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단상

오랜만에……

by 최수현

공기의 냄새를 맡는다. 어제와 확연히 다른 늦가을의 정취가 숨막히게 아름답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이 이루어지면 어떤 기분이 들지, 그곳은 행복이 관리하는 특별한 영역일지, 내가 좀 더 성장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지 늘 궁금했다. 고된 여름을 보내며 마음에 고통으로 새긴 꿈 같던 소식이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비로소 왔다. 나는 이번 계절이 이전처럼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 빛날 것이고, 모든 것들을 사랑할 것이며, 행복의 문을 거리낌없이 두드릴 것이다. 그리고 다신 아프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무엇도 나에게 더 이상 상처를 줄 수가 없다. 나는 분명히 성장했다.

늘 다니던 길 끝에 내가 결코 가지 않을 골목길은 그 나름대로 가을과 함께 피어나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기다린다. 분홍색 벽화가 그려진 낮은 돌담은 누군가에겐 배경이 되어줄 것이고, 그 사람의 인생과 사랑과 꿈을 묵묵히 응원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걸어갈 길은 아니지만 이 세상의 모든 골목길이 그렇듯이 그 길을 아는 사람만이 간직할 추억이 부럽다.

내 길을 둘러싼 커다란 나무들은 내게 멋진 꿈이 될 아름다운 옷과 낙화를 준비하며 분분하다. 나는 추락하는 것들을 사랑한다. 지구의 날카로운 신경을 진정시켜주는 거센 비와 첫 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벚꽃, 가을의 단풍 폭풍, 깊은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함박눈이 보여주는 비밀들은 분명 이 세상의 것이 아니리라. 때때로 나는 추락하고 싶다. 깊은 이해와 공감 속으로, 또는 어떤 까마득한 사랑 속으로, 희미하지만 분명히 날 부르고 있는 꿈에게로 불가항력적으로 떨어지고 싶다. 손 쓸 수 없는 그 느낌 속에서 온전한 나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끝내 도달할 안식처로 마침내 도달하고 싶다.

두근거리는 심장은 내가 아직 살아있으며, 또 다른 계절에 도달한 것을 축하하는 폭죽처럼 아릿하다. 숨은 죽음처럼 고요하고, 내 발걸음을 따라서 조금씩 내뱉은 숨이 그예 깊은 소망에 물든다. 그리고 목숨처럼 소중한 것을 내어준 사람처럼 계절의 관용을 바라는 내 마음에 잔잔히 다가 온 아름다운 이해에 물든다. 아, 그렇구나.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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