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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Oct 26. 2024

장미꽃 활짝 핀 커피 하루를 아시나요?


 꽃의 여왕 장미가 제 색깔을 뽐내고자 한껏 멋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도 참 많은 이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예쁘게 늘어지게 핀 장미를 보고, 찍기 위해 하루 앞에 다녀간다. 어젯밤 늦게도 다녀갔는데 오늘은 인스타에 올리려고 하는지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남녀 커플이 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나에게 물으면 난 이쪽이 더 예쁘다. 저기가 더 예쁘다며 오지랖을 피울 만큼 바쁘지만, 많은 이들이 하루의 장미를 보러 오는 게 싫지만은 않다.

 오늘의 날씨도  장미꽃처럼 매우 맑고 쨍하다. 밤새 수분 보충으로 물 가득 찬 이 몸도 바삭 건조시킬 정도이네.

회벽 담장으로 활짝 핀 장미에게 물을 주며 인사를 하고 있을 때 길 건너에서 손을 흔들어 준다. “어? 이모님! 안녕하세요?” “ 그려 어제 잘 쉬었어?” 손 흔들며 오던 이모님이 어제의 안부를 물어봐 주신다. “네 이모님!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숨을 가쁘게 쉬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오시던 이모님이 돈을 먼저 내신다.

“오늘은 내가 계산하려고 먼저 왔어. 아유 숨차!” “아 그러셨어요?” 단골 이모님들이 오시는데 서로 먼저 계산하고자 미리 오신다. 연령대는 막내가 73살, 제일 큰 이모님이 82살이시다. 매일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시는 고마운 이모님들!

 커피 하루라는 작은 커피숍을 연지 11년째이다. 오픈해서 많은 사람들로 부적이던 커피 하루는 요즘 대형 베이커리가 많이 생겨나고 한 집 건너 하나가 커피숍에다가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고 현재는 현상 유지도 어려울 정도로 힘들지만, 어찌어찌 난 커피 하루를 유지 중이다.

가끔 그만둬야 하나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해보자 라는 생각이다.

 먼저 온 순이 이모님! 41살에 남편을 암으로 먼저 보내고 자식 없이 어린 동생을 자식 삼아 평생을 살아온 이모님, 적십자 봉사와 장애인 봉사로 우리 동네 모르시는 분이 없는 토박이 순이 이모님과 독대를 하다 보니 얼마 전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신 애자 이모님이 들어오신다. 82살의 큰 이모님이시며 아주 작은 키에 항상 크로스 가방을 메고 나타나신다.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먼저 줘!” “네 알겠어요. 이모님!”

“나도 왔어 난 유자 아이스 줘!”라며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명욱 이모님! 얼마 전 두 무릎 수술을 하여 아직도 걷기가 많이 불편한 상태이지만 친구들을 만나러 걸어서 20분 거리를 매일 출근을 하신다. 무릎 수술은 잘 되었지만, 혹시라도 걸어오는 동안 등하굣길 학생들에게 부딪힐까 봐 사실 내 마음도 조마조마하다. “이모님! 걸어올 때 괜찮으셨어요?” 걱정되어 물어본다. “ 응 괜찮아! 애들이 뛰어오기에 한쪽 벽으로 딱 붙어 있다가 애들이 지나가면 움직여  걸어왔지! 하하하”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많은 가게가 있지만, 커피 하루가 편하다고 나오시는 이모님들이 정말 감사하다.

 “ 얘! 명욱아! 숙기는 안 나온다니?” 순이 이모가 숙기 이모의 안부를 묻는다. “ 숙기는 경로당에서 밥 먹는다고 이따 올려나 모르겠네. 갠 거기 왜 가나 몰라” 4명의 이모 중 경로당에 유일하게 들르는 숙기 이모가 나머지 이모님들은 알 수 없다고 혀를 차신다. 이렇게 4명의 이모들은 50년 지기 친구들이다. 아가씨 때부터 결혼 생활이며 아이들 키우며 남편이 죽고 나서

지금까지 그 관계를 이어 오고 있는 중이다.

 이모님들이 30대였을 때에는 춤에 빠져서 양파 마늘 바구니를 카바레 앞에 보관하고 춤추러 다니기도 시골에서 벗어나 서울 원정까지 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50대인 난 깔깔 손뼉 치며 웃는다. 오산 춘향이들이라는 별명도 있으시다고 하시는데 너무 재밌다. 남편들이 죽고 혼자 40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는 명욱 이모님과 순이 이모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10년 전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많이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타! 타! 쏴아 쏴아 커피 두 잔이 나갈 때쯤 명주가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명주야 안녕 주말 잘 보냈니?” 고1 때부터 커피 하루에 와서 곧 서른을 눈앞에 둔 웹툰 작가이다. 소아암 환우 돕기에 동참하려고 머리를 자르지도 펌과 염색도 하지 않고 길러 기부 운동을 하기도 하고 튀르키예 지진이 났을 때에도 물품을 보내기도 한 참 마음이 아름다운 명주이다.

 “이모! 하루 이모! ” “응? 왜?” 그림을 그리다가 펜을 놓고 나를 부른다. 명주가 하루에 나올 때면 난 나의 커피를 가지고 명주와 마주 앉아 명주는 그림을 그리고 난 글을 쓴다. 펜을 놓은 명주가 “ 이모! 언제까지 하루를 할 거예요?” “갑자기?”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한 명주에게 난 어이없다는 듯이 크게 웃어 보낸다.

 “이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는데요. 언제든지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커피 라테 생각나면 나오고 길 가다가도 하루가 열려 있으면 들렸는데, 이런 하루가 없어지면 어떡하지? 이모가 여기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드네요!”라며 울상을 짓는다.

 명주의 엉뚱한 질문에 “나 역시 마찬가지야 명주가 결혼을 해서 여기를 떠나면? 스타벅스 언니처럼 결혼해서 서울로 가면? 서호 이모처럼 아파트 당첨 되어서 평택으로 이사 가면? 나 역시 네가 들리지 않으면 나의 친구를 또 한 명을 떠나보내게 되잖아..”

나 역시 마찬가지다. 딸처럼 친구처럼 지내는 명주가 멀리 가면 어쩌지라는 슬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어! 민찬이 온다!” 민찬이는 부산에서 시집온 아름이의 6살 된 아들이다. 부산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소개팅에서 만난 남편 따라 연고도 없는 이곳에 오게 되어 입덧으로 고생하던 찰나에 커피 하루의 자몽 주스에 반해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 “민찬아! 유치원 잘 다녀왔니?”라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손에 꽉 지어진 아이스크림을 내보인다. 자기 거라고 자랑하는 건데 장난기가 발동한 난 “ 민찬아! 민찬인 나중에 커서 누구랑 결혼할 거야?”라고 물으니 눈도 마주치지 않고 “커피 이모”라고 대답한다. “그렇지? 커피 이모랑 결혼할 거지? 그러면 그 아이스크림 이모 줘!”라고 장난을 치는데 민찬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아이스크림을 내게 내민다. “우와 내 새끼! 어이구 어이구 귀여워!” 커피 하루 안에 웃음이 넘쳐난다. 작은 꼬마 어린이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80이 다 된 이모님들도 하하하 아이들은 싫다던 명주도 호호호 나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큰 웃음을 준다.

 “아름아! 어때? 일은 할 만해?” 얼마 전부터 경력 단절 여성 일자리 센터에 신청해서 주민센터 자치위원회에 행정 업무 파트에 취업 성공을 하였다. 민찬이 때문에 오랜 시간은 안되므로 적은 월급이지만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취업 신청을 하였는데 성격 좋은 아름이는 한 번에 합격 통보를 받고 지난주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아직 어리다고 걱정한 민찬이는 의외로 씩씩하게 유치원을 다니고 아름이의 경제적 상황이 나아진 터라 태권도 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네 사장님! 5시간만 하면 되니깐 괜찮은 거 같은데 아직은 아침에 민찬이 챙기랴 화장하랴 정신이 없네요! 그리고 민찬이 오기 전 퇴근인데도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 싫어요 하하” 씩씩한 아름이가 호탕하게 웃는다. 저녁이 하기 싫어서 지난주에는 배달 음식과 외식을 많이 하였다기에 “어허 그러면 일 안 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난 놀렸다.  

 애플 유자 아이스를 휘익 저어가며 활짝 웃는 아름이를 보고 있자니 나의 30대 후반이 생각이 든다. 

 인아 리아 지아 세 아이의 엄마인 나는 리아가 5살 되던 해에 다시 복직을 생각하였고 남편의 만류에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난 다시는 복직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여 다니던 병원의 원장님 권유로 출근을 결정하였다. 첫 출근 날 세 아이의 등원을 준비하는데 눈물이 왜 그리 나던지 아이들이 하교할 때 엄마가 없으면 이 아이들이 어떤 마음일까? 매일 간식 챙겨 주며 세 아이를 기다렸는데 나 혼자 전전긍긍하였다. 근처에 친정 부모님이 계셔서 나의 퇴근 시간까지 아이들을 봐주신다고 했지만 난 아침부터 눈물이었다. 세 아이의 등원 버스가 떠난 뒤 난 바로 원장님께 전화드렸다. “원장님! 죄송해요 도저히 안 되겠어요! 죄송합니다.”라고 난 출근을 못 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고 두 번 오지 않을 복직의 기회를 떠나보내었다.

 그렇게 집안 살림과 아이들 케어로 시간을 보내던 중 왈츠만 닥터에서 핸드드립 커피 케냐 aa를 마신 후 흠뻑 드립 커피에 빠져 바리스타 학원에 등록을 하여 자격증을 따기 시작하였다. 커피는 민간 자격증이지만 바리스타, 핸드드립, 라테아트, 로스팅까지 두루두루 공부를 하였고 공부한 것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여 설렘과 기대를 안고 커피 하루라는 가게를 오픈하였고 11년째 난 하루와 함께하고 있다. 막내가 6학년이었는데 지금은 호텔 패스츄리부에서 근무하는 사회 초년생이 되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아이스 하나, 따아 하나 테이크 아웃이요! 5분 뒤 도착입니다!” 평택으로 이사 간 서호 맘이 전화가 왔다. 하루 근처에서 살다가 평택에 아파트 분양을 받아 이사를 간 서호 맘 송희! 친정엄마가 하루 근처에 계셔서 일주일에 한 번은 하루에 들리기도 한다. 송희는 신혼 때부터 남편이랑 강아지랑 왔었는데 지금은 7살 예비 초등 맘이 되어 이사를 갔어도 서호를 데리고 하루에 자주 온다. “서호 잘 지내지?” 임신해서 태어나고 5살이 될 때까지 매일 보던 서호가 이사를 가고 선 꼭 내 자식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정말 하루가 쉬지 않는 이상 매일 보던 서호랑 송희를 떠나보내고 나서 빈 둥지 증후군을 내가 앓았던 것이다.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어제부터 축구 교실을 다니기 시작하였거든요. 어유 못 말리겠어요. 유니폼 안 벗고 계속 입고 있겠다고. 지가 손흥민처럼 행동을 하니 어이없어 진짜!”라고 송희가 말한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서호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이 엄청 가득하다는 걸 난 알고 있다.

 “어? 서호 엄마 왔네?” “네 언니 안녕하세요!” 부업거리를 갖다주고 커피 마시러 들른 윤미가 서호 맘을 보고 인사를 한다. 오랜만에 마주한 서호 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다 아는 지인들이라 하겠지만 윤미도 커피 하루에 처음 발 들여놓은 것이 하루 오픈하고 얼마 안 되어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렀다가 지금까지 친정 동생처럼 지낸다. 서호맘 송희랑은 내가 인사를 시켜 주었다.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혼자 온 손님들은 나를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내가 많이 바쁠 때 나는 서로 인사를 시켜 준다. “인사해 여긴 서호엄마이고 아들이 5살이야.” “여기는 윤미이고 대학생 딸과 고3 아들이 있어. 둘이 이야기 나누고 있어 나 커피 나가고 올게” 이렇게 둘이 인사를 시켜 주고 난 맘 편히 다른 손님 음료를 준비한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둘은 지금은 나 없어도 이야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밥도 먹으러 다닐 정도로 지금은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민찬 엄마는 요즘 안 보이네요?”라고 서호 맘 송희가 묻자 많이 더웠는지 아이스를 한 모금 먼저 마신 윤미가 “어 아름이 취업했어”라고 답해 준다. 

“어 명주 오랜만!” 그림 그리고 있던 명주에게도 윤미가 인사를 건네자 명주가 “안녕하세요”라고 답을 한 후 가방에서 마이쥬를 꺼내 테이블 위에 꺼내 놓는다. “ 어? 고마워! 잘 먹을게!”라고 고마움을 표한다. 명주가 마이쥬 한 움큼을 들고 노노 이모님들에게 다가간다. “할머니 이거 드실래요?”라고 물어보자 노노 이모님들은 “뭐 우리까지 챙겨 먹여!”라고 미안해하자 “아니 많아요. 할머니들 드세요”라고 테이블 위에 한가득 내려놓는다. “와 저 아가씨 머리 좀 봐 우와 머리숱이 엄청 많네”라고 80 넘은 이모님들은 20대 후반인 명주의 머리숱이 너무 부럽단다. “나도 젊었을 때 저렇게 많았는데!”라며 쓸쓸함을 내보인다. 머리숱 엄청나던 명주가 단발이 되어 들어온다.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명주 머리카락 자른 거 보니..

 하루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이모님들도 가시고 윤미는 저녁 준비하러 마트에 장 보러 가고 명주랑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가 하루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 큰 키가 아닌 젊은 남자가 들어오는데 깜짝 놀라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 민수 씨! 민수 씨 오랜만이에요?” “네 사장님 잘 지내셨죠?” “나야 늘 그렇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에 난 한층 업 되어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가끔 가게 앞을 지나다녔는데 하루가 일찍 닫아 못 들렸어요” “내일 여행을 가서 오늘은 일찍 퇴근길에 하루 문이 열려 있어 인사하러 드렸어요” 민수 씨는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취준생일 때 하루의 단골손님이다. 외국계 회사에 화상 면접 볼 때에도 하루에서 노트북으로 면접을 보았으며 삼성에 취직이 되었다고 할 때에도 함께 기뻐하였다. 그러다가 내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난 하루 문을 일찍 닫게 되었다. 자궁근종과 유방에 혹들이 생겨나면서 좀 더 건강에 신경 써야 할거 같아 결심하게 된 것이 가게 문을 아예 닫지는 못하고 조금 일찍 닫기로 남편과 약속하였다. 남편은 하루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길 바랐지만 난 나의 인연들을 다른 이에게 넘기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에 하루가 없어지면 나 또한 지금 보다 더 힘들어질 거란 생각이 들면서 난 주 5일제 퇴근시간 조정으로 지금 까지 하루를 유지하고 있다.

 “엄마! 뭐 해?” “어? 이모들이랑 이야기 중이야!” 파리에 유학 중인 둘째 리아가 엄마의 건강과 일상을 궁금해하며 전화가 온다. “ 오늘은 뭐 했어? ” “음, 오늘은 민수 씨가 왔다 가고!” 민수 씨라는 말에 리아도 많이 놀라한다. “아! 민수 아저씨! 지금도 여행 많이 다닌데?”라며 물어본다. “응 내일도 튀르키예 백패킹 간다고 인사하고 갔어! 잘 지내고 있대!”

 이렇게 남편과 세 아이의 도움으로 커피 하루를 유지 중인 나는 하루의 시그니처인 5월의 장미꽃과 함께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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