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꾼 사과를 팔다
좋은 가을 햇살을 받으며 사과들이 빨갛게 잘 익어가고 있다. 눈앞으로 펼쳐진 우리 밭 사과를 바라보며 옆집 00대표가 한마디 했다.
"사과를 보니 형님(...) 올해 일 열심히 했네요."
하고 하는 말을 내가 잘못 알아듣고
"아이고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새삼스럽게."
하면서 말을 아꼈다. 그랬는데 00대표가 다시
"아니 형님 말고 형님사과나무직원예. 형님이 한 게 뭐있습니꺼 ㅋㅋ. 형님사과나무직원들이 게으름 안 피우고 올해 일 잘한기 다 보인다 아임미꺼."
"맞네. 거름도 준 적 없고... 내가 해준 것이 없네..."
사과나무가 나의 직원들인 것이다. 농장명칭은 얼음골해피사과연구소다. 직원은 330여 그루의 사과나무들이다. 사과나무 직원들이 쉬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해주었다. 열매가 자라 잘 익어 수확을 어느덧 눈앞에 두고 있다. 곡식은 주인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키가 쑥쑥 자란다고 하던데 실감이 난다.
봄 되기 전부터 사과나무 관리에 조바심을 냈다. 가지치기부터 하고 나무에 병든 껍질은 모조리 벗겨냈다. 나무 외과수술이었다.
연중 병충해가 얼마나 자주 오던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때 놓치지 않고 약을 쳐서 모두 이겨냈다. 열매가 자라고 있을 때 병충해가 오면 노랗게 마르며 잎이 떨어졌다. 잎이 없으면 사과열매성장은 거기서 뚝 끊기고 만다.
학교에 다니며 배웠나 싶을 정도로 각종 풀들은 제가 나와야 할 때를 미리 알고 어김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돌보지 않아도 금세 무성하게 자랐다. 모든 종류의 풀들이 그랬다. 이 풀을 베고 나면 이젠 다른 풀이 이때다 하고 치고 올라왔다. 풀과의 전쟁도 컸다.
열매솎기는 꽃이 지고 나서 열매가 맺혀 엄지 손가락 굵기 만해질 때 시작한다. 한 꼭지에 대여섯 개 꽃이 피고 꽃마다 하나씩 열매가 달리는데 가운데 하나(정화에서 나온)만 남기고 나머지(액화에서 나온)는 모두 솎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열매가 굵고 튼실하게 자란다. 한 나무에 꽃이 500개 피고 꽃당 5개의 열매가 맺힌다 치면 이론적으로 2천500개가 된다. 이를 한 꽃당 한 개씩 남겨두고 나머지 2천 개의 열매는 잘라 주어야 한다.
만약 나처럼 330그루라면 달리는 열매가 계산상으로 82만 5천 개가 된다. 16만 5천 개를 남기고 66만 개를 잘라내야 한다. 일일이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그러나 봄 꽃필 때 폭설냉해를 입어 올해는 이 지역 전체가 10%에 못미치는 착과율을 보였다)
잘라낼 때 어느 것을 잘라야 하나 고민되는 열매들도 많이 있다. 크기가 엇비슷한 경우다. 마치 사람을 두고 누굴 잘라야 하나 하는 것처럼.
이 모든 일들 중에서 가장 힘든 일은 약제 살포다. 무더위에 찜통복장으로 무장해야 한다, 마스크에 숨이 가쁘고 보호안경은 약제방울로 얼룩져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온몸 약제 샤워는 덤이다.
올사과(조생종) 품종이 일부 있어 지난 주부터 수확이 시작되었다. 물기가 많고 단맛이 돌면서 아삭아삭한 맛이었다. 특히나 연해서 껍질째 먹기에 좋았다. 택배로 사과를 받은 분들이 모두 맛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흠사과를 보내 주었던 여동생도 맛들었다며 '오빠 올해 농사 잘 지었네요'라고 했다.
그런데 택배 보냈던 어떤 지인이 먹기에 '질기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은 맛이 없다는 것이다. 믿고 구매했는데 돈 아깝다는 의미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맛있다" "잘 먹고 있다"는 말만 듣다가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뭔가 문제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회수하고 새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분은 헛 된 말을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분을 뵐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00 대표 말대로 아는 사람한테는 절대 돈 받고 팔지 말았어야 했나 싶었다.
왜 질기다며 맛이 없다고 하는지 이유를 곰곰이 따져 보았다. 택배박스에 담으면서 덜 익은 사과가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빨갛다고 다 익은 사과는 아니다. 위는 빨개도 아래로는 시퍼런 사과가 있다. 그걸 익은 사과로 잘못 보고 넣었나 보다. 이런 사과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색깔만 보지 않았다. 최고의 브릭스 수치(17 브릭스 이상. 극강의 20 브릭스 이상 나오는 것들도 있음)가 나오고 골고루 익은 사과만 골라서 땄다.(시장에 나올 수 있는 정도는 13 브릭스 이상 정도라고 알고 있다) 사과를 주문하고 맛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받아보니 그렇지 않다면 얼마나 실망스럽고 속이 상하겠는가.
이 일로 아내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보낼 때 잘 확인하고 보내라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두 번 세 번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다. 아는 사람한테 잘 못 보이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로 돌아오기 때문인 것이다.
시작한 지 3년 만에 첫 수확인데 어쨋던 사과농사 초보자임에 틀림없다. 경험부족이 크다.
키우기도 어렵지만 내다 파는 것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