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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쓰기

by 이용기

9월에 개강하는 새 학기 커리큘럼에 '시창작 세미나'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 詩를 써본 적이 있어서인지 다시 詩를 쓰는 수업이 새롭게 느껴지지도,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 '디카시'에는 관심이 갑니다. 디카시를 쓰다 보면 자연이나 사물을 정교하게 보는 심미안이 생길 것이고, 좋은 이미지를 찾기 위해 산과 들로 직접 찾아다녀야 하므로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당당하게 K-콘텐츠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문학과 사진예술의 컬래버레이션 예술로 '디카시'가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합니다. 디카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K-리터러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디카시(디지털카메라 + 詩)는 사진 이미지와 짧은 詩(포에트리)를 결합한 현대 시의 한 장르입니다. 이미지와 언어가 상호작용하며 심플하면서 감각적으로 문학적 감성을 변주하는 것입니다. 배경 음악을 깔거나 동영상을 활용해 색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시창작 세미나’ 과목을 듣고 디카시를 잘 쓰려면 다음과 같은 요령이 필요할 것입니다.

첫째, 일상에서 독특한 장면을 포착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디카시는 사진이 중심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하거나 의미 있는 순간을 찾아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인상 깊은 풍경, 순간의 빛, 우연한 배치 등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미지를 포착해야 합니다.

둘째, 사진과 시가 서로 울림을 주도록 이미지에 숨겨진 의미 혹은 사진이 외면하는 내면의 숨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야 합니다. 사진과 시의 간극에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생성해야 합니다.

셋째, 시어를 사용함에 있어 절제와 함축이 생명입니다. 디카시는 한두 줄의 짧은 시가 주류입니다. 불필요한 설명, 군더더기 표현을 줄이고 핵심 감정과 이미지만을 담아야 합니다. 압축적이면서도 여운이 남는 언어의 사용 그리고 은유, 생략, 반어 등 다양한 시적 장치를 활용하면 디카시의 품격이 높아질 것입니다.

넷째, 감각적이고 즉각적인 표현 즉 즉물적인 느낌 차원에서 조화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말의 온도, 색, 시간, 공간적 느낌을 살려야 합니다.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 누구나 쓸 수 있는 말보다는 내가 바라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면서 함축된 언어로 이미지를 잘 표현해야 합니다.

다섯째, 하루 한 장의 사진을 찍고 짧은 시 한 편을 써보거나, 한 줄의 시를 먼저 적은 뒤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기성 작가가 발표한 다양한 디카시 작품을 감상하며 감각을 익히면 좋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억지로 '시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해보려고 합니다. ‘시와 사진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2학기를 마치고 '디카시집'을 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원우들과 공동시집을 펴내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시작해도 되지만, 이참에 폼을 내고 싶습니다. 입문용이더라도 디지털카메라 한 세트를 구입해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은 언제나 행복을 줍니다.

#디카시#시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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