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포장하여 건네는 법

by 연의 창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일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의 오후, 포장지를 고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나마 많은 종류의 포장지를 팔 것 같은 집 근처 지하철역 앞에 위치한 대형 문구점을 찾아갔다.

선물과 잘 어울리는 포장지를 고심해서 골랐다. 누군가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고르고, 그 선물을 어떻게 담아 건넬지를 고민하는 과정까지도 선물이 된다고 믿는다. 예전에 어떤 이가 선물을 건넬 때 입을 옷까지도 골라 사 입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선물을 주겠다는 마음이 자라나는 시점부터 그 것이 받는 이의 손바닥 위로 내려 앉는 순간까지, 꽤나 비밀스럽게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당황하던 중, 진열대에 내 선물과 어울릴 것 같은 포장지가 딱 하나 있었다. 참 다행이었다.


집에 돌아와 가위와 테이프를 찾았다.

선물 박스를 포장지로 깔끔히 감싸 크기에 맞게 자르고 테이프로 붙여 마무리했다. 요새 사람들은 아마 직접 포장지를 사서 선물을 포장하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선물 포장하는 법을 어릴 적 문방구에서 배웠다.


초등학교 때는 정말 선물을 살 일이 많았다. 어린 아이들은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얼굴이 되어 크게 생일파티를 연다. 어떤 때에는 집에서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을 차려두고, 어떤 때에는 학교 앞 피자집에서. 때로는 동네에 있는 작은 숲 위에 돗자리가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면 그 귀여운 생일파티에 다들 소중한 마음이 담긴 선물들을 들고 쪼르르 등장했다.

친구들의 생일 선물은 보통 동네 문방구에서 사게 되었다. 선물로 줄 거예요, 라고 말하면 주인 아주머니가 알록달록 예쁜 포장지를 꺼내서 깔끔하게 포장해주셨다. 요새는 발견하기 어려운 정겨운 모습이다.

내가 본 문방구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 모두 포장을 참 잘하셨다. 어디서 배워오시기라도 한 것처럼, 크고 잘 드는 가위로 포장지를 한 번에 주욱 잘라 순식간에 예쁘게 감싸 테이프로 마무리해서 주셨다. 그렇게 예쁜 포장지 옷을 입은 물건은 무엇인지는 몰라도 참 받고 싶게 생긴 선물이 되었다.


언젠가부터는 그 빠른 손길이 멋있어 보여 열심히 눈으로 좇았다. 저기에서 저렇게 포장지를 자르고, 저 부분은 저렇게 접어서 감싸면 되는구나. 저기에 테이프를 붙이면 포장이 잘 벌어지지 않고 튼튼해지는구나. 그렇게 어린 눈으로 익힌 포장법을 정겨운 문방구가 모두 사라진 후에도 잘 사용하고 있다. 알맞게 자르고, 접고, 붙이면 끝. 종종 거기에 색이 맞는 리본을 둘러 묶어보기도 하면서. 작은 일이지만,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참 뿌듯했다.


우리 동네에는 여전히 아이들이 살지만, 이제 어린 시절의 문방구는 모두 사라졌다. 요새 아이들은 ‘문방구’라는 말을 잘 쓰고 있을까? 여전히 어딘가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사람 좋은 미소로 어린이들의 선물을 예쁘게 포장해주는 주인 분들이 계실까? 요즘 아이들도 그런 따뜻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자라고 있었으면. 어린 나에게 그런 멋진 순간을 선물해주신 분들께 감사해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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