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재 Oct 26. 2024

1991년

1991년 가을


잠깐 점심 시간에 학교 앞 포장 마차로 나왔다. 2교시가 지나고 도시락을 까먹은 영희와 옥기랑 우린 핫도그 집 포장마차로 달려 나갔다. 1학년이었으면 상상도 못하는 일을 3학년인 지금은 해 낸다.

 아줌마 핫도그 3개 주세요 하고 한입 물고 두입 물고 어느새 핫도그 하나가 없어진다.

 얘들아 우린 호떡 먹자 라고 옥기가 꼬신다. 좋아 좋아 그러자면서 때 이른 호떡도 주문해 본다.

 호떡을 종이 봉투에 담아 정문을 향해 걸어 가는데 오늘 따라 학교 앞에 전경들이 많다. 근처 대학교 언니 오빠들이 데모를 하나 보다. 전경차들이 쫘악 깔렸고 학교 앞 골목과 큰 길에는 전경들이 많이 보인다. 

 뭐야 니네 오빠 아니니? 옥기가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데 가만 가만 뭐라고 고개 돌려 보니 작은 오빠가 맞다. 작은 오빠는 의경으로 군 복무 중이며 데모가 많을때에는 전투복을 입고 데모 진압 하러 출동 하러 간다고 하였다. 길거리에 앉아 점심 배식 중이던 새까만 작은 오빠를 보았다.  작은 오빠가 부끄러워 할까봐 차마 부르지 못하고 난 고개를 숙였다. 내손에 뜨거운 호떡은 입에 넣지 못하였다. 교실 복도에서  반찬도 제대로 없는 차가운 밥으로 점심을 먹는 오빠를 다시 훔쳐 보며 옆에 같이 있던 옥기,영희도 함께 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