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7

사과농사에 필요한 것들은 뭐?

by 장현수

모든 농사일이 그렇지만 특히 사과 농사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약제를 살포할 수 있는 도구나 수단이 필수다.


가장 일반적으로 농가에서 사용 중인 약제 살포기는 SS(Speed Spray)기 인데 대당 가격이 최소 삼천만 원 이상이므로 귀농 1~2년 차로서 선뜻 구입하기에는 쉽지 않다.


중고품조차 천만 원 이상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알음알음으로 구하기에 쉽지 많고 충분한 비교와 검토 또한 어렵다.


임대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봄 여름 가을 내내 임대로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SS기는 재배면적이 적어도 삼천 평 이상되는 농가에서 작업 피로도와 손익 분기점을 감안하여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적정할 것 같다.


우리는 천 여평 정도의 재배 면적을 가지고 시작하는 아마추어라서 소형 동력 분무기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150미터 이상 멀리 떨어진 곳까지 호스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분사 압력이 가능하고 무게가 11킬로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가격 또한 삼십 오만 원으로 부담이 없다.

분사기를 누르면 물줄기가 순간적으로 30여 미터 이상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는데 누르는 동안 Shot(샷) 감이 좋다.


사과는 꽃이 피기 전부터(개화 전) 시작하여 열매가 맺히고 자라는 동안 때를 놓치지 않는 방제가 필수적이다. 방제는 10일 간격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갈수록 간격이 짧아지는 추세다.

방제 간격이 짧아진 이유는 병충해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진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독성에서 저독성으로 농약사용 규제가 강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한 번에 잘 듣던 독성 농약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사라진 지 오래다.

농약 방제 없이 사과를 무농약 친환경으로 재배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2년 전 서울에서 어머니 병구완 하면서 시골에 있는 사과 밭을 돌보기가 어려웠다. 묵혔다는 표현이 옳다. 그러나 내심 농약방제 없이 그대로 자라게 두면 무농약 친환경 사과가 될 것으로 기대를 했다. 많은 수확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단 몇 개라도 농약 없이 키운 깨끗한 사과 그야말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사과가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봄이 되어 사과 꽃이 피었다. 사과 열매가 달렸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병충해를 이겨내지 못하고 아무도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자 사과나무는 스스로 성장과 생장을 포기했다. 산에서 저절로 자라는 나무들과는 전혀 달랐다.


사과나무는 잎이 생명이다. 잎에서 광합성을 하고 영양분을 만들어 열매를 키우고 나무를 튼튼하게 한다. 남은 영양분은 다음 해에 나올 꽃 눈을 만들고 새로운 가지를 내는 데 사용된다.


모든 잎이 떨어지고 광합성을 전혀 할 수 없었던 사과나무는 저장된 양분이 없는 상태에서 꽃눈을 만들지 못한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우리 나무는 그다음 해가 되었지만 꽃을 피우지도 열매를 맺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돌보고 가꾼 덕에 3년째인 올해는 예상 밖으로 사과 꽃이 많이 왔고 열매도 많이 맺혔다.


사과농사를 짓기 위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운반 도구다. 대부분의 농가는 운반겸용 약제 살포기인 SS기 외에 1톤 포터 차량 한 대씩은 거의 다 보유하고 있다. 본격적인 농사가 아직 어려운 우리는 동력 운반기라도 구입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이천오백만 원 이상 높은 가격이다. 대안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백만 원 이상 가격으로 전기충전 운반기를 구입했다. 그러나 설명서와는 달리 힘이 약해서 평지 외에는 이용이 불가해서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인근 농기계센터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운반기를 새로 구입했는데 작지만 힘이 세다. 짐을 싣고도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어서 매우 쓸만하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이른 봄에 많은 사과나무를 가지치기할 때 꼭 필요한 충전식 전동가위다. 30만 원대 가격이다. 굵은 가지라도 갖다 대기만 하면 싹둑 잘린다.


네 번째는 긴 장대 호미다. 만오천 원 주고 단골 철물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산 건데 키 큰 풀을 그 호미 끝으로 툭툭 내려 쳐주기만 해도 뿌리까지 쑥쑥 뽑혀 나온다. 서서 일할 수 있으니 앉아서 매야하는 작은 호미에 비해 허리가 아플 일이 없고 장시간 일할 수 있다. 덕분에 작년에 60만 원 가까운 가격으로 구입하고도 소음과 진동 그리고 어깨통증으로 힘들었던 최신형 일제 예초기를 올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섯 번째는 삼만 오천 원하는 선풍기 조끼이다. 작은 선풍기 두 대를 안감에 장착한 후 충전한 휴대용 배터리에 연결하면 선풍기가 돌면서 등을 시원하게 해 준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 밭으로 나갈 때마다 입고 나서는데 특히 농약 방제살포 할 때 밀폐 방제복 안에 입고 있으면 더운 열기를 많이 식혀 준다.


여섯 번째는 쿨링 마스크 팩이다. 다섯 매가 한 세트이고 만 오천 원이다. 이 또한 농약칠 때 자주 사용한다. 얼굴에 붙이면 시원한 느낌이 오래가고 햇볕도 가려준다. 무엇보다 농약 분무를 차단하므로 얼굴 피부를 보호해 준다.


그 외에 어머니께서 물려 두고 가신 팔토시, 여동생이 일부러 챙겨 한 보따리 가져다 놓은 손 장갑들, 아들이 준 작업화와 그늘막 챙모자가 있다. 두 군데 밭에는 각각 물을 가득 채워 담아 농약을 풀어 약을 칠 수 있는 오백리터(60말)들이 물통들도 있다. 부모님이 계실 때 쓰시던 것이다. 사과밭 경사진 내리막길 가운데로 130미터 길이로 길게 깔아놓은 야자매트는 오며 가며 좋은 길이 되어주고 있다. 과수원 길~


앞으로도 또 어떤 쓸모 있고 가성비 좋은 것들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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