다 뺐다 반복하다가 김 여사 손에 이끌려 간 곳이 바로 박 영감 병실이다. 김 여사는 식사를 마친 할머니를 운동 시간에 맞추어 병실 한 바퀴를 쫙 도는데 오늘은 306호 남자 병실 앞까지 왔다. 활기찬 김 여사의 인사 목소리에 박 영감 할아버지도 복도 앞 의자에 나와 정 할머니를  맞이하려 대기 중이다. “할아버지 일찍 나오셨네요?” 언제나 병실 앞에 먼저 나와 기다리시는 박 영감님. 요즘 부쩍 응급차를 타고 지정병원에 다녀오시는 일이 잦다. 

“할아버지 요즘 몸은 괜찮으세요? 식사는 하셨죠?” 걱정되는 정 여사가 이것저것 여쭤보지만 짧은 미소로 답할 뿐 박 영감의 시선은 정 할머니에게 고정되어 있다.


“할머니 인사해야지 할아버지한테” 할머니는 박 영감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선 목소리 인사만 한다.

“할머니 아이참 할아버지 봐봐 응? 좀?” 정 할머니는 길벗 요양원 302호 여자 병실, 박 영감님은 306호 남자 병실에 계신다. 박 영감님은 후두암으로 먼저 입원하셨고 정 할머니는 치매로 가족들을 못 알아본다. 사실 이 두 사람은 부부이다. 할머니는 종종 아들에게 먼저 입원한 할아버지 곁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는 거 보니 그래도 그땐 정신이 잠시 들어왔었나 보다.

 두 사람은 길벗 요양원에 함께 계신다.

하지만 정 할머니는 박 영감님이 누군지 모른다. 치매 진행이 너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누가 내 남편인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며 할아버지랑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할머니는 호흡곤란으로 며칠 전 응급실에 간 할아버지를 찾으며 “어 없네 없어”를 수도 없이 내뱉었고 갑자기 발작도 일으켜서 302호 병실에 소동이 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걱정하셨나 보다. 그런데 오늘은 또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모르쇠로 일관하니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그저 바라볼 뿐이다. 

 오늘도 꽃단장 중인 할머니에게 김 여사가 먼저 말을 건다. 

 “할머니 잘 주무셨어요? 오늘따라 빨간 립스틱 더 잘 어울리네!” 오늘따라 얌전히 빨간 립스틱만 바르는 할머니에게 김 여사가 출근 인사를 한다.

“우와 할머니 어디 가셔요? 꽃 치마 입고 있네. 우리 정 여사님 멋쟁이 셔”

김 여사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도 할머니는 아무 대꾸 없이 흰머리 가득한 머리만 곱게 빗어 내린다.

“김 여사 오늘 며칠이야? 오늘 아들 온댔는데” 그제야 꽃단장하던 손을 멈추며 말을 건넨다.

“아 할머니 오늘 아드님 오는 날이야? 아! 그랬구나. 그래서 이렇게 꽃단장 중이셨구나”


 1층으로 내려온 정 할머니는 자꾸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또 쳐다보신다. 작은 가방 속에서 커피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넣으신다. 아들이 올 시간이 되었는데 아직 안 오니 불안한 모양이다. 면회 시간이 다 되어가면 박 영감님도 밑으로 내려오시는데 오늘따라 할아버지도 늦으신다. 김 여사는 간호사님께 할머니를 잠깐 부탁드린 후 3층으로 후다닥 올라가 박 영감님을 찾는다.

“박 원 할아버지! 할아버지!”

화장실에서 나오시는 박 영감을 본  김 여사는 오늘 아들 오는 날인데 뭐 하시냐며 호들갑을 떤다. 그런 김 여사의 호들갑에도 박 영감님은 아무 반응이 없다. 김 여사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음표를 마구마구 내뱉는데 그런 물음들에 그제야 박 영감님이 대답하신다.

“아들이 연락 왔어, 오늘 못 온다고. 할머니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




난감해하던 김 여사가 “아 그래요? 내려가서 할머니 모시고 올게요. 제가 내려갔다 올게요”

계단을 내려오는데 정 할머니에게 뭐라고 전해야 할까? 할아버지도 같이 내려오시겠다 하셨는데 지금 잠깐 정신이 돌아온 할머니에게 아들이 못 온다는 소식을 전하면 할머니는 소리소리를 지를게 분명하다. 남편인 할아버지를 못 알아보고 또 소리를 지르실 거다.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아들이 많이 바쁜가 보다. 하는 사업이 잘 안 되나 나도 이런저런 걱정이 드네

계단을 내려오니 정 할머니는 여전히 현관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신다.

“간호사님 정 할머니 아들이 못 온다고 연락 왔다면서요?” 아주 조심스럽게 태스크에 물어보았다.

“네 좀 전에 연락받았어요” 간호사가 입구 쪽을 바라보는 정 할머니를 부른다.

“할머니! 정 할머니! 오늘 아들 안 온대요” 데스크 간호사가 냉정하게 차갑게 알려준다. 아들 못 온다고..

기다리던 아들이 못 온다는 말에 할머니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할머니 다음에 온대 아들! 눈물을 글썽글썽 할머니 울지 마 다음에 꼭 온대 자! 내 손 잡고 2층 가자 가서 우리 뭐 하고 놀까? 신 여사님도 기다리신대 빨리 오래 박 영감님도...”

할머니는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우신다. 우는 할머니를 나는 그냥 보는 수밖에 한참을 엉엉 우시더니 내 손을 잡으셨다. “가자” 하신다.

“할머니 무슨 노래 블러 줄까? 섬집 아기? 알았어!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할머니의 부드러운 손이 내 손을 꽈악 잡는다. 놓치기 싫으신 거다.

2층 엘리베이터 앞에 박 영감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할아버지가 불러도 할머니는 그냥 가신다.  

“현수 엄마 현수 엄마!” 할머니는 박 영감님을 쳐다볼 뿐 다른 말이 없으시다.

“여보 이리 와봐 내가 이거 줄게”

할아버지는 아들이 보내온 여러 군것질 중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맛 젤리를 내어 보인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손에서 젤리만 쏙 집어 들어 입에 속 넣는다.

김 여사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 복도 의자에 앉혀 본다. 커피 젤리를 입에 오물오물하며 새하얀 실내화만 쳐다보는데 “할머니! 할머니 이 할아버지가 누구예요?”

“박 영감!” 어? 할머니가 대답한다. “할머니 박 영감 이름일 뭐냐고 물어봐요?” 젤리를 오물 오물 하며 손가방을 만지작만지작하면서 “이름이 뭐예요? 박 원입니다.” 박 원이라는 대답에  “어? 많이 들었는데?” 고개를 갸우뚱한다. 김 여사는 이참에 다시 한번 묻기를 권한다.

“할머니 박 영감 할아버지에게 자식이 몇 명 있냐고 물어봐요?” 어머 웬일이야 할머니가 다시 물어본다.

“몇 명 있어요?” “자식 이름이 뭐냐고도 물어봐요?”

“이름이 뭐예요? 현수 현석이예요”

“어? 우리 아들 이름도 현석인데....”

탁구대 탁구공처럼 질문과 답이 왔다 갔다 하다가 더 이상 할아버지 말을 잊지 못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잖아! 할머니 남편 박 원 할아버지! 할머니 기억 안 나?”

김 여사가 안타까움에 대신 할아버지를 소개하자 정 할머니 김 여사 팔을 따악 친다.

“아야 할머니 왜 그래?” 

“떽! 우리 영감은 저렇게 안 못생겼어? 얼마나 잘 생겼는데 머리도 까맣고”  정 할머니는 김 여사를 다시 한번 흘겨본다. 

김 여사 눈물을 흘린다. 할머니... 박 영감님도 눈물을 흘린다. 할멈..




박 원- 박 영감



 “어유 여보 고생 많았어. 힘들었지? 어머니 이 사람 몸조리 잘 부탁드려요”

“그래 걱정 마 박 서방도 고생 많았네. 근데 어쩌나 쌍둥이 아들 키우려면 자네 허리 휘겠는데..”

“근데 걱정 말게. 다 지 먹고사는 건 갖고 태어난다 하지 않나 어유 진희 너도 고생 많았다. 잘 먹어야 해” 

8월 한여름에 아이를 낳는 라고 고생한 진희의 얼굴과 몸은 아직 퉁퉁 부어 있었고 양쪽 가슴을 쌍둥이 아들 둘에게 하나씩 내어주고선 힘들었는지 아들을 낳았다는 기쁨과 쌍둥이라는 걱정 가득함이 퉁퉁 부은 얼굴 속에서도 볼 수 있다.

“여보 현장 다시 가봐야 하잖아” “병원에 온다고 현장을 잠깐 비웠더니 중요한 일 처리만 해 놓고 올게” 쌍둥이를 낳은 설렘과 밀린 회사 일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박 원이 병실을 나서자 “얼른 갔다 와 엄마 계시니 괜찮아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라고 진희가 안심의 눈길을 보낸다. 

“알아서 다녀올 게 어머니 저 다시 현장 가보겠습니다. 어머니도 뭐 좀 챙겨 들고 계세요”라고 박 원은 말했지만, 장모님 얼굴을 보는 순간 어머니 식사는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늦게 진통이 오기 시작하면서 옆 동네에 사는 친정엄마에게 미리 연락을 해놓았기에 가진통이 오기 시작한 거 같으니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진통을 보자고 하였기에 진희는 아침 7시쯤 원의 차를 타고 산부인과로 향하여 입원한 지 3시간 만에 아악 소리와 함께 은행 소리를 들었다. 쌍둥이가 태어날 때까지 입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원인은 진희에게 잠깐 있으라 하고 장모님과 함께 병원 앞 설렁탕집에서 두 사람은 겨우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어 본다.

“박 서방 그렇게 좋아?” “네 어머니 너무 좋아요!”  

“그래 벌어야겠네. 어쩌나”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사무실도 잘 되고 있으니 다 잘 될 거예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장모님과 간단한 식사를 마친 박 원은 콧노래를 부르며 현장으로 갔다.

진희와 원의 쌍둥이 아들 현수 현석이 태어났다.

 “박 소장! 아들 낳았다며 그것도 쌍둥이? 축하해 축하주 한턱내야지?”

 “아 그럼요! 당연히 쏴야죠! 뭐 드시고 싶으세요?” 주위에서 쌍둥이 아들이라고 치켜세워주니 원의 입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현장 직원들과 거하게 맥주 한잔을 하고 얼굴 붉게 물들여 진희의 병실에 꽃다발을 꼭 쥐고 들어왔다.

“술 냄새나!” 진희가 쌍둥이 자니깐 조용히 하라고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어 보이며 쉿 이라고 한다.

장모님은 진희의 저녁을 챙겨준 후 집으로 돌아가셨고 자연분만의 효과인지 진희는 회복 속도가 빠른듯해 보였다. 쌍둥이 옆에 원도 누워보며 술 냄새가 아기한테 갈까 봐 수건으로 입을 막고 쌍둥이 얼굴을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쌍둥이 이름은 시골에 계신 진희의 시아주버님이 돌림자를 써서 현수 현석이고 보내 주어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1분 먼저 태어난 현수가 형이고 1분 후 태어난 동생 현석이. 현수는 뱃속에서부터 빠른 게 태어나서도 모든 게 빠르다. 뒤집기 걸음마 모든 게 동생보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다. 먹는 것도 어쩜 그리 잘 먹는지 엄마 아빠 말 트이는 거 모든 게 빠르네

아들 쌍둥이를 돌봐야 하는 진희는 아기 가지기 전 다녔던 직장생활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어느 정도 키우면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다시 복직할 거라 다짐했었는데 남편 혼자서 일을 해야 하는 게 미안해서 함께하려고 했는데 쌍둥이라 복직은커녕 친정엄마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현수야! 현석아! 이리 와 아 그거 안 돼 지지 어이구 이러지 마! 사이좋게” 

친구처럼 형 동생처럼 늘 함께하는 두 녀석을 보고 있으라면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정말 행복하다. 온종일 두 녀석에 묶여 있다가 저녁에 퇴근해 오는 원의 저녁 식사도 뚝딱뚝딱해서 4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본다.

“현수야! 현석아! 아빠 왔다.” 퇴근 후 슈퍼에 들러 현수와 현석이의 간식 봉투를 손에 들고 대 밖에서부터 쌍둥이를 부른다. “우와 보름달 빵이다. 엄마 아빠 또 보름달 사 왔어!” 쌍둥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박 원은 가끔 퇴근길에 베지밀과 빵을 사다 준다. “어유 저 양반은 밥 먹어야 하는데 얘들아 그건 저녁 먹고 나서 먹어야 해 다들 빨리 손 씻고 앉아” 밥 먹기 전 쌍둥이들이 빵에 손대라 걱정하는 진희의 마음을 눈치채고 “얘들아! 엄마 눈 봐봐 어유 무서워라 빨리 씻고 밥 먹자”라고 아들들을 서두르게 한다.

진희와 원이 현수 현석이가 둘러앉은 식탁에는 진희가 정성스럽게 차려 놓은 국과 밥 나물 반찬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 들어간 감자볶음에 건설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원리를 위한 맛있게 구운 돼지불고기도 있다. 게다가 4 식구의 웃음소리까지 덤으로 진희는 원인과 쌍둥이를 쳐다보며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친정엄마 


 “엄마! 엄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니 진희야 내가 돈을 줬는데 이 여자가 나보고 돈을 안 냈다고 하잖니! 내가 돈 줬잖아요. 오만 원” 엄마가 소리친다. “아니 아주머니 무슨 말씀하세요? 돈 아직 안 주셨다고요! 티셔츠 고르기만 하셨지 아직 주시지 않았다고요” 이게 무슨 소리 들인가? “엄마 진짜 줬어?” 다그치듯 진희가 묻자 “그래 줬다고! 내가 오만 원 두 장 챙겨 와서 하나는 수박 이만 원이라 그래서 삼만 원 거슬러 받고 티셔츠 2장에 오만 원이라 해서 내가 줬다고!” 엄마는 줬는데 안 받았다 한다고 주인아저씨에게 마구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 옷장 정리를 하다가 엄마로부터 걸려 온 전화 빨리 와 보란다. 그래서 달려갈 곳이 동네 옷 가게이다. 가끔 엄마랑 들려 몇 번 티셔츠랑 치마랑 사기도 했던 곳이며 주인아저씨와도 왔다 갔다 하며 인사도 하는 가게이다. 그런 곳에서 엄마는 자기 보고 도둑이라 한다며 이 아저씨가 미쳤냐며 소리소리 지른다. 주인아저씨는 가끔 오는 어르신이 왜 이러나 표정이다.

“엄마 잘 찾아봐 어디에다 두었는지” “아니 내가 이 아저씨한테 줬다고!! 너까지 왜 그러니?” 진희의 말에 섭섭하다 한다. “아니 그래도 한번 지갑이랑 잘 찾아봐 봐 봐 내가 한번 보자 지갑에는 없네. 안 갖고 온 거 아냐? 집에다 두고 온 거 아니야 오만 원만 갖고 온 거 아니야?” 진희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엄마는 소리 지르고 아저씨는 매우 화내지도 못하고 얼굴만 붉으락푸르락한다.

 “엄마 봐봐 혹시 바지에 있나?” “없다고!” “한번 봐봐” 그렇게 엄마의 바지를 살피던 진희가 “어 여기 있네. 바지 속 주머니에 있네. 여기 있는데 왜 그랬대 ” 진희가 찾았다. 오만 원을 “어어 왜 그게 여기 있지?” 엄마는 가끔 바지에다가 속으로 주머니를 하나 더 만들어 거기다 돈을 넣을 때가 있었다. 없다던 5만 원이 거기가 있었다. “아 아저씨 죄송해요. 아 정말 죄송해요. 찾은 오만 원을 건네니 어르신이라 큰 소리도 못 낸 주인아저씨가 얼른 쥐어 잡자 티셔츠 2장과 함께 엄마 손을 잡고 가게를 도망치듯 나왔다.

 “아니 엄마 거기 있는 걸 왜 못 찾았어? 기억 안 났어? 왜 그래 진짜 잘 찾아보지도 않고!” 창피하다고 느낀 진희에게 “그게 거기 왜 있지? 난 거기 둔 기억이 없는데!”라고 엄마는 풀 죽어 답한다. “엄마! 아 진짜 창피해 이제 거기 어떻게 지나가?” 진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으며 엄마는 그런 진희 뒤를 고개 떨구며 따라왔다. “미안해 그럴 수도 있지 미안해”

“엄마! 진짜 왜 그래 왜 안 하던 짓을 해?” 

비가 와서 일찍 퇴근한 원에 옷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진희가 이야기하자 그만하라고 한다.

“그만해 그럴 수 있지! 장모님 괜찮으세요?” 당신 편이 된 박 원에 엄마는 “아유 머리 아파 박 서방 아 머리 아프다. 제 잔소리에 머리가 더 아파! 어유 진희야 미안해 내가 왜 그랬지?”

외할머니와 엄마의 전쟁으로 밖에서 놀 수 없었던 쌍둥이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지 방에서 나오질 않고 쉿 쉿 거리며 놀고 있다. 진희의 큰 소리에 놀라 안방에 앉아 계시는 외할머니 옆에서 할머니 손을 가만히 잡아 준다. “에고 내 새끼에게 이 내 새끼 할미가 왜 그랬을까?” 자신을 탓해 본다. 그런 외할머니가 안쓰러웠던지 현수는 “할머니 괜찮아 걱정하지 마!  현수 있잖아”라고 할머니의 거친 손을 더 잡아 준다.

“장모님 식사하고 가세요” “아니야 집에 가서 먹을래” 진희는 말이 없다. “아이어머니 드시고 가세요” 원의 간곡한 붙잡음에 엄마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다들 진희의 눈치를 본다.

갑자기 진희가 엉엉 운다.  

진희의 아버지는 진희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서 방직 공장에 다니며 3남매를 키웠다. 진희가 막내이고 위로 오빠 둘이 있다. 여자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며 공부시킨다는 게 엄청 어렵다는 걸 진희는 직접 눈으로 엄마의 생활을 봤기 때문에 더 잘 안다. 그런 고생한 엄마가 이렇게 늙어간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울음소리가 커진다. 옆에 계시던 엄마도 울고 할머니랑 엄마가 우니 쌍둥이들도 울고 원이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마신다.

그렇게 어두운 눈물바다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고 원인이 “나 장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올게”라고 정적을 깨운다.

“괜찮아 박 서방 쉬어 요기 앞인데 뭐” “아니에요 어머니! 같이 가요 산책도 하고 좋잖아요”

“아빠 나도 나도 가요” “안 돼요! 오늘은 엄마랑 집에 있어 아빠 할머니 모셔다 드리고 올게”

쌍둥이들도 다른데 같으면 떼를 쓰며 따라가려고 하지만 오늘은 네 하고 뒤로 물러난다.

어머니가 앞장서 신발을 신고 대문을 나선다. 하지만 진희는 아무 말 없다. 대신 두 녀석이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라며 큰소리로 배웅한다.

“어머니 같이 가요” 엄마는 사위 보기 민망했는지 걸음이 빨라진다. 뒤따르던 원인이 어머니를 불러 세워 같이 가자고 한다. “천천히 가요 배가 불러 빨리 못 걷겠어요” 원이 천천히 어머니께 다가가 손을 잡아 드린다. “어유 우리 어머니 손은 참 작아 하하하 어머니 너무 섭섭해 마세요. 진희도 놀라서 그랬을 거예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라고 진희 마음을 대변하듯 원이 말한다. “알아 나도 근데 박 서방 내가 왜 그랬을까?” 오늘 낮에 일이 어머니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어머니 그런데 이런 일이 자주 있었나요? 간혹 길을 잃어버린다던가? 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난다거나?” 엄마는 아니라고 했지만 요즘 들어 머리가 자주 아프고 간혹 아이 이름이 생각 안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박 서방에게는 아니라고 말한다. 자식들 걱정할까 봐 



쌍둥이 동생 현석의 죽음


 “드디어 요 녀석들이 초등학생이구나 자 아빠가 선물로 자전거 사준다고 했지?”

 어느새 쌍둥이들은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진희와 원인은 그런 쌍둥이들은 대견해야 하며 입학 선물로 녀석들이 가지고 싶어 하던 자전거를 큰맘 먹고 사주기로 하였다. 진희는 아직 한꺼번에 두 대 사기가 원이 월급에서 무리다고 생각이 들어 한 대만 사서 둘이 서로 번갈아 타라 하자고 했지만 아니 다라면서 쌍둥이에겐 하나란 없다며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사주었다.

 아직 꽃샘추위가 있어 진희는 자전거 타러 밖에 나가려는 쌍둥이를 말리기도 한다. 또 진희 혼자서 아직 능숙하게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쌍둥이 둘을 한꺼번에 본다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이렇게 쌍둥이가 클수록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든다. 엄마가 살아 계셨으면 초등학생이 되는 두 녀석을 많이 예뻐하셨을 거다.

 “얘들아! 아빠 오면 같이 타러 가자 응? 엄마 혼자 힘들어 아직 너희들 잘 못 타내니깐 퇴근하고 아빠 오면 운동장에 타러 가자”

“아니야 엄마 우리 조금만 밖에서 타고 올 게 우리 잘 타 그렇지 형?” 

“걱정하지 마! 엄마 우리 집 앞에서만 탈게” 쌍둥이의 성화에 조심히 타고 빨리 들어오라고 한다. 

진희는 빨래 정리와 저녁 준비로 바쁜 오후를 보내느라 말로 쌍둥이를 단속하며 대문으로 자꾸 눈길을 줘가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형 이리 와” 자전거는 현석이가 더 빨리 배워 더 잘 탄다.

 “현석아! 조심해” 하하하 껄껄껄 온 동네가 떠날 듯이 두 녀석의 웃음은 크게 들린다.

귀여운 것들 “현석아 천천히 달려 아직 잘 못 타면서 왜 이리 빨리 타는 거야” 1분 빠른 형 현수는 동생 현석이를 나무란다. 자신보다 더 잘 타지만 가끔 페달 돌리다가 놓쳐 버리는 현석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이다.

 “끼익 아악”

 ’ 엄마! 엄마! “

마당에서 빨래 정리를 하던 진희는 요란한 바퀴 소리와 엄마! 엄마 진희를 부르는 현수의 소리에 놀라 밖으로 뛰어나가 보았다. 노란 택시 하나가 서 있고 그 택시 밑에 현석이 들어가 있다.

“아악 현석아! 현석아!”

응급실로 들어온 현석이는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뒤늦게 연락받고 온 원이라는 담당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중환자실 앞 털썩 주저앉아 있는 진희를 일으켜 세워 복도 의자에 앉힌 후 의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급한 수술은 마쳤으나 3~4일 잘 견뎌 줘야 위험한 상황을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택시 바퀴가 아이를 눌러...

구조대가 와서 응급차에 아이를 실어 진희는 숨 쉬지 않는 아이 손을 잡은 채 소리조차 나지 않는 울음만 흘렸다. 

“현석아! 엄마야! 현석이 듣고 있니? 눈 떠봐 눈 엄마라고 엄마 좀 보라고”

그헣게 현석이를 수술실로 들여보내 놓고 진희는 실성한 사람처럼 수술실 앞에 있다.

“제발 현석이 제발 엄마 우리 현석이 살려주세요! 엄마! 현석이 데려가지 마! 제발 하느님 현석 살려주세요. 제발”

“진희야 정신 차려 현석 괜찮을 거야 아니 괜찮아 자 물 좀 먹자”

원이라는 진희를 꼭 안고서 정신을 차리자고 하지만, 원이 또한 정신이 없다. 현석아 제발... 

현석이는 3일 뒤 중환자실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외할머니가 있는 하늘나라로 갔다.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짧은 장례를 마치고 넋이 나간 원인과 진희 그리고 현석의 모든 것을 본 현수 이렇게 셋이 집에 돌아왔다.

한동안 현수의 학교생활은 원인이 담당하였고 진희는 아직 현석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정 올케들이 왔다 갔다 하며 집안 살림이며 현수의 학교생활을 도와주고 있지만, 온기 많았던 그 집은 온데간데없고 깜깜한 어둠만이 있는 거 같다.

“엄마 학교 갔다 왔어...” 

현수가 학교에서 돌아와 진희에게 다가가면 진희는 현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침대에 눕는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있잖아...”라고 현수가 말을 건네 보지만 진희는 돌아누운 채 그대로 아무 말이 없다.

 가끔 현수를 현석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진희는 힘들어했고 세월이 흘러 흘러갈수록 조금씩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남은 현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현수는 동생 현석이 몫도 다 할 것처럼 엄마 아빠에게 착한 아들이다. 고등학교 때에는 전교 5등에 들 정도로 최선을 다하였고 명문대 차석으로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원인은 몇 번 회사 부도 위기를 맞이했지만 잘 버티며 세 식구가 정겹게 다른 사람 살 듯이 살고 있다.

 현수가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직장 동료를 색시로 맞이하며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원이와 진희의 아픔


어느 날부터 자꾸 헛기침하는 원리를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대학병원으로 가라 한다. 진희랑 원이라는 별일 아닐 거라고 하면서도 큰일이면 어쩌냐고는 불안함도 함께 검사받았다. 후두암 3기란다. 무슨 이런 일이...

목에 뭔가 걸리듯 하다고 하였지만, 현장 일을 하는 직업이라 먼지 시멘트 가루 때문에 일 거라 생각하였고 요즘 들어 체중이 빠진듯하였지만, 여름이라 더위 타는 줄 알았는데 후두암이라니? 담배도 현수교 고등학생 될 때 끊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수술과 방사선을 병용해야 하며 2기까지는 생존율이 높으나 3기 이후는 방사선요법도 들어가야 하며 뭔가 복잡하다. 의사들은 많은 말을 했지만,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원이라는 수술을 하였고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하지만 앞으로의 결과는 50대 50대이란다. 방사선이랑 항암도 함께 하자고 하신다.

방사선치료는 어떻게 어떻게 지나갔는데 항암에서 원인은 무너지기 위해 시작하였다. 그만하고 싶다 한다. “진희야 그만하자 힘들어 진짜 힘들어 그만해도 될 거 같아”

그만하자고 방사선 잘 끝났으니 하지 말자고 워낙 원인이 강하게 의지를 나타내니 의사도 그렇게 하라신다. 환자분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자 신는다.

이게 뭘까? 의사도 포기한 걸까? 진희는 두렵다. 아 머리가 아프다. 또다시 두통이 일어나네... 

원인은 병원에서 퇴원하였고 진희랑 둘만 남은 집에서 생활하였다. 힘들어하기도 하였지만 조금씩 기운을 차려 보려고 진희의 정성에 보답해야 하듯 매끼 식사와 간식을 조금씩 받아먹었다.

“현수 아빠 조금만 더 먹어봐” 진희는 한 수저라도 더 먹이게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먹으면 구토 증세가 보인다. 계속 이러면 어쩌지? 원이라는 손사래를 치며 음식을 거둔다.

 “선생님 그 사람이 잘 먹지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깐 너무 힘들어해요! 먹으면 토하고” 너무 답답한 진희는 원인의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의논하였으나 크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지금도 답답할 지경이다. 

 “당연히 그럴 수도 있어요! 워낙 발견이 늦어진 것도 있고 수술은 그렇다 치지만 항암에서 부작용이 심하다 보니 더 암세포를 죽이지 못하네요. 다른 곳의 전이도”

 진희는 당분간이 아니라 어쩌면 힘든 고비가 많을 거라는 의사의 말에 무거운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선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자기도 모르게 죽은 현숙의 이름을 불러본다. 현 속아! 아빠를 제발...

 지극정성 병간호를 하는 진희를 여러 번 놀라게 하는 원이! 갑자기 열이 올라 입원하게 되고 되풀이되는 구토에 놀란 가슴 여러 번 쓸어가며 병원을 정신없이 오가는데 담당 의사가 말한다. 서서히 준비하셔야겠다고 진희는 직장생활로 바쁜 현수에게 연락하여 어떻게 해야 하니 라며 울먹인다. 

 자기 죽음을 머리와 몸으로 느끼고 있는 원인이 현수와 진희에게 요양원으로 가겠다고 하자 진희는 펄쩍 뛰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발버둥 쳐보지만 자주 오면 되잖아지라며 요양원으로 갈 것을 정하였다. 사실 원이라는 진희가 외출한 사이 현수를 집으로 불렀다.

 “현수야 내 병도 병이지만 엄마가 이상하다! 큰 병원에 한 번 모셔가서 검사받았으면 해”

간다.

  “왜 그러세요? 아빠!” 걱정되어 물어보는 현수에게 ”엄마가 치매인 거 같아 예전부터 조금씩 이상했는데 그때는 건망증이라고 생각했단다. 근데 그게 아닌 거 같아 외할머니도 결국 치매로 돌아가셨잖아 내 생각에는... “

언제부터 아들 이름도 잊어버리고 가스레인지 불 켜진 것도 잊어버려 냄비를 버렸다. 갑자기 돌아가신 장모님 기일이 언제지 했다가 제일 걱정이었던 건 “여보 나 산부인과 갔다 올 게 밥 챙겨 놨으니깐 먹고 있어” “갑자기 산부인과는 왜?” 진희가 병원에 간다고 하니 걱정되는 원인이 물어본다. “어? 배에 통증이 있기도 하고 검사 좀 받아 볼까 해서 갔다 올게”

그렇게 산부인과에 간 진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자기 좀 데리러 오면 안 되냐고 집에 있던 원인은 놀라 마음으로 병원으로 뛰어가 보는데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진희를 발견하고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원리를 보자마자 진희는 “여보 나 어쩌면 좋아 진료하다가 선생님이 자궁이나 난소는 좋다고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그런데 왜?” 휴지로 눈물을 닦던 진희가 다시 눈물을 흘리며 “근데 나보고 수술했네요. 피임 수술!” 의사가 자궁 초음파 하다가 갑자기 그러는데 ‘아니에요 저 한 적 없어요 “ 부인하는 진희에게 ”아 어머니 수술하셨네요 깜박하셨나 봐요 “ “무슨 소리예요 아니에요”라고 진희는 강력하게 부인했는데 진료실을 밖으로 나와 대기실 소파에 앉으며 내가 수술했다고 아무리 기억해 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근데 기억났어! 쌍둥이 낳고 친정엄마가 더 낳지 않으려면 둘 중의 하나는 수술하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산부인과 정기 검진 갔다가 루프는 부작용 있었잖아. 그래서 수술로 “ 맞다! 진희는 수술하였다. 박원오 기억난다. 루프 때문에 복통이 간혹 있다며 간 김에 수술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가 왔었다. 원이 시간 날 때 자기가 하겠다고 했는데 진희가 수술하였다. “그럴 수 있지 나도 까먹는 일 많잖아. 별거 아니야”라고 진희를 토닥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더 놀랄 일이 또 있었다. 갑자기 맨발로 “현 속아! 현 속아!”를 부르며 뛰쳐나간다. 방에 누워 있던 원인이 놀라 진희 뒤를 따라 나가 보는데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죽은 현석이를 부른다. 

 진희 역시 자신이 두렵다. 무섭다. 친정엄마 역시 치매로 돌아가셨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라며 너무 무서워한다.

원이라는 진희의 상태가 걱정되어 하루하루 관찰하다 현수를 부른 거다.



길벗 요양원


  원인은 큰 가방에 현수 현석 돌 때 찍은 가족사진을 행여 깨질까 봐 조심조심 담아 병원 근처 요양원으로 옮겨갔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 원인이 요양원 온 지도 6개월이 지나가고 원인의 병세는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크게 나아지진 않고 응급실과 요양원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길벗 요양원에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다.

 이름: 정 진희

 나이: 71세

 보호자: 박 원

 자:     박 현수

정 할머니가 박 원 할아버지 병간호 이전부터 조금씩 이상하다고 아들 현수가 병원에 모셨다. 검사를 하였는데 치매가 급속도로 진행이 빠르다고 하였다.

현수에게 갑자기 현석이 할 때도 아 나이가 이제 드시니깐 그런가 보다 했다. 

박 원 할아버지에게도 현장은 바쁘냐고 할 때도 옛날 생각하다가 그러나 보다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치매 진행이 상당히 진행되어 중증 치매로 간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면 일상생활이 거의 힘든 치매 환자가 되니 가족들은 미리 생각하시라 한다.

 현수에게는 무슨 날벼락인가 후두암의 아버지에 치매 환자가 되어버린 엄마며 자신에게 “현석아! 자전거 타면 안 돼”라고 할 때만 해도 현수 자신에게 자전거 조심하라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엄마 아빠를 한 요양원에 모실 줄이야 박 원 할아버지가 먼저 엄마가 힘들 수 있으니 엄마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아질 것이니 자신이 먼저 요양원에 가겠다 하였다. 현수는 힘든 직장생활에 갑자기 치매 환자가 되어버린 엄마에 “아버지! 아니에요. 제가 모실게요.”라는 소릴 할 수 없었다.

멀쩡한 정신일 때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 곁에 가겠다고 한 건 엄마였다. 현수는 많은 고민 끝에 다른 곳에 계시는 것보다 그래도 아버지가 계신 곳에 함께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같은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길벗 요양원에 들어온 후부터 치매가 더 심해진 정 할머니!

정진희 할머니를 돌보아주시는 분이 김 여사님이시다.

정 할머니가 입원하자마자 할머니의 눈에 가장 먼저 띈 사람은 김 여사이다. 

302호 병실을 책임지는 요양보호사 중 한 명이다. 302호는 여자들만 있는 곳이며 4명이 입원해 있다. 유방암 환자인 신 할머니도 있고 정 할머니처럼 치매인 박 할머니도 있고 어제 폐암으로 돌아가신 김 할머니까지 4개의 침대가 있다.

아주 활기찬 김 여사이므로 302호에 입원한 환자들은 김 여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특히 입원한 날부터 김 여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정할 뭐였다. 그때부터 김 여사 껌딱지 되어 김 여사의 일은 두 배로 늘어난 것 같다.

 언제나 트로트를 부르며 병실에 들어오는 김 여사!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가 죄인가요?”

“할머니 정 할머니 어유 왜 이러실까 오늘따라 뭐가 드시고 싶으셔서 이렇게 나를...” “김 여사 가지 마! 여기 있어”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김 여사 바지를 붙잡아 보는 정 할머니 “어유 우리 할머니 또 이러시다. 할머니 나랑 정원 한 바퀴 돌고 올까요?” 또 다른 보호사에게 신 할머니를 부탁하고 휠체어에 정 할머니를 앉혀 이렇게 밖으로 나오면 정원 의자에 박 원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신다. 수국꽃 활짝 핀 꽃밭 옆 의자에서 ”김 여사님 고맙습니다. 어유 우리 진희께 잘 잤나요? “박 원 할아버지는 정 할머니가 혹시라도 잠을 설쳤나 걱정이 되셨는지 정 할머니를 보며 미소 띤 얼굴로 밤새 안부를 묻는다.

정 할머니는 새초롬하게 수국만 바라보다가 슬쩍 박 원 할아버지 얼굴을 보더니 답가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제야 박 원 할아버지는 안심한 듯 할머니 손을 꼭 잡아 주네

 “여보 현 속인  어디 있을까?” 갑자기 정 할머니가 죽은 현석이를 물어본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할머니 얼굴을 쳐다보다가 “저기 저 하늘에 잘 있지! 걱정하지 마 잘  있으니깐.”

“당신 진희 내가 없어도 이렇게 예쁘게 웃어야 해! 여기 핀 수국처럼 환하게 아프지 말고 다른 걱정하지 말고 알았죠?” 할아버지의 당부에 할머니는 잡았던 손을 놓은 채 파란 수국만 쳐다본다.

길벗 요양원에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기억해 줘요 내 이름


“어떻게 해 어떻게 흑흑”

요양원 간호사며 요양사들이 큰 소리는 내지 못하며 모두 다 울고 있다.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 정 할머니 어쩌면 좋아! 흑흑”

“박 영감님은 할머니 두고 어떻게 가셨을까요? 흑흑”

며칠 응급으로 상급 병원에 다녀오신 박 영감님은 오늘 드디어 하늘나라로 가셨다.

정 할머니 손을 잡고서는 그것도 김 여사가 할아버지 앞에 할머니를 앉혀 놓고 그렇게 마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박 영감님은 스르르 손을 놓으셨다.

정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있을까? 침대 시트 밑으로 늘어진 할아버지의 손을 자꾸 잡아 올린다. 정 할머니의 두 눈이 흔들리지만 없이 할아버지의 손만 잡으신다.

그렇게 짧은 장례가 끝나고 연수 내외가 다시 정 할머니를 부탁한다고 인사하러 들렀다. 후두암 환자였던 아버지, 치매로 입원한 어머니 현 수의 어깨가 처져 보이지만 김 여사는 씩씩한 목소리로 “걱정하지 마세요! 정 할머니 곁에 제가 있잖아요”라며 현 수의 처진 어깨를 툭 쳐 본다. 

 306호에 다른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정 할머니는 오늘도 306호 앞에서 서성거린다. 

“어이없네! 없어! 젤리 먹고 싶은데 어디 갔지?” 306호 앞에 웬 할머니가 서성이니 “할머닌 누구세요?” 새로 들어온 할아버지가 정 할머니에게 말을 걸지만 할머닌 작은 가방만 매만진다. “없네! 없어! 젤리 먹고 싶은데” 불안해한다.

“할머니! 여기 있었어! 잠깐 기다리라 했더니 그새... 가자 가자”

남편인 박 영감이 죽는지도 모르고 아니 어쩜 알고 있나 요즘 들어 306호 병실 앞을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하고는 더 자주 자꾸만 306호로 가자고 김 여사 손을 잡아 이끈다.

“할머니 정원에 예쁜 수국 펐어. 할머니 수국 좋아하잖아. 우리 꽃 보러 정원 가자”

정 할머니는 수국 보러 가자는 김 여사 말에 아무 반항 없이 휠체어에 앉는다.

내 이름은 정 진희 기억해 줘요 내 이름! 박 원이 앉아서 기다리던 의자에 진희가 앉아 본다. 혼자 중얼거려 본다. 

내 이름 정 진희, 남편 박 원, 큰아들 현수, 작은아들 현석

내 이름은 정 진희 기억해 줘요 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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