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느낀 감정 '따분함'
토마스 헤더윅의 <더 인간적인 건축>을 읽고 난 뒤
대한민국의 서울은 세계적으로 따분한 도시다. 이는 비롯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 그 안에는 따분함을 속이기 위한 자연과 역사적 건물이 있지만 이는 도시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 광장에 갔다. 지하철 역을 나와 광화문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느낀 감정은 '아름다움'이었다. 푸른 하늘과 열광적인 햇빛 아래 있던 북악산 등자락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 마저 불러일으켰다. 안타깝게도 발걸음을 옮기며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마음속 감정들은 사라졌다. 높게 뻗어 있는 건물, 유리에서 반사되는 햇빛, 어디를 둘러보아도 직사각형만 보이는 건물들은 다 똑같이 보였다. 건물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은 오직 하나 '따분함'이었다. 심지어 그 사이를 거느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하나 된 모습이었다.
다음은 토마스 헤더윅이 이야기한 '건물이 따분해 보이는 이유'다. 우리 주변에서 조건을 만족하는 건축물은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보자. (괄호 안에 있는 질문도 함께 읽어 보기를 권장한다.)
1. 너무 평평하다 - (건물에 곡선이 있는가?)
2. 너무 밋밋하다 - (건물에 장식이 있는가?)
3. 너무 직선적이다 - (직사각형이 아닌 건물이 있는가?)
4. 너무 반짝인다 - (금속과 유리가 자아내는 인공적인 빛이 얼마나 있는가?)
5. 너무 단조롭다 - (격자식 배열은 멀리 서봐도 단조롭지 않은가?)
6. 너무 익명적이다 - (건물의 외부는 장소의 특성을 담아야 하지 않는가?)
7. 너무 진지하다 - (건물을 바라보는 순간 '일터'가 생각나지 않는가?)
따분함에 대한 감정은 축적된다. 축적된 따분한 감정은 끝내 인간의 뇌를 망가뜨린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자연을 닮은 건축보다 따분한 장소가 훨씬 많다. 산과 바다를 보며 느끼는 아름다운 감정들은 왜 우리의 일터에는 없을까?
헤더윅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목적은 '건축을 통한 사회의 성찰 요구'이다. 이는 단순히 건축을 담당하는 건축가, 이를 허가하는 국가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에게도 도시, 건물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