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이틀 앞둔 14~15일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명절을 앞둔 휴식형이라 참가한 사람들이 세 쌍부부와 나까지 모두 일곱 명이었다. 인원이 적고 나이가 있는 노년들이라 더 좋았다. 영월 김삿갓면 망경대산 고지에 있는 명품 사찰 망경산사(望景山寺)였다.
두 쌍 부부는 언니부부, 동생부부로 10년 전, 송광사에서 시작해 48번째 템플스테이를 왔다고. 그리고 나머지 부부는 네 번 째지만 불교 신자로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 별을 보러 왔다고, 2년 간 이 절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끝에 이제야 오게 되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개인적인 대화가 없었다. 주지스님과 차담을 하고 이튿날 아침 예불, 새벽 5시 별 보기 아침 공양 후 운탄고도를 걸어 만경사에 오르는 산책길에서 우리는 많이 친해졌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남은 인생을 논했다. 드디어 어색함이 사라졌던 것이다.
해발 8백 미터에 있는 망경산 사는 자연의 품 안에, 수백 종의 야생화가 천지에 널려 있는 사암사찰이다. 잔디밭과 야생화 그리고 수목, 선원, 국내 유일 옥불상이 이 절의 기품을 말해준다.
큰스님이 기거하는 해발 9백 마터의 만경사는 작은 절이지만, 이곳 삼성각(三聖閣)은 1989년 영월 탄광이 폐광되기까지 광부와 가족들이 무사 귀환을 기도하던 자리였다.
폐광되기 전까지 해발 8백 고지가 넘는 이 마을에 광부와 가족들이 모여 살았다. 초등학교가 세 개나 있었고, 영월 시내보다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고 한다. 폐광 이후 광부들이 떠난 황폐한 땅을 일구어 절이 생겼다.
석탄을 나르던 운탄고도가 TV를 통해 알려지면서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었다. 운탄고도에 얽힌 전설을 담아 즉석 詩를 써 본다.
운탄고도 1330
광부 가죽화에 산길이 나더니
석탄 나르는 두메길이 되었다
길 너머 산등성이 너머 그 너머
갱도 가는 길
'오늘도 무사히'
하염없이 만경사 三聖閣 부처님께 엎드려 빌었다
광부도 아낙도
뙤약볕 서릿발 눈무덤 비탈을 가리지 않았다
오늘 출근했으니
꼭 살아오라 치성길 되었다
광부와 아낙의 아린 마음
까망 숯을 뒤집어쓰고라도
목숨줄 놓지 말라고
염불 소리 가죽화 끌리는 소리 이어지는
모운동에서 오르는 운탄고도
그 길이었다
출근길 일출 온기가 밤이슬을 데우고
퇴근길 일몰
붉은 잔상이 바다처럼 가로 새긴
서늘한 산바람 능선 타고 내려부는
산들바람 길
영월 청령포에서 정선 만항재 1330 고지까지
운탄고도 1330
그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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