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를 가지 말아야 할 이유

이유를 찾기 어렵지만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우리

by 운정대디

“아니, 아빠!

내가 마이스터고를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찾기가 너무 어려운데?”

아이의 목소리는 꽤 흥분해 있었습니다.


커리어넷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하나였습니다.

아이의 성향이 제조업 분야와 잘 맞는다는 것이었습니다. AI가 추천해 준 학교는 아산스마트팩토리마이스터고등학교. 이름이 너무 길어서 보통 아스마고라고 부르는 학교입니다.

아산은 현대자동차의 주요 생산기지가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활동이나 취업 기회도 비교적 활발하다고 합니다. 현대차를 이야기하면 저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떠오릅니다. 바로 로봇 아틀라스입니다.


1년 조금 넘은 것 같습아요. 저는 이 기간 동안 10년 후의 미래를 들여다보려고 꽤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의 진로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지금 중학생인 아이가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할 시점은 대략 10년 뒤입니다. 그때의 사회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물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큰 방향 정도라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화두는 AI였습니다. 요즘은 그보다 더 구체적인 말이 등장합니다.

피지컬 AI.

AI가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현실의 노동 영역으로 들어오는 단계입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지식 노동과 육체 노동은 조금씩 AI와 자동화 기술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다시 아스마고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현대차의 로봇 아틀라스는 아이들이 졸업하는 5년 뒤쯤이면 생산 현장에서 꽤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아스마고 졸업생들은 무엇을 할까요.


생산 라인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생산 현장의 구조를 이렇게 단순화해 보았습니다.

A 레벨 : 설계

B 레벨 : 운영

C 레벨 : 유지보수

D 레벨 : 단순 생산

이 구조에서 앞으로 인력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영역은 B와 D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우리 아이는 A일까, C일까.


조금 더 단순하게 말하면 이렇게 됩니다.

대학에 가서

산업을 설계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스마고에 가서

설계된 산업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스마고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합니다.

교육과 생활 비용 대부분이 국비 지원입니다.

장학금도 많아서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많은 마이스터고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합니다.


또 조건에 따라 산업체 근무로 군 복무를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아이 말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이스터고를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저와 아내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결국 다시 그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는 A일까, C일까.


어쩌면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명치 끝에 턱 걸린 것 같은 그 느낌의 정체도

바로 이 질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