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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Oct 26. 2024

읍내동 815

 파란 대문을 활짝 열고 들어 가면 가운데에 정겨운  우물이 보인다. 우물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이 고물상 집 위채라 부르고 왼쪽을 아래채라 부른다. 마당을 빙 둘러 방과 방들이 많다. 예전에 이 큰 땅에서 고물상을 하던 주인이 고물상을 그만두면서 방과 방들을 만들어 세를 주었다. 

읍내동 851번지! 동네 사람들은 여기 사는 사람들을 고물상 집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위채에는 주인이 거주하는 큰 마루가 있고 큰방, 작은방, 부엌이 있는 곳, 그 옆에 반장님네가 살고, 그 옆에 검은 안경 아지매, 그 옆에 철수네 가족, 그리고 우리 방이 있다. 우리 방 옆에는 우물가 겸 수돗가가 자리하고 있다.

아래채에는 경희 언니네와 영수 오빠가 자는 방, 영숙 언니네 방, 서울에서 이사 온 서울놈네, 그리고 작은 수돗가가 있다.

이렇게 위채 아래채 방이 많고 사람들이 많으니 당연,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고물상 집이다.





우물에 빠진 철수 아저씨


 저녁밥을 먹고 텔레비전 앞에 모여 전설의 고향을 보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 이불을 얼굴에 가리고 숨을 죽여 가며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아이고 사람 살려 주세요!”순간 나는 텔레비전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철수 아버지 살려 주세요 ” “이게 무슨 소리지? 엉?” 

이불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우물에 사람이 빠졌대!” “누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에 “철수 아버지가 빠졌다네요”라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수돗가 옆 우물은 물이 많이 빠져 있어 잘 쓰지 않는 우물이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을 때 긴급할 때만 쓰던 거였는데 철수 아버지는 우물에 왜 빠졌을까? 

“방에 들어가 얼른” 경찰이 오고 뭔가 정리가 되어갈 때쯤 우리를 본 엄마는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철수 아줌마 말이 월급 때문에 돈 때문에 말다툼을 하던 중 술 한잔 한 철수 아버지가 갑자기 웃통을 벗어던지고 우물로 뛰어들었다 한다. 다행히 물이 깊지 않았기에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은 아저씨들이 바로 뛰어나가 물 바가지 끈으로 끌어올려서 생명에는 아무 지장 없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철수네는 30대 부부이다. 철수는 이제 돌이 막 지난 아기이고 아저씨는 읍내에 국수 공장에 다니신다. 그 국수 공장에서 철수 엄마를 만나 결혼식도 안 올리고 그냥 살림을 차렸다. 철수 엄마는 아주 마른 체형이며 임신을 해서 철수 낳기 전까지 철수 아저씨랑 함께 그 국수 공장에 다녔다. 고물상 집 아지매들이 그러다가 큰일 난다고 했지만, 철수 엄마는 깡마른 몸매에 비해 아주 깡다구가 있었다. 철수 아저씨가 국수 공장으로 일하러 가면 철수 엄마는 10킬로가 넘는 철수를 등에 업고선, 봉투에 풀을 부치는 부업을 한다. 철수가 놀아 달라 징징거리면 등에 업고선 풀을 부치고 철수가 업혀 있는 게 싫은지 고개를 뒤로 힘 있는 껏 제치면 포대기를 앞으로 돌려 끝까지 풀칠을 하는 거다.

철수가 울면 달래고 울면 젓 물렸다가 그 깡마른 몸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이렇게 살림에 보태고자 악바리로 사는 철수 엄마의 잔소리가 뭐 그리 기분 나쁘다고 우물에 몸을 던져 던지기는! 고물상 집 아지매들은 말했다.   “우물에 물 없는 거 알면서 객기 부린 거다.” 혀를 쯧쯧 차기도 하였다.

철수 아저씨는 가끔 퇴근길 공장에서 불량난 국수를 가져올 때가 있다. “형수님, 국수 가져왔어요!”라고 반장님네 부엌에 내려놓으면 반장님 아지매는 비가 와서 진흥원에 일 나가지 못하는 날 짙은 멸치 다시물을 내어 호박 썰어 넣고 , 감자 넣은 아주 맛있는 국수를 삶아 주시곤 하신다. 학교 갔다 온 우리도 맛있게 한 그릇씩 뚝딱하게 만드는 마법의 국수이다.

한밤중 큰 소란을 일으킨 철수 아저씨 소문은 며칠 동안 학교에서 조차 크게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철수가 아직 아기라서 그러지 고물상 집에 같이 사는 나는 그 소문이 창피했다.

우물 사건 며칠 후 철수 아저씨는 주인 할머니에게 죄송하다 보는 어른들마다 죄송하다, 죄송합니다! 를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다니셨다. 철수 아저씬 그렇다 치고 철수 아줌마는 무슨 죄인가? 월급도 적은데 매일 술 마시고 다니는 아저씨에게 술 좀 그만 마시라고 한 게 그 작은 목소리 낸 게 우물에 빠질 만큼 잘못되었단 말인가?

오늘도 철수 아저씨는 퇴근길에 국수 봉투 하나를 반장 아주머니에게 내밀어 본다. 오늘따라 너무 고분고분 왜 이리 부끄러워하는지 갓 시집온 새색시 마냥 아지매에게 내미니 “뭐꼬? 뭔데 이리 부끄러워 하노 뭔 일이래?” 큰 목소리 화통한 반장 아지매가 철수 아저씨를 놀리듯 국수를 받아 들었다. “ 아이참 형수님도”라며 철수 아저씨가 부끄러워하는데 “죄송합니다”라고 저 아저씨가 진짜 우물에 빠진 사람이 맞나 싶다.

철수 아저씨 술 끊었다고 고물상 집에 소문은 났지만 난 믿지 않는다. 당분간 철수 아저씨는 술을 마시지 않겠지만 그것 또한 오래가지 못하겠지 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절대로 그럴 일이 없겠지?






보온 도시락통


 “오빠! 가래떡 구울까?”“내가 연탄불에 구워 볼게!”겨울 방학이다. 오늘은 추워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데 배가 고프다. 점심을 먹은 뒤인데도 군것질이 하고 싶어 져서 부엌으로 가 보았다.

“오빠, 이리 와봐”“왜?”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오빠가 부엌으로 왔다. 난 연탄불에 가래떡을 구우려고 갔다가 보온 도시락 뚜껑이 떨어져 있는 걸 보았다.‘에이, 불에 떨어지면 어쩌려고 이 뚜껑이 열려 있어?’ 보온 도시락 뚜껑을 주워서 닫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도시락통 속에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너무 놀란 나는 오빠를 불렀고 도시락통을 본 오빠는 “빨리 가서 엄마 오라고 해!”라고 엄마를 데려오라 했다. 

엄마는 반장 아저씨네 집 김장을 돕고 있었다. 난 엄마에게 조용히 다가가 “엄마, 빨리 와봐” 부르는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엄마의 팔은 강하게 잡아당겼다. “왜? 왜 그래?” 김장하던 엄마는 손에서 장갑을 벗어던지며 아픈 허리를 펴 보며 내 뒤를 따랐다. “왜? 무슨 일 있어? 은아야?”“엄마! 엄마! 이리 와 봐” 난 부엌으로 가서 보온 도시락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엄마는 왜 그러지 라며 도시락통을 보다가 깜짝 놀라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도시락통 속에 있던 돈을 모두 꺼내고선 오빠와 나에게 옷을 입으라고 했다. 우린 따뜻하게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현동이 엄마 어디가?”김장하다 말고 옷을 갈아입은 엄마를 본 반장에 아주머니가 묻는다. 

엄마는 “현동이가 아프네요?”“보건소 갔다 와야겠네요”라며 거짓말을 하고선 빨리 걸으라고 우리에게 눈짓을 한다.

우린 보건소를 향해 걸어간게 아니라 7번 버스를 타고 팔달 시장으로 갔다. 팔달 시장에서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을 먹은 후 엄마의 장보기는 빠르게 무섭게 시작되었다. 부르뎅 아동복 점으로 갔다. 난생처음 입어 보게 된 체크 코트를 사주셨고 바지 속 털 달린 골덴 바지도 입혔다. 아래 위 짜악 새 옷을 입은 오빠와 우리를 이번에는 신발 가게로 데려갔다. 발목까지 오는 털 부츠를 사주셨다. “우와 털이 진짜 부드럽다. ” 아버지 티셔츠도 사고 엄마 니트 가디건도 하나 사고 시장 물건 다 사버릴 기세로 장보기는 끝이 나고 우리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오뎅도 먹었다.

다시 7번 버스를 타고 동네로 돌아오던 엄마는 연탄 가게에서 연탄 이백장을 배달 시켰고 쌀가게에서 쌀 한 가마를 주문했다. “우와” 오빠와 난 엄마 뒤에서 우와 라는 소리만 내었다.

골목 전방에서 엄마는 배추 이백 포기를 주문하였다. 소금과 재료들도“엄마 우리 김장해?”“현동이네도 김장 하는구나?” 전방 주인아주머니가 거들었다.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엄마는 싸악 배달을 시킨 후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때에 돌아와 보니 반장네 김장은 끝이 나 있었고 김장에 참여한 아지매들은 고기 삶아서 먹고 있으니 반장네로 건너 오라고 했다. 시장에서 칼국수, 군것질을 한 오빠와 난 그냥 방에 있었고 엄마는 눈치가 보였던지 가서 조금 먹고 왔다. 진흥원 일을 마치고 온 아버지가 방에 들어 오자 마자 엄마는 조용히 보온 도시락통을 내어 보였다. “어? 이거 왜? 갔고 왔어?” 깜짝 놀란 아버지는 “여기 돈 어디 갔어?”라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돈의 행방을 물었다. 옆에서 땅콩 카라멜을 먹고 있던 오빠가 “아버지 엄마가 이거 사줬어”라며 오늘 시장에서 엄마가 사준 옷과 부츠를 보여 주었다. 아버지는 엄마가 내어놓은 티셔츠와 연탄불에 바짝 구운 고등어구이로 차려진 밥상 앞에서 아무런 말을 못하셨다.

저녁상을 물린 후 엄마는 조용히 한마디 하셨다. “두 번 다시 이러지 말아요!” 아버지는 보온 도시락통 숨겨둔 돈이 얼마나 많이 아까우셨을까? 하지만 돈 내어 놓으라고 아무 소리 치지 못하고 아버지의 두 눈은 텔레비전에만 꽂혀 있다.  과연 아버지가 말을 들으실까?


#은아의 꿈#


아버지가 대구 시내에서 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하고선 군위 시골 할머니 집으로 가셨다. 난 군위에서 태어났다 한다. 소가 밭 갈고 있을 때 태어났다고 하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난 소띠이다. 소띠는 일복 많다고 걱정 하는 우리 엄마에게는 세상 예쁜 딸이 바로 나 김 은아이다.

내가 돌 지났을 때 엄마는 아버지 찾아 고물상 집에 왔다. 그런 내가 벌써 11살이 되었지만 아직 이 고물상 집에 살고 있다. 이사 가고 싶다고 했는데도 엄마 아버지는 아직 돈이 없나보다.

난 육상부이다.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는데 고물상 집 아이들과 밤마다 다섯 개와 도로 건너 산 까지 달리기 내기를 하면서 나의 달리기 실력은  정말 빨라졌다. 친구 따라 육상부원 뽑는 테스트를 보았는데 나만 뽑혔다. 육상부가 되기 전 선배 언니 오빠들이 아침마다 학교 운동장에서 구령에 맞춰 달리기 하는걸 보고 있으면 너무 멋있어 보였는데 “은아! 너 내일부터 아침 운동 나와!”라고 육상부 선생님께서 합격을 알려 주었고 다음 날부터 난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한다. 내가 운동을 하고 있으면 오빠는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야구 게임을 하고 있다가 육상부에서 간식으로 나온 빵과 우유를 오빠에게 넘길때도 있다. 오빠는 달리기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육성회장 아들이 테스트도 없이 육상부에 들어 온다기에 육상부원 몇몇은 입이 뾰롱통 하게 나와 운동 연습에 참여 한 육성 회장 아들이 미워했다. 우리 오빠는 간발의 차이로 테스트에서 떨어졌는데 학교 앞 문구점 육성회장 아들은 무시험 통과라니 ‘저 녀석 하고는 안 친해질거 같아’

난 육상부원이기도 하지만 책을 무지 좋아해서 우리 집에 없는 책이 현미집에 있을 때는 현미 심부름을 해주고 그 책을 빌려 보기도 한다. 엄마가 책을 더 많이 사줬으면 하는게 소원이기도 하다.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 정말 예쁜 딸이 태어나기를 바랐다. 엄마 보다 아주 예쁜 아기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엄청 하셨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 가장 예쁜 것 가장 맛있는 것을 골라서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나 쌍꺼풀진 예쁜 눈에 예쁜 공주가 태어나게 된 것이라고 늘 이야기 하신다. 내가 봤을때에는 난 그저 아버지를 더 많이 닮은거 같은데 말이다. 

술 많이 드시는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속상해 하면 난 엄마에게 아버지랑 헤어 지라고 한다. 마음 고생 하지 말고 헤어지라고! 엄마는 조그만한게 못 하는 말이 없다고 눈을 흘기지만 내가 말해도 엄마는 아버지랑 헤어지지 못할걸 알기에 더 큰 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난 절대 술 마시지 않는 남자랑 결혼 할꺼라면서 나는 아버지를 좋아한다. 술도 좋아하고 노름도 좋아 하는 아버지지만 책을 좋아하시고 노래  부르는것도 좋아하는, 술만 안드시면 아주 얌전해지는 아버지가 좋다. 엄마를 위해 무 넣고 고등어 조림할 때 보면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하는데 어쩜 저렇게 순하게 생겼나 할 정도로 얌전하시다. 아주 가끔 술 안 드시는 날이 있으니 엄마도 아버지랑 사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학교에선 모범생에 공부도 제법 하는 아이이며 달리기도 잘해 운동부이기도 하다. 담임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은아처럼 하라고 해 친구들의 질투도 받지만 난 타고난것 보다는 부자가 아닌 우리 집에서 나라도 잘해야지 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하는 거다. 운동이든 공부든 나의 꿈은 뭘까? 하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하지?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도 되고 싶고 책쓰는 소설가도 되고 싶고 엄마처럼 현모양처도 되고 싶다. 나중에 커 보면 알겠지? 내가 무슨 일,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지는... 고물상 집 사람들은 나를 보고 아주 야물딱지다 하니 난 뭐가 되도 되겠다하니 내 미래는 걱정 안한다.


#농촌 진흥원 반장님#


정화 언니네 아버지는 진흥원 작업 반장 이시다. 아버지가 작업 반장이니 정화 언니네 엄마도 당연히 진흥원 작업반에서 일을 하시고 정화 언니네 오빠도 이혼하고 와서 진흥원에서 일 하고 있다. 고물상 집에 가장 오래 살고 있으며 터줏대감이시다. 고물상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장님이 나서서 일 처리를 하셨고 주인 할매 다음으로 나이가 많으며 조용히 차분하다. 반장님과 반대의 정화 언니 엄마는 활력이 넘치시고 호탕하시다. 종갓집 맏며느리 같다고 해야겠지! 그래서 고물상 집 모든 사람들은 반장님 아저씨, 아지매를 많이 따른다. 아저씨가 술을 좋아는 하지만 약한거 같다. 술을 드시곤 큰 주사는 없으시고 워낙 아지매가 세다고 해야 하나? 아지매가 무서운 아저씨는 술 드시면 그냥 조용히 주무시러 들어 가시는게 다다. 

반장 아저씨는 아들 셋에 딸 셋을 두었는데 큰아들이 이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술 드시는 일이 자주 생겼다.

반장님 큰아들은 28살이다. 키도 크고 잘생긴 큰아들이 결혼한지 3년쯤 되었는데 이혼을 했다. 큰아들 결혼식에 온 고물상 집 식구들이 총 출동 하여 축하해 주었는데 그 결혼식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신부가 여시 같다, 술집 여자다. 사실인지 아닌지 난 모르지만 큰아들이 이혼을 하고 고물상 집에 다시 돌아온 걸 보니 술집 여자 였다는 고물상 집 아지매 들이 하는 소리가 맞았다. 사실이었다. 

큰아들은 시내에 나가 신혼살림을 차렸다. 큰아들은 건설 회사에 나간다고 했고 신부는 사무실에서 경리를 본다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큰아들이 고물상집에 자주 오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이혼을 하고 돌아와서 어른들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신부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결혼 전 술집에 나갔을 때 그곳에서 만난 남자였다. 결혼하고도 관계  정리를 못하고 만나다가 큰아들한테 들켰고 큰아들은 용서한다고 했지만 신부가 싫다고 그 술집 남자가 더 좋다고 헤어지자고 했다 . 이게 무슨 일이고? 울어보고, 달래보고 했지만, 신부는 가방을 챙겨 떠났다. 반장 아저씨 닮지 않아 잘 생기고 키 큰 아들인데 건설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는 진흥원에서 일을 하며 하루하루 어른들 눈치를 보고 있다. 안 그래도 술 좋아 하는 반장 아저씨인데 큰아들이 돌아온 후 우리 아버지랑 더 쿵짝이 되어 돌아 다니신다.

“동생아! 괜찮다. 뭐 이혼 한번 한게 되수냐?” “네! 네! 형님 맞습니다!”

술이 거하게 취한 반장 아저씨는 큰아들을 위로하는 듯 자신을 위로하는 듯 “괜안타, 괜안타” 비틀 비틀거리는 반장 아저씨 뒷모습이 어린 내게도 너무 쓸쓸해 보인다.

50대 반장 아저씨의 두 어깨에 8식구의 생계가 달려 있었으니 그나마 큰 아들 내 보내고 한숨 돌리셨는데 아저씨가 술 드시는 날이 더 많아 지고있다.

그러고 보니 고물상 집 사람들 3분의2가 진흥원에서 일 하는거 보니 사람 좋으신 반장 아저씨가 우리 고물상 집 사람들을 많이 추천하셨나 보다. 검은 안경 아지매, 우리 아버지, 반장 아지매, 반장 아저씨 큰아들, 영숙 언니 엄마, 우와! 많은 사람들이 반장 아저씨 도움으로 살고 있구나.


#검은 안경 아지매#


반장 아저씨 옆방에 사는 검은 안경 아지매! 이 아지매 역시 진흥원에 일하러 다니신다. 우리는 검은 안경 아지매 라고 부른다. 남편이랑 둘이서 자식 없이 살았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두 분은 항상 같이 교회 다니고 진흥원도 같이 다니셨는데 왜 갑자기 돌아 가셨는지 모르겠다. “현동아! 현동아 빨리 와봐라” “빨리!!”
 반장 아저씨의 다급한 소리에 방에 누워 있던 아버지는 맨발로 뛰어 나가고 검은 안경 아지매는 뒤로 자빠져 있었다. “무슨 일이고 아지매?” 아버지가 물어봐도 대답도 못하셨다. “숨을 안 쉰단다. 우야노?” 옆에 있던 반장 아지매가 대신 대답을 하고 아버지가 쓰러져 있는 검은 안경 아저씨를 봤을 때에는 벌써 돌아가시고 난 다음이였다. 검은 안경 아지매가 아침에 일어나 밥을 준비하는데 아저씨가 인기척이 없었다. 검은 안경 아지매가 “일어나요 어여 일어나” 대답이 없자 “몇시인데 아직도 안 일어나? 왜그래요?”라고 재차 물어도 대답이 없으셨단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뛰어가 이불 덮고 있는 아저씨를 흔들어 깨웠는데 대답이 없었다. “일어나봐 일어나 봐요 왜이래요?”“형님! 아지매!” 크게 소리 질러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단다. 뛰어온 반장네 아저씨와 아지매도 어쩔 수 없이 아저씨의 죽음을 인정 할 수 밖에 돌아가신거다. 경찰들이 와서 조사가 끝나고 그렇게 검은 안경 아지매 남편의 장례가 치러졌고, 어린 나는 고물상 집에서 누가 돌아가신 걸 처음 보았다. 현미랑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무섭다. 무서워”하다가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였다. 아저씨는 건강 하셨다. 고물상 집 남자들처럼 술을 드시는것도 아니고 항상 아지매랑 늘 함께 하셨는데 술을 많이 드시는 우리 아버지가 걱정이되었다. “현미야! 우리 엄마 아버지도 돌아가시겠지?”“싫어! 싫어! 아니야”라고 현미는 고개를 저었다.검은 안경 아지매 아저씨는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목사님도 오셔서 기도도 해 주셨다. 아저씨 장례를 치르자 마자 아지매는 진흥원으로 출근을 하셨고 고물상 집 아지매들이 좀 더 쉬라고 해도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선 바로 일을 시작하였다. 매일 같이 함께 한 남편이 죽었으니 이 고물상 집을 떠날 거라고 고물상 집 사람들은 이야기 했지만 검은 안경 아주머니는 떠나지 않았다.

고물상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부터 검은 안경과 그냥 안경을 필요에 따라 바꿔 쓰고 다니셨다고들 한다. 하지만 남편이 돌아가신 후에는 비가 오나 해가 있으나 눈이 오나 흐려도 그 검은 안경을 벗질 않으신다. 투명 안경을 쓴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검은 안경으로 눈을 가리고 다니신다. 어떻게 여기 고물상 집에 오셨는지 들은 이야기는 없지만, 아저씨 아지매가 원래 말이 많지 않고 조용한 분들이라 왜 자식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두 분이 살다가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아지매는 당신의 슬픈 눈을 더 보여 주기 싫으신가 보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그 아주머니의 눈을 본 적이 있다고! 근데 눈이 너무 예쁘다 했다. 쌍꺼풀 진 큰 눈이 예쁘다고.


#수녀님 손을 잡고 나타난 소녀#


쨍쨍한 여름! 현미랑 대문 밖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었다. 

여름 방학이지만 딱히 어디 가지는 않았다. 밥벌이 하기 바쁜 어른들이라 방학이라고 해서 할머니 댁 말고는 어딜 딱히 가질 않는다... 그런 어른들을 둔 우리는 친구 집을 찾아가 놀기도 하고 온 동네를 놀이터 삼아 그래도 신나게 놀았다. 너무 뜨거워서인지 밖에 나온 사람은 현미랑 나 단둘뿐이다. 같이 고무줄 놀이 할 사람이 없는지라 우린 고무줄 한쪽을 전봇대에 묶어 두고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고무줄 나머지 끝을 잡아 고무줄 놀이를 하였다.

“어? 은아야 저 사람들 뭐야?”

현미가 잡고 있던 고무줄을 놓으면서 수상한 사람들을 보자 내게 물었다. 하지만 현미가 모르는 사람을 내가 알 리가 “어? 수녀님이잖아! 저 옷! 수녀님들이 입는 옷 맞지? 우리 동네에도 성당이 있어 왔다, 갔다, 하시는 수녀님을 보았기에 우린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수녀님 옆에 저 아이는 누구지?

고물상 집 주인 할매가 살아야 되는 위채 가장 한 가운데 큰방을 준희네가 살고 있다. 준희엄마와 딸 둘이 살고 있었다. 원래 고물상 집에서 가장 큰방에 마루 거실도 있고 해서 주인 할매가 살아야 되는 방인데 주인 할매는 옆에 골방으로 가고 좀 더 많은 돈을 내는 준희 엄마가 그 방을 차지하였다. 매섭게 생긴 준희 엄마 역시 남편이 없다. 그렇게 세 모녀가 살던 집이였는데, 그날 수녀님 손을 잡고 갑자기 준희라는 친구가 나타났다. 나랑 나이가 같은 준희는 우리랑 친해졌지만 어디에서 왔는지 자세 하게는 말하지 않았다. 가끔 자기도 모르게 수녀님과 살았다고 툭 튀어 나오지만 재빨리 다른 쪽으로 말을 돌려 버린다. 어린 준희에게 준희 엄마는 입단속을 한 것일까? 

수녀님과 함께 온 준희는 성당에 나간다고 함께 가자해 교회를 다니던 현미와 나는 가끔 준희를 따라 성당에 가 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례받은 친구도 나오라고 하면 말 잘 듣는 나는 예쁘게 줄을 서서 영성체를 모셨고 어린이 교리 수업을 듣기도 하였다.

그렇게 주인집에 세 들어 사는 준희가 나는 가끔 부러웠다. 준희 위로 두명의 언니가 있다.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준희 언니는 준희를 공주처럼 대하였다. 머리도 예쁘게 땋아주고 준희가 좋아하는 소세지 반찬도 해 주었다. 큰 마루 거실이 있는 것도 부러웠고 술 많이 마시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부러웠다.가끔 준희 손 잡고 온 수녀님이 다녀가시는데 오실 때마다 준희에게 새 원피스를 사다 주는 것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은아야 우리 파마할까? 현미는 안 나오나?” 갑자기 파마를 하자고 준희가 불렀다. “어떻게? 미용실 가야 하잖아?” 궁금해하는 내 물음에 단호하게 “나 할 수 있어!”라고 대답한다. 준희의 자신만만한 성화에 현미도 고물상 집 마루로 나오고 우리는 준희 원장님 말을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은아야, 현미야! 저기 대문밖에 아카시아 나무 좀 꺽어와봐!”“왜?” “그냥 갖고 와 아 진짜 말 많네”라며 손으로 재촉한다.현미와 나는 대문 밖 소나무밭 옆 아카시아 나무를 발 꿈치 들어 가며 꺾어서 준희에게 가져 갔다.

준희는 파란 바가지에다가 물을 떠다 놓고선 그 바가지 물을 우리 머리에 발랐다. “야! 뭐하는거야?”물을 머리에 바르는 행동에 놀라 머리를 뒤로 빼는데 “가만히 있어! 좀!”이라며 머리를 앞으로 민다. 준희는 능숙한 손으로 아카시아 줄기에 딸린 잎을 싸악 훑더니 줄기만 남겨 두고 물 발린 머리를 아카시아 줄기로 돌돌 말아 버린다. 하나, 둘, 셋 그렇게 말린 머리가 미용실에서 구루프 만거 처럼 보였다. 가만히 30분 이상 있어야 한다며 마루에 눕지도 못하게 하고선 이번에는 현미 머리를 좀 전의 나처럼 싸악 잎 털어 버리고 줄기로 돌돌 말아 버린다. “준희야 이거 어디서 알았어?”너무나 신기해하는 우리에게 “수녀님이 이렇게 해줬어”라고 짧게 대답 하고선 그 작은 손을 야물딱 지게 움직여 엄마가 다니는 ‘강 미용실’ 원장님처럼 우리 머리를 묶어 버렸다.

“야! 움직이지마!”“알았어!”“야 둘 다 마루에 눕지마!” “알았다고” 오늘은 준희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오늘은 준희가 원장님이니깐 말이다. “와! 진짜 꼬불 꼬불 파마가 되었어” 시간이 지난 후 아카시아 줄기를 빼낸 우리는 거울을 보고 감탄 안 할 수가 없었다. 진짜 파마머리처럼 꼬불꼬불 와 어른이 된거 같았다. 현미 머리 역시 폭탄 머리가 되었고 일 마치고 온 엄마는 내 머리를 보고선 웃음이 빵 터진다고 하였다. “뭐냐 이머리는 하하하” “나 파마 해 달라고 해도 엄마가 안 해 주잖아”라고 미용실에 가서 파마하고 싶다고 하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엄마에게 내 머리 예쁘지를 자랑하고선 저녁에 잠 잘때도 몸부림 안 치고 잘 잘려고 노력하였다. 내 파마머리를 간직하기 위해서! 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어난 내 파마머리는 다리미로 누가 다려 놓은거 처럼 쫘악 펴져 있었다. 거울을 보고 실망도 했지만 준희에게 또 해 달라고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그래도 미소가 나왔다.

준희엄마는 동네 우체국에서 일하였다. 우체국에 소포를 보낼려고 가면 맨 끝자리에 앉아 뭐가 그리 바쁜지 고물상집 사람들에게는 눈길 한번 안주고 자기 할 일만 한다.눈이 아주 매섭게 생겼고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아 고물상 집 아지매들 하고는 크게 말을 섞지 않았다. 남편이 왜 없는지도 우리가 모르니깐 말이다. 이렇게 차가운 준희엄마에게 딸만 둘인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수녀님 손을 잡고 준희가 나타났고 두 언니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준희의 출생의 비밀을 고물상 집 사람들은 엄청 궁금해 했다.그러던 준희엄마가 술을 마시고 집으로 온 적이 있다. 냉철하고 매서운 준희엄마가 술을 마셨다. 우체국 직원들 회식이라고 마셨다는데 회식이 처음도 아니고 한번도 술 취한 모습을 보인적 없는 준희엄마인데 그날은 만취가 되어 집에 왔는데 방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선 고물상집 마루에 앉아 있는 아지매들 사이 마루 끝에 앉았다.

“어 준희엄마네” “이제 퇴근하고 오는겨?” 생전 아지매들 하고 말 섞는 적 없는 준희엄마가 마루 끝에 걸터 앉은 것만으로도 아지매들 사이에는 이야기 거리인데 게다가 회식했다며 술 냄새 풍기며 다가오는 준희엄마가 아지매들에게는 신통 방통 하였단다.“에에 술 한잔 했네?”라고 반장 아지매가 묻자 “네 한잔 했어요!”라고 웃음까지 흘렸다. “웬일이데? 준희엄마가 술을 다 마시고?” “흐흐 회식이라 한잔 흐흐” 평소 같지 않게 마루 끝에 앉아 아지매들의 물음에 대답도 잘한다. 그때 영숙 언니 엄마가 준희엄마에게 묻는다. “준희엄마! 준희는 뭐야?” “어째 수녀님이 데려오고?”라고 묻자 반장 아지매랑 우리 엄마가 영숙 언니 엄마를 말렸다. “아니 뭘 그런 걸 물어?” 혹시 싸움이 날까 봐서이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준희엄마가 말을 한다. “흑흑 준희 언니들 낳고 사는데 그 남자 알코올 중독으로 힘들게 살다가 자살했는데” “뭐라고?” “뭐라 카노 이 사람?” 고물상 집 아지매는 아무 표정 없이 술술 이야기 꺼내는 준희 엄마 말에 다들 너무 놀라 다시 한번 묻는다. “뭐라고?”

“자살하고 어린것 둘 데리고 사는데 오라버니가 오라버니 친구를 소개해 재혼을 했어요. 근데 재혼해서 두 딸에게 잘한다고 잘할꺼 라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나 봐요. 그 남자가 저것들을 학대 하는거에요.” 준희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이건 또 무슨 일이고? “그렇게 그 남자와 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집 나간 그 남자 논에서 농약 먹고 죽었어요!” “아이고” 생전 처음 듣는 준희엄마 이야기에 고물상 집 아지매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준희엄마가 입을 움직일 때마다 숨죽여 들었다. “근데 그때 뱃속에 준희가 있었던거에요. 준희를 낳아 저거 셋을 혼자 키울수가 없잖아요?” “그래 그렇지” 옆에서 반장 아지매가 거들었다. “그래서 준희는 태어나자 마자 고아원으로 갔어요.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내가 데려 올꺼다 하고 아시는 수녀님께 맡겼죠! 흐흑흑” 이렇게 고물상 집 아지매들은 준희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준휘엄마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귀동냥으로 아지매들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들은 현미와 나는 준희와 사이좋은 친구로 지낸다. 


#아버지 왔다! 아버지!#


우리 집! 아버지의 방랑벽 때문에 엄만 돌도 안된 나를 업고 수소문 끝에 아버지가 이 고물상 집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경북 군위에서 그 먼 길을 따라 이 요상한 고물상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난 내 고향이 대구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거다. 내가 태어난 곳은 경북 군위라고 가 본 적도 없는 곳이라 난 여기 고물상 집이 내 고향인 줄 알았다.

고물상 집 사람들은 울 엄마 아버지를 오빠 이름을 따서 불렀다.왜 내 이름이 아니라 오빠 이름인 현동 아버지, 현동엄마라고 하는지는 아버지 방랑벽에 희생양이 오빠였던 거다. 여기 고물상 집에 올 때 아버지는 4살도 안된 오빠만 데리고 왔었다. 말이 되니 자식중 왜 오빠였냐고 아직 물어보질 않았다.

우리 엄마도 대단하다. 고물상 집에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 왔는지 아버지 얼굴을 직접 확인 하고선 엄마는 다시 시골로 가 쓸만한 짐들을 삭 다 가지고 이사를 하셨다.

난 슬만 마시면 제정신을 잃어버리는 아버지가 미웠다. 술 정신에 엄마를 힘들게 하고 엄마가 우는 걸 난 수 없이 봤기 때문에 아버지가 술 마시는게 정말 싫었다. 술을 안 마시면 진짜 점잖은 사람인데 술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게 참 무섭다.

여기 고물상 집에 오기 전 아버지는 시내에서 화장품 대리점을 하다가 다 날렸다.  그래서 식구들을 데리고 시골 할머니 댁으로 들어 가셨는데 대구 시내에서 장사하던 아버지가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는 어려웠던거다. 할아버지 도와 소 끌고 밭 갈아야 하는데 매일 먼 산 보며 사업 할 생각만 하는 아버지가 시골에 적응 할리가 없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키우던 소 한 마리를 시골 장에 갔다 팔고선 갓난아기 낮잠 재우던 엄마를 뒤로 하곤 마당에 놀던 오빠만 데리고 시골을 탈출 했다. 대구 시내에서 대리점 할 때 알고 지내던 사람중 한 사람이 반장 아저씨였다. 고향이 같다고 친하게 된 계기이다. 반장 아저씨가 시내 나오면 고향 동생인 아버지랑 술 한잔 하고 그렇게 이어 가던 사이였는데 아버지가 대리점 정리를 하고 시골로 들어가 있는 몇 해 동안은 반장 아저씨를 볼 일이 없었는데 아버지가 오빠를 데리고 고물상 집으로 반장 아저씨를 찾아 왔단다. “형님! 형님 .! 계시나요?” 그렇게 아버지와 오빠는 파란 대문을 열고 고물상 집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은채 말이다.소 팔아 도망간 아버지는 시골 형제들에게 배은망덕한 형으로 낙인 찍혔고 아버질 욕하는 소릴 듣기 싫었던 엄마도 “어무이! 저 아비 찾아 갔다 오겠슴더” 하고선 시골집을 나섰다. 어린애를 데리고 어떻게 다닐꺼냐는 할머니 말에도 엄마는 나를 들쳐 업고선 대구 시내 아버지가 했던 대리점 근처 아저씨들에게 아버지 행방에 대해 물어보다가 친하게 지내는 고물상 집 반장 아저씨가 떠 올랐고 엄마는 그 길로 고물상 집 파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기를 들쳐 업고 낯선 여자가 고물상집으로 들어오자 주안 할매가 이상히 여기고선 “누군교?누군데 남의 집에 이렇게 들어오는교? 라고 따지듯 묻자 “아 네 할매요! 혹시 현동이 아버지라고 있는교? 지 현동이 엄마입니더”라고 대답하자 놀란 주인 할매가 “현동이 아바이 나와봐라 이게 무슨 일이고?”소리 쳤다. 방에 있던 아버지가 나오니 고물상 집 마당에 엄마가 서 있는걸 보고 기겁 하듯 뒷걸음쳤다. “자네 여기 어떻게?” 아버지가 묻자 “여 이렇게 있으면서 시골에 연락도 안하는교? 현동이는? 현동이는 어디 있는교?” 아버지 보다도 엄마는 오빠가 더 걱정이였다.오빠는 아래채 마당에서 영숙 언니랑 놀고 있었다. 멀리서 엄마가 “현동아” 하고 부르자 잠시 멈칫 하던 오빠는 “엄마” 하고 엄마에게 달려 들었다. 엄마의 고달픈  고물상 집 생활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아버지는 진흥원에 나가기도 하고 건설 현장에 다니기도 하였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노름 좋아하는데 게다가 아버지는 진짜 잘 생겼어 여자들이 내가 알 정도로 많이 꼬였다. 

전방 옆 포장마차 아지매도 아버질 좋아했고 함바집 주인 아지매도 아버질 좋아했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를 앞세워 그 여자들을 처단하였다. 머리를 뜯기도 포장마차를 다 때려 부수기도 하였다. 근데 왜 꼭 나를 앞세우는지는 몰랐는데 아버지가 딸 말이라면 그렇게 또 끔벅하니 나를 이용해 정신 차리게 할려고 하나보다 생각 해본다.

술 드신 아버지는 월급날이 되면 기름에 푹 절여진 통닭 2마리를 들고 오신다. 잠에 취해 있는 우리를 밤늦은 시간에 깨우니 엄마는 술 먹고 하는 그 주사가 꼴 보기 싫은게다. 또 시끄럽다.

“일어나봐 은아야! 아버지가 통닭 사왔다!” 난 아버지가 사오는 통닭이 싫었다. 너무 식어 있어서 기름 맛이 나는 그 통닭이 싫었다. 먹이게 하고 싶으면 따뜻할 때 갖고 오지.

“그만 좀 해요! 애들 내일 학교 가야 하는데”

“현동아! 일어나봐! 아버지 왔다!” 오빠가 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버지는 우리 입에 통닭이 들어가야 그때서야 안심이 되는지 스르르 쓰러져 주무신다.

엄마의 가슴팍 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을 그렇게 치고 나서는 “얼른 자 얼른” 그때서야 우리도 다시 잠을 잘려고 이불을 덮는다. 왜? 술만 마시면 아버지는 남자가 되는지 슬의 힘을 빌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지 알 수 없다. 내일 아침이면 아버지는 어제의 남자는 잊어라 하며 엄마 앞에 순한 양이 될 것이고 엄마는 아침부터 아버질 잡는 잔소릴 할 게 분명하다.


#하이틴 로맨스에 빠지다.#


학교를 갔다가 분식집 앞을 지나가는데 경희 언니를 만났다. “야 떡볶이 먹을래?” 언니가 사주겠다는 제안에 현미랑 나는 “응 좋아 좋아”라며 매콤 다롬 떡볶이와 사라다 빵을 아주 맛나게 얻어먹었다.

만화방을 지나가는데 “얘들아! 만화 볼래” 만화 귀신인 경희 언니가 그냥 지나갈 리 없지. “ 좋아”라며 우린 언니 옆에 앉았다. 만화방엔 같은 반 친구도 있었고 오빠들도 많았다. 

하이틴 로맨스를 10권 빌린 언니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언니! 언닌 맨날 돈이 많아?” 언니는 씨익 웃었다. “좋겠다. 엄마가 줘?”라고 물으니 또 씨익 웃는다.

그날 밤 우리는 경희 언니 방에 다들 모여 언니들은 하이틴 로맨스를 김영숙 작가 만화를 보고 우리는 셜록 홈즈 책을 보았다. 경희 언니 꿈은 김영숙 만화가처럼 유명한 순정 만화 작가가 되는 게 꿈이다. 경희 언니는 그림도 잘 그렸다. 안소니도 잘 그리고 테리우스 머리도 기똥차게 그린다. 옆에서 만화 보고 있던 영숙 언니가 “경희야 만화책 또 빌렸어? 야 너 돈 많다!” 했더니 오늘 또 “ 화장실에서 주웠어”라고 말했다 “ 뭐라고 화장실?” 화장실이란 말에 우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두 경희 언니를 쳐다 보았다.  고물상 집 사람들이 다 함께 쓰는 화장실 있다. 화장실은 두 칸이다.다 함께 쓰는 그 화장실에서 왜 맨날 경희 언니만 돈을 줍냐고! 지난번에도 돈을 주웠다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부터 우리는 마렵지 않아도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번도 화장실의 횡재가 없었다.

그렇게 언니들이 하이틴 로맨스를 빌려다가 가슴쓸며 “아 너무 부럽다” “이 남자 너무 잘 생겼다”를 밥 먹듯이 하며 만화방을 왔다 갔다 하고 있을때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고물상 집 대문을 여는데 온 동네를 떠나가라고 경희 언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뭐야 뭐야?” 우리는 영문을 모른채 마당으로 들어섰고 “경희 너 미쳤어?” “왜? 뭐 때문에?” 경희 언니 엄마의 언니 잡는 소리가 허억 무서울 정도이다. 우물 근처에서 경희 언니 울음 소리를 듣고 있는데 엄마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왜?” “은아! 너 경희가 뭐 사줬니?” 난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 어어”라고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였다. “뭐 사줬냐고?” 엄마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엄마의 커진 목소리에 비해 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엉..떡볶이 사줬고 사라다 빵도 사주었고” “또?”한번 더 작은 목소리로 난 “만화책도 빌려주고...”“은아 너 다시는 경희가 뭐 사준다고 해도 먹지도 말고! 엉? 알았어” 경희 언니가 집에서 엄마 몰래 훔친 돈으로 만화 빌려 보고 떡볶이 사주고 했다는 거다. 경희 언니 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 일을 하러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경희 언니 엄마 혼자 방직 공장에 일을 다니신다. 3교대를 해가며 5식구 생계를 책임지는데 그런 엄마의 돈을 훔쳤단다. 게다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경희 언니가 사주면 사주는 대로 빌려주면 빌려주는 대로 우리의 취미생활을 이어 나갔다. 너무 창피했다. 이게 무슨 일이고 완전 우리는 공범이 되었다. 다음날 경희 언니 엄마를 봤을 때에도 현미랑 난 똑바로 경희 언니 엄마를 쳐다보질 못하였다. 왜냐하면  공범인거 같아서! 오빠는 우릴 놀렸다. 너네도 같이 잘못 한거라고 진짜 숨고 싶었다. 

다음날 우린 경희 언니 방에 다시 모였다. 빨갛게 물든 언니의 종아리를 불쌍히 쳐다보다가 “언니! 경희 언니!” 언니가 쳐다보기에 “ 다시는 그러지마”  라고 짧게 말하고선 눈은 경희 언니 종아리에 가 있었다. 오늘은 영숙 언 니가 빌려온 하이틴 로맨스에 또 만화책에 정신없다가 현미가 영숙 언니에게 묻는다. “영숙언니 이거 훔친 돈으로 한거 아니지?” 영숙 언니는 현미에게 두 눈을 흘겼지만 사실 우리는 무서웠다. 다시 여주인공이 된 듯 두 언니는 가슴을 쓸었고 여전히 현미와 나는 셜록 홈즈책을 봤다. 


#군기 반장(주인 할매 막내아들)#


혁수 오빠는 대학생이다.

대학교 다니다가 혁수 오빠 아버지가 나쁜 여자랑 짐 싸서 나가자 학교를 잠깐 쉬고 어디 좀 다녀온다고 집 나갔다가 할머니의 잔소리에 이끌려와 다시 복학한 복학생 오빠!

대학생 오빠라고 하면 하이틴 로맨스에 나오는 그 설렘이 있어야 하는데 혁수 오빤 진짜 아니야라고 경희 언니랑 영숙 언니는 혀를 내두른다.

혁수 오빠는 주인 할매 세 아들 중 막내이다. 두 형들이 다 나가 살지만 혁수 오빠는 항상 주인 할매 옆에서 할매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 그렇게 둘이 싸우면서도. 주인 할아버지가 짐 싸서 고물상 집을 나갈때에도 다시 돌아오면 죽인다고 소리소리 질렀다. “아버지 왜 이러노?” 처음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안가면 안되겠나?”라고도 발목을 잡았지만 변함없는 주인 할아버지의 짐 싸가 나가는 뒷 수에는 아버지지만 못할 소리 다 하였다. “ 돌아오기만 해 봐라 돌아오기만 ” “우리 엄마 저렇게 해놓고 돌아오기만 해봐” “다시는 여기 못들어 올 줄 알아라” 원래 모진 소리 잘하는 혁수 오빠지만 “ 내 두고 봐라! 내 복수 할꺼다!”라고 울부짖는 혁수오빠를 고물상집 아저씨들이 겨우 겨우 진정시켰다고 한다. 그런 아들을 버리고 주인 할아버지는 젊은 여자랑 나가고 그런 아들을 바라보다 눈물 짓던 주인 할매는 혁수 오빠에게 아무 소리 못하고 방으로 들어갔단다.

반장 아저씨랑 술 좋아하는 우리 아빠랑 철수 아저씨가 위채 마루에서 저녁겸 술 한잔을 한다. 한잔 하다가 보면 점점 술판이 커지고 목소리 마저 커지며 그만 마시라는 아내들의 잔소리마저 커지게 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경찰 아저씨가 등장 한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술들을 많이 하셨네요?”   “아이고 어쩐 일이십니까? 바쁘신 양반들이!!!” 술드시다 깜짝 놀란 아저씨들 잔소리하다 경찰보고 더 놀란 아주머니들! “와! 경찰이다!”고물상집 아이들은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고 아 정신없어 이 정신 없는 사태를 만든 이가 바로 혁수 오빠! 혁수 오빠가 어른들 술 드시며 시끄러운게 싫었던거다. 신고! 신고를 하였다.

“어이 저 새끼가 진짜?” 반장 아저씨가 소리를 또 지른다. 어린놈의 새끼가 어른들 술마시는걸 가지고 신고 했다고 펄쩍펄쩍 아저씨는 하늘을 나신다.

그래 어쩜 혁수 오빠가 어린놈이 너무 한 걸 수도 있지만 난 혁수오빠 이해해. 나도 어른들이 그렇게 술 마시는게 싫거든 그리고 혁수 오빠는 고물상 집 사람들을 싫어하거든. 

나쁜 여자랑 집 나간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이 집을 팔고 이사 가자고 했지만 주인 할매는 마루 달린 거실이 있는 주인집을 준희네에게 세를 주고 그 옆 골방으로 휴학하고 방황하다 돌아오니 아래채 골방에 던져진 혁수 오빠! 혁수 오빠랑 주인 할매도 자주 다퉜다. 고물상을 그만두었는데도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할매가 혁수 오빠는 싫었던 거다. 제발 그러고 다니지 말라고 소리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골방에다가 다리도 못필 정도로 작은 골방에서 사는 할매에게 제발 이러고 살지 말라고 젊은 혁수 오빠는 또 소리소리 질렀다. 다리도 제대로 못펴고, 제대로 허리 펴지도 못한 채 골방에 사는 주인 할매가 오빠는 잔소리로 할매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오빠는 고물상 사람들을 싫어 하는거같았다. 혁수 오빠 입장에선 고물상 집 사람들이 뭐가 이쁘겠어? 하루라도 무슨 일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한 고물상 집 인데.

그나마 깐깐하고 똑똑한 혁수 오빠가 있기에 고물상 집이 질서가 유지 되는게 아닌가 싶었어!

“혁수야 이것 좀 봐 줘봐”“네? 이거 뭐라고 날라 온 거니?” 경희 언니 아버지가 몸이 편찮아 일을 그만 두게 되면서 퇴직금이 제대로 지급이 안되었나 보더라. 그래서 직장에다가 보낸 청원에 경희 언니 아저씨가 알 수 없는 말들로 지급 할 수 없다고 답이 왔나 보더라구 아저씨는 혁수 오빠를 불러 어떻게 된건지?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답답해 물어보았지? 똑똑한 혁수 오빠 서류 들고 회사 찾아가 조목조목 따져 아저씨 퇴직금 제대로 챙겨 왔었다.

“어유 혁수 차가워”해도 고물상 집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인물 중 하나이다. 혁수 오빠는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다. 이렇게 꼼꼼하게 야물딱 진 걸 보면 제대로 된 사장님이 될 것임이 틀림없고 고물상 집 어른들이 무슨 새끼 무슨 새끼라고 혁수 오빠를 욕하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터질 때 마다 가장 먼저 찾고 도움을 구하는데가 바로 혁수 오빠이다.


#굿하세요! 굿!#


무더운 여름밤! 그래도 저녁이 지나서인지 지금 시간은 조금 더위를 참을 만하다.

퇴근하고 온 엄마랑 저녁을 먹고 치운 뒤지만 아직 집에 오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며 고물상 집 마루에 누워 있었다. 새벽에 장사를 나가는 현미 아버지 때문에 현미네는 고물상 집 그 누구 집보다도 일찍 잠을 잔다. 그래서 현미는 마루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고 아마 마루에서 엄마랑 나랑 무슨 이야기 하나 현미 귀가 마루 쪽으로 쫑긋하고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엄마와 난 마루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고물상 집이 고요하면 이상한 일이지. 

“우악 악 악”“경희 아부지 괜찮아?” 경희 언니 엄마가 소리 지르는 아저씨에게 묻는다.

“아파 아 아” 아저씨는 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거의 진짜 매일 밤이면 밤마다 경희 언니 아버지는 소리를 지른다. 깊게 잠든 고물상집 사람들을 마구 마구 깨워 물 한 모금씩 마시게 하는 사람이 바로 경희 언니 아버지다. 

“엄마! 저 아저씨는 왜 밤마다 소리질러?”

밤마다 큰 소리 내는 아저씨가 싫었다. 오늘은 잠들기 전이지만 보통 모두들 잠든 사이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 한 두번 깜짝 놀라는게 아니다. 이제는 자주 그러니 놀란 가슴 쓸어 내리곤 다시 누워 버리지만 아직 까지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아저씨가 싫다.

“다리가 아프시대. 쉿 그런 소리 하는거 아냐! 얼른 들어가 자!”라고 철없는 나를 방으로 떠다밀지만 벌써 잠이 깨어 버린 나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하나, 둘, 셋, 1.2.3.4를 셀 수밖에 없었다.

경희 언니 아버지는 특별한 직업이 없으신거 같았다. 다니던 직장도 몸이 아프면서 그만두고 언니네 엄마가 방직 공장에서 일을 해 5식구들이 살고 있다. 경희 언니,경식 오빠, 경아 이렇게 아이는 셋이다.

경희 언니 아버지는 긴 장발에 얼굴은 하얗듯 방에 계속 누워 있다가 가끔 아래채 마당에 나와 앉아 계시기도 한다. 흰 런닝에 지지미 잠옷 바지를 입고 멍하니 담장 너머 감나무를 쳐다보기도 한다. 아직 여름이라 새파랗게 익지 않은 감을 보며 한참을 서 있다가 경아의 아저씨 부르는 소리에 방에 들어 가곤 한다. 

아저씨의 병명은 딱히 없다고 한다. 큰 병원에 가서 검사도 하고 좋다는 한약도 먹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리에 통증이 오고 쥐가 나서 아저씨를 밤마다 못살게 한다. 병원에 다녀도 특별히 낫지를 뭔가가 없다고 경희 언니 엄마가 동네 사람들에게 말하니 에고 현미네 할머니가 듣고 있다가 용한 무당이 있으니 굿을 하라고 한다. 경희 언니 엄마는 현미 할머니 말에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게 말이 돼? 병원에서 모르는걸 굿한다고 낫아? 참 어른들은 모르겠어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라고 내가 고개 돌릴 때 주인 할매가 물바가지를 들고 와서는 현미 할머니에게 부어 버렸다. 쓸데 없는 소리 한다고 아픈 사람 간호하는 경희네 한테 별말을 다한다고 “병원에서 못 고치는데 이 할망구가 정신 있어? 없어?” 두 할머니의 싸움으로 번졌다. 교회 다니는 주인 할매는 내려간 치맛자락을 다시 올렸다가를 반복하며 “다시 한번 굿소리 해봐” 라며 호랑이 소리를 내며 돌아섰다.

물바가지 쓴 현미 할머니도 분 하신지 물에 젖은 머리를 다시 정돈 하시면서 “저 미친 할망구” 하며 쫓아가려는데 경희 언니 엄마가 말렸다. 제일 답답한 사람은 경희 언니 엄마일텐데 두 할매들이 언니 엄마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거 같다. 두 할매들의 싸우는 소릴 경희 언니 아저씨도 들었을 것이다. 아닌가? 밤새 다리 때문에 자지 못하니 대낮인 지금은 주무실까? 진짜 낮에는 아프다고 하지 않으시는데 진짜 무엇 때문일까? 항상 웃고만 다니는 경희 언니 마음도 많이 아플 거 같다. 야근하러 가야 하는 경희 언니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오늘 경희 언니네 반찬은 뭐라고 해도 아저씨가 좋아하는 아저씨 몸에 좋다는 반찬으로 가득 할 것이다. 한번 더 깊은 한숨 내뱉는 경희 언니 엄만 어떤 선택을 할까? 과연 굿을 할까?


#어유 우리 검사님( 주인 할매 둘째 아들)#


어 작은 오빠 내려왔다. 작은 오빠 왔어”

고시 공부 중인 주인 할매 둘째 아들 영수 오빠가 절에서 내려왔다.

웃기지 주인 할매는 교회 다니는데 고시 공부하는 영수 오빠는 절에서 공부하다가 집에 왔다가 또 절에 갔다가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동글 동그란 얼굴에 키도 3형제 중에 가장 작은 영수 오빠! 고물상 집 사람들 모두에게 친절하고 우리들의 친구이기도 한 영수 오빠이다. 막내 혁수 오빠랑은 정반대의 착한 사람 친절한 사람으로 고물상 집 사람들의 같은 편 영수 오빠이다. 영수 오빠는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 공부 중이다. 3번인가 떨어졌다가 이번에는 2차 붙고 3차 시험 준비중 이라고 어른들은 말했다. “ 와 고물상 집에 검사 나온다”며 완전 한몸에 기대를 받고 있는 고시 준비생! 아니 시험 준비하다가 산에서 왜 내려 왔지? 어디 아픈가 했는데 엄마가 말했다. 영수 오빠 선 본다고! 헉 선을 본다고? 고물상 집 아지매들은 아직 합격 한게 아닌데 무슨 선이냐고 하지만 주인 할매 성화에 못이겨 산에서 내려 왔단다. 선 볼 여자는 읍내 약국집 딸이라는데 주인 할매랑 같은 교회를 다닌단다. 그래서 교회 목사님이 주인 할매한테 선 한번 보자고 했다던데. 착한 영수 오빠가 주인 할매 말은 또 잘 듣지 그래서 내려 왔구나 !

“오빠! 영수 오빠! 선봐?” 현미랑 마당에 놀던 우리는 영수 오빠를 보자 마자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은건 있고 해서 냉큼 물어보니 동글동글 동그란 얼굴이 완전 보름달이 되면서 “쉿”이라고만 한다. “오빠 결혼 할 거야?” 듣고 있던 영수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 듬는다. ‘뭘 궁금해하냐는 듯이’

영수 오빠는 그나마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가장 멀쩡한 양복을 꺼내 입고 선 읍내 다방으로 갔다. 약국집 딸을 보러! 약국집 딸은 약사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약사라고 한다. 우리 동네에선 하지 않고 시내에서 약국을 운영 한다고 했는데 얼굴까지 미인이라고 하네. 그 이쁜 미인이 저 동글 동글이랑 결혼할까? 궁금해진다.

고물상 집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읍내로 간 영수 오빠가 돌아올때쯤 고물상 집 사람들은 마루에 걸터 앉아 영수 오빠의 움직임에 눈이 돌아 간다.

“영수야 어땠어?” 우리 아버지가 제일 먼저 물어보는데 영수 오빠는 멋쩍은지 웃기만 한다.

“아이 어땐냐고?” 옆에 있던 반장 아저씨도 거들어 보는데 듣고 있던 주인 할매가 “영수 들어오너라”라고 큰 소리로 작은 아들을 빼앗 가 버린다. 

윗채 아래채를 소리 지르며 뛰어 다녀도 한번도 큰 소리 낸 적 없는 고시생! 누가 고시생이야 할 정도로 항상 웃어주는 사람이다. 매일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태클거는 혁수 오빠와는 다르게 동글동글한 얼굴에 미소 가득한 얼굴로 “어? 다친다 앞 잘봐” 느릿느릿 조용조용 낮은 목소리로 우리들을 챙겨 주던 영수 오빠 참 사람 좋다고 다들 그러지!   바람 잘날 없이 시끄러운 고물상 집 마당에 오늘은 하하 호호 잔치가 벌여졌다. 바로 영수 오빠의 3차 합격 소식에 고물상집 뿐만 아니라 온 동네가 잔칫집이 되었다. 뻣뻣하고 무표정의 얼굴인 주인 할매 입가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할매도 진짜 좋으신거다.

“아이고 우리 고물상 집에 검사님 나오셨다.”

“그렇게 착하더니 드뎌 복을 받네” 온 동네 사람들은 영수 오빠를 치켜 세우고 연수원 들어가기 전 주인 할매에게 인사하러 온 영수 오빠 얼굴은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영수 오빠는 정말 좋은 검사가 될 것이다.아프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앞에 서는 정의의 검사가 분명! 아 그리고 시험에도 합격했으니 그 약국집 딸이랑 결혼도 할 것이라고 고물상 집 아지매들은 말했다. 시험 붙으면 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안그래? 영수가 검사가 되니깐 약국집 딸이 영수랑 결혼 할려고 하지? 누가 고물상 집 아들이랑 결혼 하겠어?” 또 다시 고물상 집 아지매들은 안해도 될 입방아를 찢는다. 영수 오빠 장가도 가네 장가가!


#시끄럽다고! 안 나가? (반장님 둘째 딸 정화 언니)#


“시끄럽다 !!! 안 나가 아 진짜” 숙희 언니 방에 모인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정화 언니의 잔소리를 들었다. “저 언닌 맨날 소리 질러” “야! 나가자 나가”

정화 언니의 소리가 듣기 싫은 우리는 신발을 다시 신고 방을 나갔다.

정화 언니! 반장 아저씨 둘째 딸! 바르게 살라고 바를 정자를 써서 김 정화라고 이름이 붙여진 언니이다. 하지만 바른건 모르겠고 진짜 못됐다. 무섭기까지 

일요일이면 하얀 교복 셔츠에 곤색 치마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학교 갔다오는 정화 언니! 단발머리에 핀을 찌르고 검은 뿔테 안경마저 정화 언니 스럽다. 

정화 언니는 방통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일요일이면 정성 들여 빨아놓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간다. 라디오를 들으며 공부를 하다 보니 고물상 집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엄청 싫을수도! 그러니 소리를 빽빽 지르겠지? 자기 공부 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

반장님은 아들 셋, 딸 셋을 두었다. 모두 8식구이다. 큰딸, 큰아들만 결혼을 하고 나머지는 직장생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 모두 공부 잘하는 정화 언니가 일반 고등학교에 가기를 바랬고 보낼꺼라 했는데 방송통신고등학교를 가겠다고 정화 언니 본인 스스로 선택 아닌 선택을 하였다. 6남매를 둔 엄마가 고생 하는게 마음 아팠을거다. 겉으론 씩씩하고 화통한 반장님 아주머니지만 그런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려고 하지 않았을까? 방통고 입학하고 온다고 나가는 정화 언니 눈이 퉁퉁 부은걸 나는 보았다. 자식 중 가장 머리가 좋은 언니인데 좀 뚱뚱한거와 뿔테 안경만 빼면 괜찮은 언니인데 그때는 정화 언니 말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잠깐 해보았다. 하지만 질러도 너무 소리를 지른다. 정화 언니 라디오 들어야 하니깐 마당에서 놀지도 못하게 소리 지르고 아무리 자기 공부 한다곤 하지만 너무 소리 질러, 잘 놀고 있는 우리에게 슬리퍼 던지기가 투포환 선수처럼 얼마나 잘 던지며 잘 맞추는지 아 진짜 싫었다. 아니 밉고 싫었다. 마당에서 놀다가도 정화 언니만 나타나면 우리는 불난 집 강아지처럼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기를...

‘누가 방통고 가래’우리는 놀면서 웃는 소리조차 싫어하는 장화 언니가 미워 이렇게 철없는 소리도 하였다. 

이런 정화 언니가 방통고 졸업하던 날 영숙 언니가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하였다. 뜨개질 잘하는 영숙 언니 옆에서 우리도 몇 줄 거들었다. 함께 축하해 주고 싶었나보다 경희 언니도 몇 줄 뜨고 준희도 몇 줄 뜨고 코 빠진건 경숙 언니가 살리고, 살리고, 해서 예쁜 목도리를 완성 하였다 

정화 언니는 투명스럽게 고맙다 하고 목도리를 받았지만, 언니의 코끝이 빨개진걸 난 보았다. 

와 이제 정화 언니가 졸업을 했으니 마음껏 떠들어도 되겠지! 아 아니구나 혁수 오빠도 있구나! 

빨리 이 고물상 집에서 이사를 가야 할 텐데 엄마 아버진 언제 이사 가실까?


#선산댁 우리엄마#


현동, 은아 엄마를 고물상 집 아지매들은 선산댁이라고도 한다. 우리 본이 선산이다. 선산댁 우리 엄마는 집 나간 남편 찾으러 왔다가 고물상 집에 눌러 앉게 된 선산댁은 억척이다. 엄마는 억척스럽다는 소리를 진짜 싫어한다. 억척스럽게 되고 싶어서 된게 아니라고 말이다.다 환경이 형편이 그렇게 만든다고 자주 말한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해야만 한다. 방랑벽을 가진 남편은 또 언제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기에 현동, 은아네 집 생활은 선산댁 몫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한테 욕먹기 싫어하고 손가락 받기 싫어하다 보니 현동과 은아에게 항상 인사성과 없어도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것에 최대한 해줄려고 야 쓰신다.

오빠가 없는 형편인데도 삼성라이온즈 어린이 야구단이 하고 싶다고 조르듯이 말했는데 도둑질 빼고는 다 해봐야 사람은 큰 사람이 된다며 없는 돈 탈탈 털어 오빠를 어린이 야구단에 입단시켰다. 동네에서 유일한 어린이 야구단이 되어 야구점퍼까지 입고 다니는 오빠를 동네 남자 아이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았고 시샘도 하였다. 

학교 앞에서 세계 명작 전집을 팔고 있기에 책 신청서를 들고 집에 와서 너무 읽고 싶다고 했더니 선산댁은 24개월 할부로 그 책을 사 주셨다. 무려 250권이나 되는 책을 말이다 책을 사면 망원경이랑 지구본도 덤으로 주어서 난 정말 좋았다. 소공녀, 소공자, 작은 아씨들 정말 읽고 싶은 책이였기에 더욱 선산댁 우리 엄마에게 감사했다.

선산댁은 강원도 홍천에서 잘 사는 집 맏딸로 태어났으나 외할아버지의 바람기로 작은 외할머니까지 두게 되고 외할머닌 병으로 돌아가시자 선산댁 우리 엄마는 친정과 연을 끊고 살았다. 가끔 아니 자주 남편이 힘들게 할 때면 “엄마 엄마”하고 외할머니를 목 놓아 부르시던 김 여사였다.

선산댁 우리 엄마는 경희 엄마와 같이 방직 공장에 나가지만 3교대는 하지 않았다.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집을 자주 비우는 아버지 때문에 오빠와 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던 거 같다.

흥얼흥얼 노래도 잘 부르고 화초도 좋아하는 선산댁 우리 엄마는 억척 보다는 소녀 같은 여리 여리 감성이 더 많다. 그걸 아버지는 모르고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니 그럴 때 마다 선산댁 우리 엄마는 악처가 되어 잔소리를 하게 되고 아버지와 눈 맞은 여자들을 반 죽음으로 몰고 가게 된다. 엄마는 남편을 너무 사랑 하는거 같다. 아니 정말 사랑한다.

외할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무것도 없다고 결혼을 반대했지만 선산댁은 아버지를 더 사랑하게 되어 죽어도 결혼 하겠다 하니 외할아버지도 어쩔수 없었다고 한다.

억척스러운 선산댁 보다 소녀 같은 우리 엄마가 난 더 좋다. 그래서 아버지가 가끔 미울때가 있고!

“엄마! 나도 현미가 입은 저 거 입고 싶어!” “ 엉?” 현미는 이모가 뜨개질 해서 선물로 받았다는 망토를 입고 있었다. 이번 겨울 방학에 이모집을 갔다 오더니 못 보던 망토를 입고 나타났다. 너무 따뜻해 보이고 예뻤다.나두 입고 싶어져 엄마를 졸랐다. 엄마는 팔달 시장에 가서 털실을 사다가 일 끝내고 와서는 시간 있을 때 마다 빨간 바탕에 검정 테두리 망토를 뜨개질 해 나를 입혔다. 선산댁 우리 엄마는 눈썰미도 있어 뜨개질로 바지까지 만들어 주었고 공장에서 나온 자투리 원단으로 정화 언니가 다니는 의상실로 나를 데려가 꼬불꼬불 프릴달린 블라우스도 만들어 주었다. 가끔 선산댁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데도 있지만 항상 오빠와 나를 위해 고생하는 선산댁을 정말 사랑한다.

선산댁 우리 엄마는 항상 오빠와 나를 “아유 이쁜 내딸, 어유 멋진 내 아들” 꼭 내 아들, 내 딸, 이라고 부른다. 아버지가 늦을 때마다 내 머리를 긁어 보라는 것, 진짜 싫지만, 가끔 마루에 같이 누워 엄마 가슴 만질 때가 너무 좋다. 엄마는 내가 다 컸다고 징그럽다고 밀어 내는데 난 너무 좋은 걸 어떻게해!


#맏이는 맏이야! ( 주인할매 큰아들)


“아이구 현수 왔구나! 언제 온겨? 잘 지내지?”

아침 수돗가가 시끌시끌해! “네 아저씨 잘 지내셨죠? 건강하시죠?”“ 네 새벽에 도착했어요”

주인 할매 큰아들 현수 오빠가 새벽에 왔단다. 어디서? 미국에서! 현수  오빠는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 한다. 한국에서 같은 교회 다니는 언니랑 결혼을 하고 결혼 하자 마자 미국에 갔다. 교회 언니이니깐 주인 할매는 큰오빠가 연애를 해도 아무 잔소리 못하였다. 게다가 언니의 아버지가 다른 교회 목사님 이시니깐 더 더욱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 할 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그러니 결혼 하자마자 선교 공부하러 미국 간다고 했을데에도 큰아들이 한국에 있지 못하는거에 섭섭함이 당연 있었겠지만, 주인 할매는 다른 말씀 없이 허락 하셨다. 주인 할매가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서겠지? 큰오빠는 몇 년에 한번 씩 한국에 들어오는데 들어 올 때 마다 고물상 집에 잠깐 며칠 머물다가 다시 돌아가곤 한다. 그런데 큰오빠 부부가 와도 거주 할 임시 방이 없었다. 주인 할매 방이 골방인거 처럼 여기 고물상집에선 편히 잠 잘 곳 없지만 다행이 아래채에 살고 있는 혁수 오빠가 친구 집으로 가고 그 방에서 큰오빠 부부는 지낸다. 작은 방이지만 불평 불만 없이 항상 웃으면서 아침을 맞이 해 주는 오빠 언니는 천사 같다.

현수 오빠! 현수 오빠는 큰 키에 마른 체형이 주인 할매를 닮은듯 하지만 얼굴은 완전 주인아저씨랑 똑같다. 하얀 얼굴에 긴 계란형 얼굴 참 선하게도 생겼지 진짜 목사님처럼.

소리 지르는것 한번 본적 없는, 어른들은 “아이고 우리 목사님! 목사님! 어릴 때부터 목사 될 줄 알았다고” 난리 시지. 주인 아저씨가 나쁜 아줌마랑 짐을 싸 나갔을 때에는 한국에 없었지만 만약 현수 오빠가 집에 있어서도 떠나는 아저씰 어쩌진 않았을거 같다.

이번에는 현수 오빠 아내도 함께 왔다, 고물상 집 어른들은 현수 오빠 아내를 볼 때마다 아기 안 가지냐고 계속 묻는데 그 언니 입장에 선 싫을 것이다. 어른들은 왜 자꾸 묻는거야 둘이 알아서 할텐데 참 고물상집 사람들 관심이 너무 많다.

현수 오빠 아내를 우린 언니라고 부르고 어떤 친구는 아줌마라고 하는데 난 미국에서 온 그 언니가 좋다. 그 언닌 현수 오빠처럼 키가 커 여자치곤 큰 편이며 마르진 않았지만, 적당히 통통한 몸매에 동글동글한 얼굴형이 귀엽기 까지 한거 같다. 단발머리. 그 단발머리에 굵게 파마를 하늘하늘 하늘색 블라우스에 아이보리 에이라인 스커트! 진짜 교회 목사 사모님 분위기이다. 그 목사님 사모님 같은 언니가 한국에 올 때 꼭 챙겨 오는게 있는데 바로 아코디언이다. 언니네 아버지가 시골교회 목사님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고물상 집에 며칠 머물었다가 시골교회에 다녀오기도 하지 거기서 연주도 하나 보다.가지고 온 아코디언으로 한번씩 고물상 집 마당에 앉아 아코디언을 연주해 주는데 그 모습이 진짜 언니가 멋있어 보인다. 나의살던 고향은...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친구들과 함께 고물상 집 아이들은 그 아코디언 소리에 맞춰 언니 주변을 빙 에워싸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렇게 언니 주변에서 얼짱 거리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어 음 나도 미국 가면 저렇게 멋진 언니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언니처럼 되고 싶다.


#아래채 서울 놈#


아래채에 서울에서 누가 이사를 온다고 방을 보고 갔다고 엄마가 말했다.   “서울에서?” 서울에서 온다는 말에 어떤 사람들이 올까 너무 궁금해진다.

이삿날 현미랑 나는 마당에서 서울 사람들이 들어 오는걸 구경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저씨랑 남자 아이 둘만 들어오는거다. 짐도 많지는 않고 남자아이 둘이 주인 할매에게 인사를 하는데 서울 말이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은 주인 할매는 “그래 ”라고 짧게 답해 주고서는 서울 아저씨한테 이사 잘 하라고 하고선 자리를 떴다.

큰 남자아이는 우리 오빠랑 나이가 같았고 작은 아이는 현미랑 나와 같은 나이였다. 서울에서 엄마랑 아버지가 이혼 하고 서울 아저씨 고향으로 내려 왔다고 한다.

“엄마 재 말 이상해” “ 무슨 남자 놈이 말이 저래?”라고 현미랑 나는 놀리기 시작하였다. 

대충 이사가 끝났는지 고물상 집 사람들이랑 서울 아저씨는 인사 술을 나눴고 오빠랑 현미랑 나는 서울 놈들이랑 대문 밖에서 다섯 개를 하기로 하였다. 다섯 개도 몰라 하기에 “에이 서울 놈”이라고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 나왔지만 서울 놈은 별 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우리 오빠랑 잘 어울렸다.

대문 밖에서 열심히 뛰어 다녔더니 목도 마르고 힘들기도 해 우리는 각자 집으로 들어가는데 서울놈이 “고마워”한다. 뭐가 고마운지는 모르지만 딱히 나쁘게 지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놈은 별거 다 가지고 이사를 왔다. 스카이 콩콩도 있었고 공 던지기 놀이 세트인데 공에 찍찍이가 있는지 척척 판데기에 잘도 붙는다. 학교 갔다 온 서울 놈이 스카이 콩콩을 타고 있기에 현미와 나는 쓰윽 서울놈을 밀어 내고 우리가 스카이 콩콩을 점령 했다. 우리가 밀어내도 별다른 말이 없기에 실컷 타고 “고맙다”하고 돌려 주었다. 서을놈 형은 우리 오빠랑 벌써 친해져서 같이 야구 하러 다니기 바빴다. 

서울 아저씨는 엄청 깔끔하시다. 혼자서 아들 둘을 키우지만 항상 깨끗하게 집을 정리 하시고 반찬도 잘 만든다고 아지매들은 반찬을 들고 갔다가 서울 아저씨 살림 솜씨에 깜짝 놀라 돌아온다. 아들 둘은 아저씨께 항상 존대말을 썼으며 “아버지 밥 먹었나?”라고 하는 나와는 반대로 “아버지 식사 하세요”라고 한다. 서울 아저씨 말이라면 엄청 열심히 잘 듣는다. 당분간 고물상 집 아이들은 서울 놈하고 비교를 당할거 같다. ‘에잇 서울놈’

서울놈 밉다! 밉다! 했는데 이 서울 놈이 내 도시락 반찬 가지고 놀렸다. 엄마가 콩잎 반찬을 싸 주었는데 점심시간에 콩잎 먹는 날 보더니 “넌 나뭇잎을 먹니?”라고 놀렸다. “뭐라고? 넌 콩잎도 모르냐? 이 새끼가 뭐라 하는거야?” 사실 난 부끄러웠다. 서울 놈은 소세지 반찬에 계란까지 있었는데 난 옆에서 콩잎과 콩자반이 반찬이였다. 반 친구들 앞에서 놀리는 거 같아 내 얼굴은 빨개졌고 그 서울놈 얼굴은 더 빨개졌다. 내가 주먹으로 날렸으니깐. 서울 놈 아버지에게 엄마를 죄송하다고 하게 했지만 나한테 맞은 서을 놈은 두 번 다시 나를 놀리는 일은 없었다. 나를 피해 다니던 서울놈에게 엄마가 나타났다. 서울에서 왔단다. 두 아들이 보고 싶어서 잠깐 보러 왔다고 했다.

“엄마 재가 나랑 같은 반이야!”라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데 난 내가 서울놈을 때렸다고 할까봐 사실 조마조마 했지만, 서울 놈은 끝까지 그 소리는 하지 않았나보다. 이틀 정도 있다가 서울 엄마는 다시 서울로 갔는데 “우리 애랑 친하게 지내 아줌마가 다음에 더 맛있는 과자 사올게”라고 서울 놈을 내게 부탁만 하였다. 

엄마와 떨어지는게 싫어서 아래채 마당에서 목놓아 울던 서울놈이 그때는 불쌍해 보였다. 내가 주먹으로 얼굴 때린 것도 미안해졌다. 내가 서울 놈 지켜줘야 겠다는 생각을 그때 잠깐 해 보았다.


#현미야 놀자# 


내 친구 현미네 가족은 세 식구이다. 현미네 아버지는 화장품을 팔러 다니신다. 일일이 집집 마다 다니시며 화장품을 판매하신다. 현미 엄마는 그런 아저씨 옆에서 같이 다니며 화장품 사는 사람들에게 맛사지를 해주며 함께 다니신다. 

고물상 집에서 현미랑 나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이다. 가끔 아니 자주 삐져서 서로 토라지기도 하지만 준희가 오기전 까지 아니 준희가 와서도 현미는 유일한 내편이요! 언니 같은 동생 같은 친구이다. 학교에서 고물상 집에 산다고 다른 친구들이 놀릴때면 앞 발길질 또는 말한 그 친구의 머리도 뜯어 버리는 내 친구 현미! 현미의 꿈은 코메디언이 되는거다. 이주일 아쩌씨 흉내도 잘내고 남성남, 남철 아저씨의 왔다리 갔다리 춤도 잘 춘다.

우리 엄마, 아버지가 싸울때면 난 현미 방으로 건너간다. 그러면 현미는 땅콩 카라멜과 하얀 유과를 꺼내 내 입에 넣어 주고 텔레비전을 켜 이주일 아저씨의 우스꽝 모습을 보게 하느라 텔레비젼 소리를 크게 틀어 준다. 

“은아야! 학교 가자!”아침 마다 나를 부르는 우렁찬 현미 목소리! 온 동네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갈 참이다. “잠만 기다려! 옷 다 입었어!” “잠깐만!”부리나게 옷을 입고 나온 나에게 현미는 손을 내민다. “은아야 이거 먹어!” “이게 뭐야?”어제 현미네 아버지, 엄마가 가져 오셨나보다. 현미네 엄마가 화장품 팔다가 부자집 아줌마들 집에서 얻어 온 쿠키를 나에게 내어 준다.

“양치질 했는데?”라고 하지만 우리가 학교 가는 길에 입은 항상 맛나다

“학교 끝나고 니네 반에서 기다릴께!”현미가 말을 한다.“알았어 기다려!”나는 동생인냥 쿠키를 마저 먹으며 예쁘게 대답한다.

“은아야! 우리 커서도 이러고 다니겠지?” 현미가 내게 묻는다. 난 주저 하지 않고 “당연하지?” “우리 둘이 같은 학교 가자!” 손가락도 걸고 각서도 썼다. 항상 내편이 되어 주는 현미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현미네 엄마는 노래를 잘한다. 마루에서 이미자 노래를 부를때면 이미자 동생 같다. 현미도 엄마를 닮았으면 노래를 잘 할텐데 아버지를 닮아서 웃기네.  코메디언이 딱 어울리는 내 친구 현미!


#누가 신고 한거야?#


엄마 아버지. 오빠. 나 이렇게 4식구가 우리 가족이다. 우물 옆 작은방, 부엌, 큰방, 이렇게 우리가 세들어 있는 곳이다. 

“누구야? 누가 신고 한거야?”“에이 진짜!!” 밤늦게 들어온 아버지는 잔뜩 화가 났다. 방에 있던 엄마는 밖에서 떠드는 소리에 천천히 일어나 보더니 아버지인걸 알고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당신 몰라? 누가 신고 한거야? 거 10원짜리 치는데 그걸 신고 한거야?” 누가 아버지 노는곳을 신고 했나보다 . 아버지는 신고자가 엄청 괘심 했나보다. 그도 그럴것이 진흥원 일을 끝내고 집에 바로 오지 않으면 아버지는 전방에서 아저씨들과 함께 한잔 하다가 화투를 치신다. 술 한잔 하고 치는 화투판은 항상 끝이 아저씨들의 싸움으로 끝을 봐야 화투판 자리에서 다들 일어났다.

오늘은 진흥원 아저씨들의 월급날이다. 역시나 집으로 바로 오지 않는 아저씨들은 전방에 모여 막걸리 소주 부어라 마셔라 하였다. 그러면서 아저씨들이 화투 한판만 하고 가자는게 몇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참 아버지가 따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 닥쳤다. 경찰 아저씨들도 우리 동네 아저씨들이지만 화투 친다는 신고를 받고 왔다면서 서로 가자고 하였다. “아니 10원짜리 가지고 에이 김순경 한번만 봐주라” 아버지는 경찰 아저씨가 동네 아저씨라고 처진 눈으로 웃음을 지었지만 “신고라 어쩔수 없습니다. 서로 가시죠!”라고만 하는 순경 아저씨를 따라 갈수 밖에 없었다. 파출소 가서 각서를 쓰고 훈방 조치 되어 나왔다고 씩씩거린다. “누구야 누구 에이” 월급날 집에 바로 오지 않은 아버지를 걱정하던 엄마도 골목에 나가 보다가 다시 한숨 쉬다가 엄마는 “은아야 머리 한번 긁어봐라. 아버지 언제 오나?” 난 그 소리를 정말 싫어한다. 아버지가 늦게 올때 마다 머리를 얼마나 긁어야 하는지 모른다. 애궂은 내 머리를. 

잔뜩 화가 난 아버지는 엄마에게 밥상을 차려 오란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와도 꼭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시간하고 상관없이 말이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밥상을 차렸다. 아버지의 월급날이라고 무 넣고 마늘 많이 넣고 끓인 동태탕을 상에 내어 놓았다. 아버지는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소주 한 병을 상위에 함께 놓고 동태탕을 비웠다. “맛있네 시원하다”하다가도 “에이”화를 내더니 엄마에게 월급봉투를 던져 놓는다. 봉투속 돈을 확인한 엄마는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제법 돈이 있었나 보다. 근데 이상하다 누가 신고 했을까? 저녁상을 치운 엄마가 방을 나갔다 들어왔다 하긴 했는데 엄마가 수상하다. 분명 엄마일 것이다. 너무 조용히 아버지가 하는 말을 듣기만 하는 엄마가 수상하다. 다른 때 같으면 “그러니 누가 전방에서 화투 치라고 했냐고?” “잘했네! 누가 신고 한건지 잘했네!”라고 엄청 꼬시다 라고 할 엄마인데 엄마가 너무 조용하다. 아마 엄마는 부엌에서 봉투를 확인 하고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고 엄마가 신고 한걸 너무나 잘했다고 생각 할 것이다. 아버지의 월급을 지켰으니깐 아마 그깟 신고는 엄마에게 아무일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전방에서 화투치는 아저씨들은 안보이겠지?


#철수 엄마 결혼식#


오늘은 철수 엄마 결혼식이다. 결혼식이라 해서 거창하게 예식장에서 하는게 아니라 고물상 집 마당에서 결혼식이 있다.

국수 공장에서 눈이 맞아 철수 가지고 결혼식도 못하고 그냥 고물상 집에서 신혼살림을 살고 있는 철수네를 지난번 철수 아저씨 우물 사건도 있고 하더니 고물상 집 아지매들이 발 벗고 나섰다. 없이 살수록 할건 다 해야 한다고! 아지매들이 결혼식 이야기를 꺼냈다.

“철수야! 잠깐 이리 와봐” 반장 아지매가 총대를 메고 이야기를 꺼냈다. 반장 아지매 옆에 우리 엄마, 경희 언니 엄마, 영숙 언니 엄마도 현미와 나도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왜그래요?”라고 철수를 안고 마루로 나오는 철수 엄마에게 “철수야 결혼식 하자!”“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날씬하다 못해 빼작 마른 철수 엄마는 깜짝 놀라며 그 장작 같은 몸을 한번 떨었다.

“아니 거창하게 말고 그냥 여기 마당에서 하자고!” 옆에 있던 엄마가 “그래 여기 좋잖아! 결혼식장처럼 길게 뻗어 있잖아! 우리 마당!” 철수 엄마는 “어떻게 해요? 아무것도 없는데?” 걱정 섞인 말투로 답을 한다.“별거있냐! 철수 아버지 공장에서 국수 좀 사 오고 우리가 끓이고” 반장 아지매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을 구하자 얌전한 영숙 언니 엄마도 “맞아 별거 있어 선언 하고 사진 찍고 우리가 증인이지!” “별거 아닌거 같아도 여러 사람 앞에서 선언하고 약속 하는거는 또 달라” “우리가 도와줄게” 라고 아지매들이 나서자 철수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철수 아버지가 할라고 할까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결혼식 안하고 살게 하는 것도 미안 할텐데 이렇게 고물상 집 아지매들이 도와 주겠다는데 반대 할까? 반장 아지매가 철수 엄마 손을 잡으며 “철수야 그건 걱정 마라 우리가 철수 아버지 한테 이야기 할게 그건 걱정마”라고 안심 시킨다. “아지매들 고마워요!”라고 철수 엄마는 답을 했다.

와 철수 아저씨가 결혼식을 한다네. 그것도 고물상 집 마당에서! 반장 아지매가 어떻게 철수 아저씨를 설득 했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오늘은 철수 엄마 결혼식이다. 진짜 철수 아저씨가 가져온 국수로 마당 한쪽에 물이 끓고 있고 돼지 머리도 삶고 있나 보다. 맛있는 냄새가 많이 난다.

철수 엄마 드레스는 정화 언니가 일하고 있는 의상실에서 하얀 원피스를 빌려 왔다. 정화 언니가 의상실 원장님께 철수 엄마 이야기를 했더니 선 듯 세탁비만 받고 빌려 주셨다. 정화 언니가 결혼식 전날 가지고 와서 우리가 먼저 봤는데 그 하얀 원피스는 너무 예뻤다. 하얀 원피스에 신부 화장은 손재주 좋은 영숙 언니가 맡았다. 영숙 언니는 미용 학원에 다니고 있으니 당연 예쁘게 할 것이라 기대 했는데 너무 진하다고 철수 엄마는 조금 지워 달라고 했다. 살짝 지우니 더 예쁜 신부가 되었다. 깨끗하게 가지고 있는 양복을 손질 해서 입은 철수 아버지도 멋진 신랑으로 변신 하였고 오늘이 엄마 아버지 결혼식인걸 아는지 철수는 너무나 얌전하다.

나와 현미는 오늘 철수 담당이다. 결혼식이 끝날 때 까지 우리가 잘 봐야 한다. 제발 울지 말아다오 철수야!

주인 할매가 교회 목사님께 부탁 드려 목사님께서 주례를 해 주시려고 오셨다. 이럴 때는 호랑이 할매도 필요 하다니깐. 잠시 후 결혼식이 시작 된다고 사회를 맡은 아버지가 큰 소리로 고물상 집 사람들을 집중 시켰다. 국수도 다 준비 되어 있고 고기도 준비 되었고 어제부터 아지매들이 시간 될 때마다 돌아가면서 전까지 부쳐 놨으니 완전 잔치집이 따로 없다.

신랑 신부 입장! 둘이서 함께 목사님 앞으로 걸어갔다. 목사님은 고물상집 사람들을 대신해 간략하게 싸우지 말고 서로 아껴가며 살라고 하신다. 철수 아버지는 그냥 웃는다. 철수 엄마는 부끄러운 듯 자꾸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서 있는 두 사람이 너무 예쁘다. “여기 고물상 집 사람들이 모두 증인입니다”라고 목사님이 말씀 하시자 우리 고물상집 사람들은 “네” “와 축하한다” “축하해”라고 일제이 박수를 쳐 주었다.

오랜만에 고물상 집 사람들이 단합이 잘 된거 같았다.그것도 일사천리로 척척! 이제 두 사람이 아니 철수랑 셋이서 행복해 질 일만 남았다.

신부인 철수 엄마의 눈물을 마지막으로 철수 아저씨의 감사 인사말을 마지막으로 검소 하지만 예쁜 결혼식이 끝났다. 다행히 결혼식 끝날 때 까지 철수는 현미와 나에게서 너무나 잘 놀고 있었다. 착한 철수!

우와 어쩜 국수도 맛있고, 전도 맛있고, 음식이 다 맛있다고 난리가 났다. 확실히 좋은 날 먹는 음식은 어떤 걸 먹어도 다 맛있는거 같다.

냉정할거 같은 정화 언니 도움, 착한 영숙 언니 도움, 무서운 호랑이 할매 까지 모두 모두 함께한 고물상 집 결혼식은 이렇게 완벽하게 끝이 났다.


 #고물상 집 안방 마님#


“누가 수돗가에 밥풀을 이 따위로 했노? 누구고 누구?”

방학이라 늦잠 자고 싶은 아침인데 오늘도 주인 할매 고함치는 소리에 잠을 깨게 된다. 누구야?누가! 주인 할매 잔소리 지겨울텐데 누가 또 엉망으로 했기에 평화로와야 할 이 아침에 호랑이 소리를 내게 한단 말이야. 조용한 아침이 고물상 집에는 어울리지 않겠지? “화장실 전기불 왜 안끄노 빌어먹을 인간들!”

주인 할매는 아주 절약 정신이 투철하여 낭비하는 법이 없으시다. 수돗가에서 설거지를 오래 하고 있으면 물 잠궈 버리고 외삼촌이 고생하는 우리 엄마를 위해 세탁기를 사주셨는데 우물가 옆에 두어서 빨래를 돌리면 손 빨래 하라고 잔소리 잔소리를 하신다.

고물상 집 주인 할매! 할매에게는 아들만 셋이 있다. 주인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우리가 보는 앞에서 할아버지는 큰 가방 하나들고 집을 나가셨다 나쁜 아줌마가 붙어서 나갔다고 고물상 집 사람들은 수군거렸다.그때 처음으로 호랑이 주인 할머니가 불쌍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나간 후에도 할머니는 여전한 호랑이 소리를 내었다. 아니 더 무서운 호랑이로 변하였다. 큰 마루 거실을 둔 방을 준희엄마에게 내주고선 골방으로 가신 주인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리어카에다가 고물을 주워 대문 옆 소나무밭 한쪽에 할머니만의 작은 고물상을 여전히 운영하였다. 

학교 담장 너머로 주인 할매 리어카가 보인다. 주인 할매는 하루 종일 온 동네를 리어카를 끌고 돌아 다니신다. 그렇게 혁수 오빠가 하지 못하게 하는데도 주인 할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한다. 그래서 학교 담장 주변에서 할매가 고물을 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현미와 나는 주인 할매랑 눈이 마주칠라 얼른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우리를 부를까봐 멀리서 주인 할매 모습이 보이면 엄청난 속도의 걸음으로 우린 주인 할매를 피해 다녔다.

할매의 리어카에는 없는게 없다. 버려진 옷, 신발, 냄비, 항아리도 있다.도대체 그걸 다 무얼 할려고 하는지.. 

할매 방은 골방인데 그 작은 골방은 온갖 옷들과 가방으로 가득 차 있다.마치 작은 고물상을 옮겨 놓은 듯 하다. 고물상집 아지매들이 좀 버리라고 해도 하나도 버린 적이 없다. 

“엄마! 할매 방 왜저래?”“더러워! 냄새나!”라고 내가 짜증 난다고 이야기 하면 “할매가 불안한가 보다. 할매가 뭔가 채워야 하나봐! 외로움을 많이 느껴서 그러는거 같아”“말도 안돼!”라고 난 엄마 말에 반박 했지만 가끔 그럴수 있겠구나 싶다. 주인 할매는 그 작은 골방에서라도 자기를 꼭 안아 주기를 바라면서 가득 가득 채우는 것 같다.

주인 할아버지가 떠난지 2년이 되었을 때 이상한 소문이 났다. 고물상 집 옆, 소나무 밭 뒤에 고물상이 생겼다고! 근데 이 고물상에 주인 할아버지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너무나 궁금해 하던 고물상 집 사람들은 옆 동네 새로 생긴 고물상에 가보았다. 멀쩡한 냄비를 들고 가 엿으로 바꿔 달라고 까지 하면서 소문을 확인 할려고 했다. 소문은 사실이였다. 나쁜 아줌마랑 떠난 할아버지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여우 같은 나쁜 아줌마랑 함께 말이다. 미치겠다.그 옆집 고물상과 우리집 고물상은 담장 하나이다. 정말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주인 할매 버리고 집 나간 할아버지는 왜 돌아 왔을까? 그것도 나쁜 아줌마를 옆에 끼고 그것도 옆집에 왜 고물상을 차리면서 나타 난 것일까? 이 사실을 아는 주인 할매 마음은 어떨까? 골방 뒤쪽에 할아버지가 사는데 주인 할매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주인 할매는 더 많은 물건으로 그 골방을 채울 것이다. 더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고물상 집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반장 아줌마는 옆집 고물상에 갔다 오기도 했다. “어휴 여우야 여우! 말도 못해 살살 눈웃음 쳐 가면서 인사를 하는데 여우여 여우” 반장 아줌마의 호들갑 떠는 소리에 맞춰 주인 할매의 마당 쓰는 소리가 시끄럽다. 소문은 소문일꺼라고 쓸데 없는 소문이기를 바라면서 싸악 쓸어 버리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이다. 주인 할매는 요즘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일요일 마다 하는 치장을 멈추지 않았다. 거울을 보고 덥수룩한 파마 머리를 물을 뿌려 가며 빗는다. 늘어진 머리가 뽀글뽀글 해진다. 미국에 있는 큰 며느리가 사다 준 파운데이션으로 얼굴 여기 저기 찍어 바른다. 립스틱 까지 바르고 요조 숙녀 처럼 변신을 하신다. 골방에서 생활하는 할매! 몸 하나 제대로 누일 곳 없는 그 방에서 가장 예쁜 옷을 골라 입으시고 어디서 났는지 가방 하나 손에 들고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는데 정말 어제까지 소리 지르던 호랑이 할머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시다. 오늘은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주인 할매가 치마 입고 교회 가는 일요일!

고물상 집 주인 할매의 오늘 기도는 과연 무엇일까? 담장 하나 사이로 사는 남편이 다시 돌아 오라고 기도 하실까? 사람들은 수군 거린다. 주인 할매 속이 무너질거라고 하지만 우리 엄만 다르게 이야기 했다. 담장 하나 사이지만 남편이 건너 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집 나가 젊은 여자랑 잘 살고 있지만 그래도 내 눈앞에 있는게 더 낫다고 엄마는 말씀 하셨다. 아직 어린 나는 모르겠다. 오늘 주인 할매이 기도가 그냥 너무나 궁금해 진다.



#소나무 밭#


고물상 집 파란 대문 왼쪽편으로 길쭉한 소나무 밭이 있다. 왜 소나무 밭이라고 하냐면 길게 늘어선 소나무 앞으론 주인 할매가 가꾸는 밭이 있다. 배추밭이 되기도 하고 무 밭이 되기도 하고 대파가 심어 지기도 하는 밭이다. 김장이 다 끝나고 나는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이 올때가 있다. 눈이 와서 소나무와 어울러 지면 정말 멋진 겨울 풍경이 나타난다. 우리는 편을 나누어 소나무 밭에서 눈싸움을 하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추울까봐 목도리도 둘러 주고 내 장갑도 붙여 준다. 오빠들은 눈덩이 속에 연탄재를 넣어 던져서 꼭 현미랑 나 둘중 누가 울어야 눈싸움이 끝이 나지. 겨울 소나무 밭은 내게 꿈을 꾸게 만든다. 하얀 눈이 쌓인 소나무 푸르른 초록잎에 하얀 눈이 나의 꿈마저 하얗게 피어나게 하는것 같다.

시끄러운 고물상 집이 싫어 엄마에게 이사 가자고 자주 이야기 하지만 난 이 고물상 집이 좋다. 엄마 아버지 싸울 때마다 말려 주는 반장네 아저씨 아지매가 있어, 이혼할 걱정 안해도 되고 나를 이해해 주는 현미랑 노는것도 좋고 못된 혁수 오빠가 있어 뭔가 안정감이 드는 것도 좋다. 속상하고 울고 싶을 때 소나무 밭에 자주 간다. 소나무 밭에서 땅보고 하늘 보고 나무 바라보다 보면 고물상 집에 들어 가고 싶어 지니깐.  소나무 밭은 파란 대문 안 고물상집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기도 한다. 의상실 다니는 정화 언니가 멋진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라고 경희 언니는 순정 만화작가가, 영숙 언니는 미용실 원장님, 우리 오빠는 야구선수, 현미는 코메디언, 난 글을 쓰는 작가? 꼬맹이 철수는 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고물상 집 옆 저 소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고물상 집과 함께 우릴 지켜 보고 있겠지! 더 푸르게 더 우거진 소나무 밭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물상 집 사람들도 항상 푸르게 푸르게 하얗게 하얗게 좋은 일만 있을 것이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꼬맹이 철수가 고물상 집을 부끄러워 하지 않게 잘 크게 해줘!”작은 희망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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