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누리는 자
긴 장대 호미를 들고 사과밭에 풀을 매려고 나간다.
그리고 참치와 닭고기로 만들어진 고양이 간식 캔을 하나 들고 간다.
고양이 전용 간식은 서울에서 이상과 희망 권사가 시골 고양이 이쁘다고 일부러 챙겨서 보내준 것이다.
밭에 가서 고양이들 식구를 만난다. 엄마, 언니 그리고 새끼 고양이다. 그들이 나를 보고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캔 간식이 들려 있음을 안다. 몇 번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고양이 밥그릇을 가져와서 캔을 따며 고양이들한테 이렇게 말해준다.
"얘들아 서울에 계신 이권사님이 너희들 이쁘다고 특별히 사 보내준 거란다. 고맙게 여기고 맛있게 먹어~"
부어 준 간식을 먹느라 제대로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들은
"네네 고맙슴미데이. 우째끼나 잘 묵겠슴미데이"
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경상도 고양이니까 경상도 말이다. 쓰다듬어도 피하거나 달아나려고 하지 않기에 그러는 줄 안다. 얼마나 맛있는지 먹느라 바쁘다.
고양이 간식을 굳이 사 나르게 된 것은 새끼 고양이 때문이다. 새끼 고양이는 발랄한 성격에다가 사과밭을 뛰어다니며 잘 논다. 또 나무 타기를 좋아하며 뒤집기도 하고 납작 엎드리며 공격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재주가 여간 아니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낯을 가리지 않는다. 밭에서 일하고 있을 때 옆에까지 찾아와서 한바탕 놀아주고 간다. 위문공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새끼라서 너무 귀엽고 이쁘다.
새끼 고양이가 복덩이다.
복 많은 새끼 고양이 덕에 엄마 고양이와 언니 고양이마저 여태 듣도 보도 못한 간식 먹는 복을 누린다.
어떤 운전기사가 있었다. 그는 30년 평생 회장님의 자가용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퇴직을 앞두고 회장님이 수고한 기사에게 퇴직금을 주겠다고 말했다. 기사는 회장님께 정중히 거절했다.
"회장님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작아서 그러는가"
"아닙니다. 이미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회장님이 의아해하면서 이유를 물었다.
기사가 답했다.
"회장님 모시고 다니면서 차 안에서 고객님들과 나누는 투자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조금씩 따라 했더니 이제는 저도 재산이 수십억이 되었습니다. 모두 회장님 덕분입니다"
그에게는 부자 회장님을 만난 것이 큰 복이었다.
미국의 모 컴퓨터 회사의 이야기다.
가난한 대학생 두 명이 의기투합해서 헌 창고 하나를 빌렸다. 그들은 거기서 뚝딱뚝딱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파는 일을 시작했다. 거기에 갈 곳이라곤 없었던 가난한 집안의 흑인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아이는 심부름 등 잡일을 맡았다.
작았던 회사는 갈수록 커졌다. 마침내 회사가 큰 빌딩을 지어 옮겨갈 즈음에는 이 흑인 아이조차 등기이사가 되고 임원이 되었다.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해마다 결산기를 거치면 엄청난 배당금이 들어왔다. 그녀는 프린스턴이나 브라운 대학교 등 소위 아이비리그를 나온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복을 받은 사람이었다.
성경에 요셉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그는 한 이집트 고관의 종으로 팔려갔다.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심으로 그에게 많은 복을 베푸셨다. 요셉으로 인하여 집주인도 많은 복을 받았다.
자주 쓰는 농담이 있다. 복과 반대되는 이야기다.
천둥 번개가 칠 때는 옆에 누가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죄를 짓거나 잘못한 자가 옆에 있다면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천둥 번개를 대신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복이 오다가 만 경우다.
십수 년 전 어느 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그 회사는 강남에 21층 신 사옥을 신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강남으로 대거 이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건축물이 거의 완성될 무렵쯤에 정치판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의 영향을 받아 회사 이전이 수포로 돌아갔다. 직원들의 강남권 이사도 물 건너갔다. 그리고 짓고 있던 회사 건물은 소리 소문 없이 매각되었다. 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 후 지금까지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직원들이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때 만약 강남으로 이사를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도 지금쯤 모두들 수십억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강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공부하고 미국에 MBA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이 있다. 부모는 강남의 살던 집을 팔아 자녀의 비싼 유학비를 댔다. 유학후 자녀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강남에 다시 집을 구하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돈으로만 따진다면 그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내일 월요일 아침에 시골에 내려간다. 출근이다. 그리고 목요일 오후에 서울로 올라온다. 퇴근이다.
매주 이어지는 일상이다.
시골에 갈 수 있고 누릴 수 있음이 복이다.
그리고 또 새끼 고양이를 만난다. 복이 많은 새끼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복이다.
가진 복을 알고 누릴 수 있음에 날마다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