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 몬묵나

저작권에 대한 기대와 바램

by 장현수

세상에서 내가 주인이다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크게 외친들 알아주고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힘센 자들은 어디에고 항상 있게 마련이다. 누군들 함부로 그들을 막을 수가 있으랴.


오래된 일이다. 상급부서 담당 부서장이 직접 병수씨를 찾아 전화를 했다. 병수씨는 그 당시 여러 날 밤을 세워가며 상급부서와 진행했던 전국단위 주요 프로젝트 하나를 막 끝낸 참이었다. 큰 일이 하나 끝나면 이어서 논공행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상급부서 부서장은 병수씨의 그동안의 노고를 기억하고 이 참에 회장표창 대상자로 본부에 상신하고 싶었다. 그런데 단, 조건이 있었다. 대상자 1명을 추천받는 문서를 곧바로 시행할 예정인데 병수씨가 사무소장 추천을 받아 공적서를 작성하여 올리는 것이었다. 상급부서에서 대상자를 아예 확정하여 내려 보내면 좋겠는데 상급부서장은 규정상 사무소장 추천 절차를 반드시 밟도록 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누가봐도 이번 프로젝트 건에 대하여는 병수씨 말고 사무소 내에서 다른 해당자가 없으니 추천받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표창은 병수씨를 위해 특별히 배정한 것이니 당일 중 추천받고 바로 표창 상신을 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수고한 일에 대한 결과로 보람을 가질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무엇보다 과장 승진을 위한 자격 점수에 표창이 반드시 포함되므로 병수씨 앞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었다. 표창에 대한 기대로 병수씨의 심장은 벌써부터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전혀 관계가 없고 기여한 바가 아예 없었던 모 상급자가 말도 없이 자기 이름으로 낼름 표창 상신을 해 버린 것이었다. 더구나 이 사람은 이번에 갓 승진하고 발령받아 온 사람이라 굳이 표창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을 텐데도 말이다. 향후 다음 승진을 바라보고 무리한 욕심을 내버린 것이었다.


병수씨는 이 '눈뜨고 코베이'는 현실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이번 일을 함께 했던 상급부서 직원이 병수씨에게 따로 전화해서는 "야!니는 주도 몬묵나(너는 (표창을 챙겨)줘도 먹지 못하냐)" 하고 핀잔 투의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전했을 뿐이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언제나 안전하기를 바라고 보호받기를 원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혼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불안함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어릴적 도망구라는 놀이가 있었다. 누군가 술래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는다. 술래는 담벽을 마주하여 등 돌리고 큰 소리로 1부터 10까지 세어야 한다. 다 세고 나면 숨어 있는 아이를 찾는다. 들킨 아이는 잡히지 않으려고 얼른 도망쳐야 한다. 잡히면 술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이었다. 보름달이 높이 떠있어 대낮처럼 밝았다. 가위바위보에 진 병수가 술래가 되었다. 아이들이 숨기를 기다리며 담벼락을 마주보고 열까지 크게 소리내어 세었다. 그리고 등을 돌려 이리저리 숨어 있는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아이들이 숨을만한 곳을 뒤져봐도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찾아나서 보았지만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갑자기 이상한 예감이 쓱 들었다. 그리고 등골이 서늘해 짐을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기 이 곳에 지금 오직 나만 남아 있는구나. 잠잘 시간이 훨씬 지났기에 아이들은 모두 작정한 듯 각각 집으로 돌아 가 버린 것이었다. 달이 높고 차갑도록 푸른데 구름이 살짝 가린 그 하늘, 그 냉기어린 고요함이 느껴졌다. 한 순간 무서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소름이 돋고 머리 끝이 쭈삣쭈삣 일어섰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서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왔다. 낮 동안 힘든 농사 일로 지쳐 이미 깊은 잠에 드신 부모님은 병수가 이렇게 급하게 달려 온 줄 아실리 없었다.


또 언젠가는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듣고 아 그 유명한 환희의 송가구나 하고 말했더니 굳이 아니라고 생떼를 쓰던 한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위해주는데 인색한 걸까.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누군가(주로 가까운 사람이거나 잘 아는 지인인 경우가 많다)에게서 어느 날 문득 어머니 암수술 입원해야 해서 입원비가 급히 필요하고 해서 연락이 온다. 간절한 어조의 부탁이다. 며칠 뒤 돌려 받기로 하고 걱정하고 위로하며 선뜻 빌려 주게 된다. 그러나 갚겠다는 날짜가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이럴 때 전화를 걸면 받지 않거나 받고서도 큰소리치는 사람이 있다. "떼먹고 안줄까 봐 그러냐"고. 빌려 주고도 고맙다는 소리를 듣기는 커녕. 무안해지는 순간이다.


나 혼자일 때 항상 이 모양이다. 도저히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마음먹고 위해를 가하는 자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도 불안함을 피할 수 없고 급기야 불안한 결과가 현실로 드러나게 될 공산이 항상 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 곁에 있어 함께 이 불안감을 잠재우고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담보하고 받쳐 줄 누군가로 직접적인 법이 제정되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법이 있음으로 나를 확실하게 안전케하고 지켜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지적 산물의 원천들을 저작권 법이 힘있게 끝까지 지켜 주기를 바란다. 창작물이 혼자 남아 스스로를 돌보아야 하는 극단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이 땅 위에 문학 예술 학술 등 인간의 다양한 창작물들이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람으로써 인간의 삶을 더욱 기름지고 윤택하게 이루어 줄 수 있기를 한껏 기대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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