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의 호
매헌(梅軒)
찬바람을 뚫고 꽃을 피워 세상에 맑은 향기를 가득 퍼뜨리는 매화의 모습이 고절한 인품을 가진 군자의 풍모를 닳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호(號)이다.
습한 날씨를 뚫고 서울로 나선 오늘, 양재 매헌 시민의 숲으로 갔다. 굳게 뻗어있는 건물들, 쌩쌩 차가 달리는 고속도로 옆, 그 자리에는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이 있다. 그곳에서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주말을 맞이하여 기념관 옆 숲 속에는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푹푹 찌는 날씨와 달리 숲 속은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아이들은 숲 속에서 입을 앙 다문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마침 기념관 행사로 '어린이 나라사랑 그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던 참이었다. 태극기,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직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겠지만 그림을 그리는 열정 하나만큼은 뜨거웠다. 비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들 옆에는 윤봉길 의사의 동상이 함께 있었다.
동상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부모의 흐뭇한 표정이 인상 깊었다. 동상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는 부모의 모습과 동상이 순간 겹쳐 보였다. 아마도 윤봉길 의사 또한 나라의 독립 이후 꿈꿨던 모습은 이렇게 평화로운 가정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무 걱정 없이 가족과 함께 웃으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 말이다.
오늘 나는 길을 걸으며 여름이 가까워짐을 한껏 느꼈다. 숲 속은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을 보며 '흰색과 분홍색'을 떠올렸다.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과 집중하고 있는 앙다문 입술이 아마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숲을 지나며 들린 아름다운 새소리, 꽃 내음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마치 그곳에 있는 아이들과 '매헌'의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