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큰 아이 손을 잡고 둘째는 등에 업고 금을 팔러 갔다. 아는 금은방이 없어 친정 언니가 다니는 금은방에 갔고 언니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 큰아이, 작은 아이의 금을 모아 들고 나온 동생이 안타까우면서도 뭐라고 묻지는 않았다.
언니는 금을 엄청 좋아하였다. 금목걸이, 금귀걸이, 금반지. 금 팔지 자신은 피부 알레르기가 있어 금을 해야 한다나. 이런 언니에게 동생이 금을 들고 팔러 가겠다 했으니
언니가 거래하던 금은방에서 제대로 쳐 주었다고 하니 믿고 거래를 끝내고 동생은 수고한 언니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주겠노라면서 시장으로 이끌었다. 언니가 제부를 흉보기 전에 입 막음을 하려고 했나
칼국수를 먹을 때에도 특별히 이것저것 묻지 않고 등에 업은 둘째를 받아 주며 편하게 먹으라는 말만 하였는데 손가락까지 시린 날이었기에 칼국수로 점심을 정한 건 잘하였다 생각이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멸치육수 칼국수 한 그릇을 금세 먹을 것 같았는데 차마 들어가지 않았다. 칼국수를 남긴 건 동생뿐 아니라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식당에서 나와 시장 구경을 하자 하여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리어커 주인이랑 언니가 시비가 붙었다. 지나갈 때는 양말 10켤레가 만원이라고 했는데 막상 언니가 계산을 할려고 하니 그건 7컬레가 만원이란다. 아니 언니가 그런게 어딧냐고 따지니 아니 그 양말은 그렇단다.
평소의 언니였으면 에이 하면서 다른 것을 골랐을텐데 그날 따라 언니는 소리 소리를 지른다. 시장 골목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리어커 주인과 언니의 일을 모두 알으라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른다. 동생은 언니의 팔을 잡아 끌었지만, 언니는 악을 악을 썼다. 언니의 행동에 당황한 리어커 주인이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동생은 주인에게 죄송 하다는 듯 고개 숙여 보이며 양말 7컬레 든 검정 봉지를 받아 들고 언니를 잡아 끌었다.
한참을 악을 쓰던 언니는 큰 아이 머리를 쓰윽 쓰다 듬고 손을 잡아 앞장 서 걸어갔다.. 차에 탄 언니는 그렇게 힘들었니? 그걸 다 팔게? 라고 눈물을 흘리며 동생에게 물었다. 동생은 큰 아이 손을 잡고 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날의 언니는 리어커 주인에게 화가 난게 아니다. 동생은 안다. 동생이 사는 처지에 화가 났다는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